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My name is...
김영민│My name is...
My name is 김영민. 길 영(永)에 온화할 민(旼)을 써서, 오래오래 화목하게 살라는 뜻이다.
1981년 10월 13일생. 태어난 곳은 전라도 남원인데, 이사를 하도 많이 다녀서 웬만하면 다 고향 사람이다.
대학교 개그동아리 LPG에서 처음 개그를 접했다. 그 때는 개그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친구들끼리 ‘돌아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게 마냥 재밌었다. 학교 축제나 MT 때 과별로 돌아다니면서 내복 입고 고무장갑이랑 스타킹 뒤집어쓰고. (웃음)
KBS 의 ‘화니지니’ 오디션을 보려고 KBS 홈페이지 아이디 열 개를 동원해서 방청권을 신청했다. 만날 방송국 앞에서 진치고 있는 애들한테 맛있는 거 사주면서 KBS 별관 구조를 익혔다. 쉬는 시간에 잠깐 화장실 다녀온다고 거짓말하고는 무작정 ‘화니지니’ 선배님들이 계신 대기실을 찾아갔다. 기타를 연주하고 영화 의 한석규 성대모사를 했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다음주부터 회의할 때 나와라”고 말씀하셨다.
Mnet 첫 녹화 때 가장 반가웠던 사람은 걸스데이의 민아였다. 군대에 있을 때 정말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얘기는 많이 못 나눴다. 아직까지 걸 그룹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여신이다. 가까이 가면 막 떨린다. 하하하.
슈퍼주니어 1집 녹음을 할 때 내가 레코딩 디텍터로 몇 곡 참여했는데, 그 때 멤버들한테 ‘야, 방송은 이런거야’라고 막 거들먹거렸다. (웃음) 그로부터 정확히 3개월 뒤에 솔로앨범을 홍보하러 다니다가 라디오 DJ를 하고 있는 신동을 만났다. 하필 누가 버리고 간 내 CD를 줍고 있는 그 타이밍에! “형, 여기서 뭐해요?”, “어? 도…동이야…” 으하하하.
KBS 의 ‘감수성’은 김준호, 김지호 선배가 SBS 의 OST로 장난치다가 만든 코너다. 처음에 김지호 선배가 발상의 전환을 했고, 그 음악에 맞춰 표정연기를 하니까 웃긴 거다. 원래 내 역할은 병사였는데 서수민 PD님이 내시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다.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 가장 애를 먹는 건 내시의 수위조절이다. 성적인 코드가 있기 때문에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와도 방송심의에 맞춰 조절할 수밖에 없다. 부득이하게 못하게 된 대사는 대학로 공연장에서 원없이 한다. (예를 들면?) 음… 차마 말해줄 순 없다. 하하.
박성호 선배가 가장 먼저 면회를 와주셨다. 과자를 두 보따리나 사오시고 내무반에 있는 서른 명한테 싸인 다 해주시고, 사단 창립기념행사 때 오셔서 사회까지 봐주셨다.
하지만 정작 제대할 때는 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았다. 전날 성시경 씨가 제대했는데 취재진이 엄청 많이 왔다. 그걸 보고 우리 부대에서 “우리 쪽에서도 내일 개그맨 제대한다며? 군악대로 배웅해라”고 신경써주셨는데, 버스정류장까지 나 혼자 걸어갔다. (웃음) ‘창피한데 그냥 택시탈까?’라고 잠깐 생각했지만 택시 요금이 없었다.
윤형빈 선배와 함께하는 밴드 오바액션은 나한테 천국이다. 10년 전부터 홍대 클럽에서 같이 음악했던 친구 두 명, 방송국에서 친해진 윤형빈, 김준현이 멤버인데, 내 음악 인맥과 방송인맥이 다 모인 셈이다. 곧 오바액션 2집이 나오는데, 형빈이 형이 곡을 쓰고 부활의 김태원 선배님이 기타 세션과 뮤직비디오에 참여해주셨다. 완전 고퀄리티다. (웃음)
그래서 박성호-윤형빈 선배는 나의 양 날개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든든한 존재다. 윤형빈 선배는 계속 “넌 천재다, 나보다 더 잘하는 애가 왜 그러고 있냐, 욕심을 내라”고 자극하고 박성호 선배도 “넌 한 방이 있다”고 힘을 주신다. 방송을 하면서 기가 죽다가도 두 사람을 만나면 ‘난 정말 세기의 엔터테이너구나’라는 자신감을 얻는다.
음악적인 롤 모델은 윤종신 선배님이다. 월간 윤종신 10월호에 실린 ‘그대 없이는 못살아’를 좋아한다. 어떻게 결혼하셨는데도 그런 감성이 나올 수 있는지 신기하다. 나도 윤종신 선배님처럼 가사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
한 때 핑크듀얼하트 도넛에 꽂힌 적이 있다. 인스턴트 음식을 못 먹게 하는 집안이라 맨날 아무 맛도 안 나는 유기농두부 같은 것만 먹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기분이 안 좋아서 일탈을 해보겠다고 달달한 도넛을 먹었다. 그래서 솔로앨범 타이틀과 트위터 아이디가 모두 ‘Pink Cream Donuts’다.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연예인이 되고 싶었는데 부모님 뜻대로 대학교에 들어가 교직 이수를 했다. 그 후에도 부모님을 안심시켜 드리기 위해 토익, 토플, 한국어능력시험 공부를 계속하면서 어디라도 취직할 수 있는 스펙을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고민들을 싹 버렸다. 연예인으로서 성공하는 게 유일한 목표다. 다 필요 없고 그냥 무조건 웃기자, 안 웃기면 죽는거야! (웃음)
그래서 얼마 전에 오로지 개그맨들을 위한 앨범 ‘연구동 프리덤’을 한정 발매했다. 연구동은 KBS 개그맨들이 아이디어 회의하고 연습하는 곳인데,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사건사고를 가사로 썼다. 박성호 선배랑 같이 기획해서 CD를 딱 100장만 찍었는데 완전 대박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개그맨 말고 세상 사람들을 좀 웃기고 싶다.

글. 이가온 thirteen@
사진. 이진혁 elev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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