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현지민 기자]
배우 이준호 /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배우 이준호 /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우리가 알던 이준호가 맞나.

그룹 2PM의 멤버 준호가 배우 이준호로 활약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KBS2 ‘김과장’(극본 박재범, 연출 이재훈 최윤석) 속 이준호의 모습은 놀랍다. 첫 악역이기도 하거니와 캐릭터를 구축해내는 방법이 수준급이다.

이준호는 중앙지검 범죄 수사부 검사에서 TQ그룹 재무이사로 발탁된 뒤, 그룹의 악행을 돕는 서율(이준호)로 강렬하게 등장했다. ‘쓰레기 치울 쓰레기’라는 명목으로 김성룡(남궁민)을 그룹 경리부의 과장으로 앉힌 뒤 제 입맛대로 조종하는 악질이다. 웃는 얼굴에 살벌함을 담아내는 감정묘사는 보는 이들을 더욱 섬뜩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 남자, 어딘가 귀엽다. 능구렁이 같은 김성룡의 말에 은근히 휘둘리는 모습이 매력을 배가하는 것. 특히 최근 김성룡은 서율에게 자신의 과거 장부를 없애줄 것을 요구했다. 서율은 장부 중 일부를 김성룡에게 건네며 “나머지는 일이 끝난 뒤에 줄 거다”라고 덧붙였다. 김성룡은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장부를 복사해 두진 않았겠지? 그건 정말 XXX 같은 인간이 하는 짓”이라며 웃었다. 순간 얼어서 주머니 속 USB를 꺼내는 서율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윤하경(남상미) 앞에서도 또 한 번 반전 매력이 펼쳐진다. 오피스룩을 차려입고 퇴근길에 홀로 야구배트를 드는 윤하경에 호기심을 느낀 서율은 생각이 날 때마다 야구게임장을 찾아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윤하경과 우연히 마주친 뒤엔 말도 제대로 못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극의 악역이라기엔 너무나 수수한 모습이었다. 함께 일을 하게 된 뒤엔 윤하경을 은근히 바라보는 모습으로 설렘까지 자극했다.

‘김과장’ 이준호 / 사진=방송 화면 캡처, 로고스필름
‘김과장’ 이준호 / 사진=방송 화면 캡처, 로고스필름
이준호는 감정의 폭이 큰 캐릭터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회사 내부와 밖에서 마냥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보단 조화를 보여줬다. 부하직원의 목을 조르며 살벌하게 협박할 때도 미소를 잃지 않았고, 김성룡과 대립할 땐 폭소를 멈추지 못하며 다소 사이코틱한 캐릭터를 완성한 것.

이준호의 연기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글로벌 그룹 2PM을 등에 업었음에도 작은 역할을 선택하며 단계를 밟았고 화제성보단 스펙트럼을 쌓는데 집중했다. 2013년 영화 ‘감시자들’을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특수조직 감시반의 날쌘돌이 다람쥐의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비중이 크진 않았지만 장난기 다분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극에 활력을 넣었다. 극 중간 사고로 죽게 된 전개마저 배우로서의 이준호를 더욱 궁금케 만들었다.

이후 이준호는 영화 ‘스물’에서 김우빈·강하늘과 함께 공동 주연으로 나서며 스무 살의 패기를 그려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재기발랄한 이미지를 내세우며 충무로에 이준호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협녀, 칼의 기억’이 40만 관객을 동원하며 실패작으로 낙인이 찍혔음에도 첫 사극에 도전한 이준호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매 작품마다 이준호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색다른 도전도 마다하지 않는 그의 스펙트럼이 한없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배우 이준호의 끝은 어딜까.

현지민 기자 hhyun418@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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