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채널A ‘아이콘택트’ 방송화면.
채널A ‘아이콘택트’ 방송화면.

채널A ‘아이콘택트’ 방송화면.

“인생은 아름다운 것 같아요.”

‘탈북 여고생’ 광옥 씨가 지난 23일 방송된 채널A 예능프로그램 ‘아이콘택트’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에 외국인 영어 선생님 케이시도 호탕하게 웃었고, MC인 강호동과 이상민·하하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2년 전 한국에 정착한 새터민 광옥은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실제로는 스무 살이지만 두 살 낮춰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광옥은 한국에 온 계기를 묻자 “돈을 벌기 위해 약초를 캐러 중국으로 갔다가 (북한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 중국과 베트남, 태국을 통해 엄마와 같이 한국에 왔다”고 밝혔다.

‘한국 생활 중 가장 힘든 점’으로는 외국어를 꼽았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외국에 온 느낌이었다는 광옥은 “간판도 영어여서 읽을 수가 없었고, 마치 속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 카페에 가면 메뉴가 다 영어로 돼 있어서 어떤 맛인지도 모르겠더라”고 했다.

그런 광옥에게 ‘눈맞춤’을 신청한 이는 그의 영어 선생님 케이시였다. 미국 출신으로 하버드대에서 교육학 석사를 받은 케이시는 교육정책 전문가이다. 외교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인물로, 현재 한국에서 탈북자 국제교육센터 공동대표로 활약 중이다. 이 센터에서는 434명의 탈북자들이 자원봉사자와 교사들에게 영어 교육을 받고 있다.

케이시는 “우리에게 배우는 학생들한테 들었는데, 한국에 와서 ‘컴퓨터 클리닝’이라고 쓰인 간판을 보고 ‘뭘 해주는 거지?’ 하며 알지 못했다고 한다. 낯선 단어에 대해 많은 탈북자들이 어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에서도 직장에서도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그들에게 영어는 생존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광옥은 한국에서 영어의 어려움을 겪었고, 자신이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또 다른 이방인 케이시 역시 한국에서 인종 차별을 겪었다. 케이시는 “아마 광옥도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며 공감했다.

이방인들의 눈맞춤에 강호동·이상민·하하도 “신선한 만남”이라며 들뜬 표정을 지었다. 케이시는 “광옥의 반응이 궁금하다”면서도 “이번 크리스마스가 광옥에게 큰 의미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서로를 마주하게 된 광옥과 케이시. 두 사람은 활짝 웃으며 상대방의 눈을 바라봤다. 광옥은 “북한에서는 어른의 눈을 계속 쳐다보면 당돌하고 버르장 머리가 없다고 생각해서 오랫동안 눈을 맞추지 않는다”고 낯설어했다. 반면 케이시는 눈을 맞추는 내내 환한 미소로 보는 이들마저 웃게 만들었다.

채널A ‘아이콘택트’ 방송화면.
채널A ‘아이콘택트’ 방송화면.

채널A ‘아이콘택트’ 방송화면.

눈맞춤 시간이 끝난 뒤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졌다. 케이시는 광옥에게 받은 편지를 꺼내며 “나에게 매우 특별하다. 광옥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했다. 광옥 역시 “새터민을 도와주는 것에 감동을 받아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좋은 분들이 우리를 도와주고 응원해주니까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해야겠다. 행복하다고 생각했다”고 화답했다.

광옥은 케이시에게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어려운 점은 없었느냐”고 물었다. 이에 케이시는 “어려움이 없었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대로 했기 때문이다. 나를 잘 모르는 한국인들은 나에 대해 마음대로 판단한다. 뉴스에서 본 다른 흑인들과 날 비교한다”면서 “그런 사람이 있어도 무시한다. 대신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답했다.

이어 케이시는 광옥에게 별을 선물했다. 광옥은 처음 받아보는 크리스마스 선물에 감동받았다. 케이시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방 천장에 별을 붙여줘서 매일 밤 별을 봤다. 어느 날 문득 ‘나는 평생 지구에만 있다가 죽겠구나, 화성과 목성은 못 보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번 생에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두려워하지 않고 모든 기회를 잡으려고 한다. 그리고 최선을 다한다”면서 승무원이 꿈이라는 광옥의 앞날을 응원했다.

광옥은 “힘들거나 고민거리가 있을 때 언제든지 연락해도 좋다”는 케이시의 말에 “감사하다”면서 “인생은 참 아름다운 것 같다”고 했다. 케이시는 “크리스마스를 특별하게 보낸 적 없다”는 광옥에게 “이번 크리스마스는 선생님들과 같이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다. 광옥 역시 흔쾌히 “좋다”고 답하면서 두 사람은 같이 방문을 열고 걸어나갔다.

한국이 낯선 이방인들이 환하게 웃으며 크리스마스 파티 약속을 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도 따뜻한 울림을 선사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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