'초보 유튜버'로 변신한 현주엽, 태도 논란
"도티와 PD에 무례한 언행" 시청자 하차 요구
'을'이 된 현주엽, 진정성 있게 배우는 자세 필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현주엽/ 사진=KBS2 방송 화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현주엽/ 사진=KBS2 방송 화면
'갑질'로 떴는데 '을'되니 태도 논란에 휩싸였다. KBS2 예능 프로그램 '사장님은 당나귀 귀'(이하 '당나귀 귀)에 출연 중인 전(前) 농구감독 현주엽의 이야기다. 과거 선수들을 괴롭히는 '갑질 감독' 캐릭터로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끌었던 현주엽이 '을'이 돼 돌아오자 "꼰대 같다"는 비판을 받게 됐다.

지난 19일 방송된 '당나귀 귀'에서는 현주엽이 1인 크리에이터 도전을 위해 250만 팔로워를 보유한 유튜브 스타 도티를 만났다.

이 과정에서 초보 크리에이터 현주엽은 베테랑 도티의 말을 중간에 끊고 과자를 갖고 오게 했다. 도티가 직접 과자를 갖다주자 자신이 마음에 드는 게 없다며 역정을 내 눈총을 샀다. 앞서 그는 또 자신의 콘텐츠 담당자가 입사 5개월차 막내 PD라는 이야기에 "군대는 다녀왔냐", "고문관 스타일", "나이는 몇살이냐"고 말했다. 심지어는 PD의 짧은 경력에 대놓고 믿음직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을 보여 연결해 준 도티를 진땀빼게 했다.

해당 녹화분을 스튜디오에서 지켜보던 MC 김숙은 "회사에서 저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고, 전현무는 "자릿세를 받으러 온 깡패 같다"고 말했다. 현주엽도 "악플이 달릴 것 같다"며 걱정했다.

그의 우려대로 방송 직후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게시판을 통해 현주엽의 무례한 행동을 지적하며 불만을 터뜨렸다. 몇몇 글에선 하차 요구도 빗발쳤다.

이날 현주엽의 언행을 일부분만 편집한 유튜브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가 70만 회를 돌파했고, 한동안 인기 급상승 동영상 10위 안에 진입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 영상의 제목은 '250만 유튜버 도티에게 무례의 끝을 보인 초보 유튜버'였다.

이를 접한 대다수의 누리꾼들은 "꼰대 같다", "저게 초보 유튜버로 도전한 사람의 태도냐", "유튜브 하지말고 방송도 하차하라"며 현주엽의 무례한 태도를 지적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방송은 방송으로 봐야한다", "콘셉트상 저런 것", "나이를 묻는 게 어떻게 꼰대짓이냐", "갑질할 땐 웃기다더니 이제와 불편하냐" 등 옹호하는 의견도 나왔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현주엽/ 사진=KBS2 방송 화면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현주엽/ 사진=KBS2 방송 화면
일각의 목소리처럼 현주엽은 '당나귀 귀' 방송 초반 선수들을 과격하게 다루는 감독의 모습이었지만 도리어 인기를 얻었다. 그가 선수들을 향해 내뱉는 욕설을 가리기 위한 해바라기 모자이크는 현주엽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소비됐지만 당시엔 어떠한 논란도 없었다. 게다가 현주엽과 선수들을 실제로 보기 위해 농구장으로 향한 시청자들이 많아져 그의 팀이 리그 관중 동원 1위 팀에 오를 정도였다.

올해 초 감독직에서 사퇴한 현주엽이 지난 5월 '당나귀 귀'에 돌아와 제 2의 인생을 찾는 과정을 전하게 된 것도 그의 방송 복귀를 바라는 시청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현주엽이 '먹방' 크리에이터에 도전한 것도 많은 시청자들의 요청과 격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란은 현주엽이 오히려 젊은 보스 도티를 만나 을이 되고나서야 터졌다. 이러한 반응을 의식한 듯 제작진은 도티의 합류에 대해 "현주엽과 케미가 좋다"고 강조했다. 이창수 PD는 "두 사람은 단순히 갑을이라고 규정할 수 없는 관계다.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주엽이 젊은 보스를 만나 새 삶을 꾸리는 과정이 관전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제작진이 의도한대로 오랜 기간 스타 선수, 감독으로 활동한 현주엽이 을의 입장에 서게 된 것은 분명 신선한 그림이다. 하지만 그가 사사건건 갑과 충돌하는 모습만 강조된다면 시청자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화려한 명성을 지닌 현주엽이 새로운 분야에 대해 겸손한 자세로 배우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항간의 논란을 털고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을이 된 현주엽이 점점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태건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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