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윤조, 앨리스, 유아라, 유영, 라임. (왼쪽부터)
나라, 윤조, 앨리스, 유아라, 유영, 라임. (왼쪽부터)
이른 아침, 추운 스튜디오 안으로 팔 다리가 긴 6명의 여자 아이들이 들어왔다. 하나같이 작은 얼굴에 금색 무늬 레깅스도 아무렇지 않게 소화하는 건 물론이며 금발도 어색해 보이지 않는 이들은 데뷔한 지 갓 7개월 된 헬로비너스다. 미의 상징인 비너스란 이름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소녀들은 도도하기만 할 것 같은, 아니 좀 예쁜 척 해도 용서될 정도였고 역시 파스텔 톤 공주 풍 의상을 입고 “자 우리가 누구 You~ For you You~ I`m your Venus 젤로 핫한 나를 믿고”(‘Venus’)라며 자신 있게 외칠 만 했다. 빨강 노랑 갖가지 원색으로 치장한 채 “누가 먼저 데려가면 어떡해. 생각만 해도 난, 샘이” 난다며 “hello hello hello. 오늘 만날래. 니가 맞아 바로 나의 첫사랑”(‘오늘 뭐해?’)이라고 대뜸 고백해도 마냥 예뻐 보이는 이유도 이거였다.

여신님보다는 이웃집 동생들

원색으로 치장한 채 제일 핫하다고 얘기하던 소녀들은 사실 소박하고 친근한 이웃집 동생에 가깝다.
원색으로 치장한 채 제일 핫하다고 얘기하던 소녀들은 사실 소박하고 친근한 이웃집 동생에 가깝다.
하지만 예상이 적중한 건 여기까지였다. 헬로비너스는 첫 인사에서부터 쑥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하더니 개인 촬영을 준비하자는 매니저의 말에 다같이 “네”라며 합창을 했다. 소파에 줄 맞춰 앉아 조용히 차를 마시다 어쩌다 한 번 젤리 하나로 들썩이는 이들은 고상하고 멀게만 느껴질 것 같은 여신과는 거리가 있었다. 단순히 신인이라 겸손하고 부끄러워하는 건 아니다. 헬로비너스란 이름을 처음 듣고 어땠냐는 질문에 “다들 5분 이상 말을 못했어요. 가만히 ‘아, 망했다’ 생각도 했거든요.”라며 웃을 정도로 털털하기 때문이다. 멤버들 성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앨리스는 평소 사람들에게 ‘돌직구’를 날려 4차원이라는 말을 듣지만 숙소에선 엄마처럼 멤버들을 챙기고 한예슬 닮은 꼴로 유명한 나라는 가만히 있다가도 “‘Venus’ 때 빨간 가발을 썼는데 한 달 동안 쓰느라 냄새가 너무 심했다”며 웃는 진짜 4차원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남자친구를 만들겠다”는 막내 유영의 귀여운 소망처럼 “할 말은 꼭 해야 되”고 똑 부러진 전교 회장 같지만 “백마 탄 왕자님”을 기다리는 유아라와 늘 웃으며 사람들을 잘 따르는 라임, 무뚝뚝하다가도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잘 할 것 같다는 멤버들 말에 아기처럼 좋아하는 윤조까지 6명 모두 소박하고 친근한 이웃집 동생들에 가깝다.

“TV만 틀면 헬로비너스가 나오게 하고 싶다”

헬로비너스│금성에서 날아온 소녀들
이들이 엄청난 대박을 꿈꾸기보다 잘 다듬어진 룰 안에서 실력을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게 오히려 자유로워 보이는 건 그래서다. 실제로 멤버들은 정기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멤버들끼리 모여 서로 힘들었던 점 털어놓는 가족회의를 하고 가사를 써 서로 보기도 하는 등의 규칙들을 선호한다. “저희들은 막 한다고 하는 건데 주변에서 체계적이라고 많이 하시더라고요. 근데 위계질서가 있는 건 아니고 다들 규칙을 잘 지켜요. 웬만하면 서로의 구역은 잘 터치 안 하고 자기 할 일은 똑바로 하거든요. 다들 각자 역할을 잘 아는 것 같아요.” 그렇게 스트레스 해소도 “규칙을 정해서 몇 시까지 어디에 있을 테니까 연락을 달라고 회사 쪽에 말씀드리는” 태도는 매 순간의 최선을 다하는 습관을 낳았다. 한 번 무대에 오르고 난 후엔 리허설부터 본 무대까지 꼼꼼히 한 모니터를 연습실에 와서 확인하고 공책에 적는 건 기본이다. 얼마 전 KBS <해피투게더 3> 나간 앨리스는 결국 준비한 만큼 보여주지 못한 속상함에 녹화 후 혼자 술을 마셨지만 전 날 밤새 대본을 연구했고 유아라는 MBC <엄마가 뭐길래>의 대사 “아씨”만 천 번 넘게 하기도 한다.



이런 생활이 익숙한 듯 웃는 헬로비너스는 무대에서보다 더 예뻐 보였다. 요행을 부리지 않고 기본에 충실하기란 소박해 보이지만 어려운 정도(正道)이기 때문이다. 이제 두 번째 미니앨범을 낸 신인이지만 나름대로 “무대에서 혹시 실수를 해도 당황하지 않을 만큼 여유가 생긴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하는 멤버들의 표정도 그만큼 당당해보였다. 그래서 타이틀곡 외의 수록곡과 헬로비너스를 알리는 것은 물론 “이름처럼 아름다운 가사를 쓰”(라임)거나 “미디 공부를 해 작사, 작곡에 노력”(앨리스)하고 “특이한 목소리인데 매력 있게 들리게”(유영), 뮤지컬(윤조)과 연기(유아라)도 잘 해보고 싶다는 많은 목표도 허황된 꿈처럼 들리진 않는다. “TV만 틀면 헬로비너스가 나오게 하고 싶다”(나라)는 헬로비너스의 다음도 꾸준한 노력으로 진짜 이뤄낼 것 같기 때문이다. 이토록 기특한 비너스의 탄생이라면 그 유쾌한 과정을 지켜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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