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뿌리 깊은 나무>│내가 욕하는 왕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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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이제 곧 하례가 시작되옵니다.” “하례는 어이구, 지랄.” 철 모르는 어린 왕도 아니요, 조선시대 최악의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도 아니다. 긴 수염을 점잖게 늘어뜨린 한석규가 욕까지 써가며 연기하는 인물은 바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다. 9일 오후 6시 경복궁, SBS 의 촬영장은 그렇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종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세종의 모습이니 연기를 하는 사람이나 제작진이나 모두 긴장할 밖에. 몇 번의 ‘컷’에도 OK사인이 나지 않자, 한석규는 목이 타는 듯 2리터 물병을 통째로 들고 물을 들이붓는다. 애가 타는 건 스태프들도 마찬가지. 촬영이 다시 시작되자 다들 아주 작은 발소리에도 예민하게 귀를 쫑긋 세우고 ‘쉿’ 혹은 ‘조용’이라는 입모양을 만든다. “에이, 제기랄 것!” 세종의 욕지거리가 다시 울려 퍼지고, 장태유 감독은 어김없이 ‘컷’을 외친다. “아이고, 전하. 제발…”이라고 타이르는 상궁의 시선이 계속해서 땅바닥을 향했던 것. “시선을 마주치고 말 하세요, 땅만 보지 말고. (세종이) 애기였을 때부터 키웠을 수도 있잖아요.” 정인지 역을 맡은 박혁권과 다른 궁녀들의 표정마저 함께 심각해지고 조용한 저녁의 경복궁에 적막이 흐르는 순간, ‘다시 한 번 가자’는 감독의 말과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한석규의 “네~”라는 대답이 침묵을 뚫고 현장을 깨운다. 여러 번의 ‘컷‘을 지나, ‘OK’를 받은 한석규의 연기는 어떤 모습일까.
SBS <뿌리 깊은 나무>│내가 욕하는 왕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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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사진. 채기원 t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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