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SM C&C가 제작한 ‘동네변호사 조들호’, ’38사기동대’, ‘미씽나인’
SM C&C가 제작한 ‘동네변호사 조들호’, ’38사기동대’, ‘미씽나인’
방송사 PD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던 회사를 떠나고 있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연예기획사다. 연예기획사가 소속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에서 TV 프로그램 등 콘텐츠 제작에 무게를 둠에 따라 유명 PD와 작가들에 대한 영입 전쟁이 불타오르고 있다. 콘텐츠 전쟁에 뛰어든 연예기획사로 인해 방송가 지형도도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다.

빅뱅·블랙핑크 등이 소속된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지난 1일 ‘라디오스타’, ‘능력자들’ 등을 총괄한 조서윤 CP를 비롯해 ‘무한도전’ 제영재 PD, ‘진짜 사나이’ 김민종 PD 등 MBC 간판 예능 PD와 Mnet ‘음악의 신’ 박준수 PD, tvN ‘SNL 코리아’ 유성모 PD 등 5명을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YG 측은 앞으로 5명의 PD를 더 영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YG가 100억 원대의 돈을 들여 10여 명의 PD를 영입하려 한다는 소문이 방송가에 퍼지기도 했다.

MBC ‘무릎팍 도사’와 JTBC ‘썰전’, ‘아는 형님’ 등을 기획한 여운혁 JTBC 예능국장은 최근 가수 윤종신이 세운 미스틱엔터테인먼트로 향했다. 미스틱 엔터테인먼트는 여운혁 영입 소식과 함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콘텐츠의 중요도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든든한 조력자를 얻게 됐다”며 여운혁은 예능, 드라마, 모바일 콘텐츠 등 영상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맡는다고 공표했다.

제작 PD들이 연예기획사로 터전을 옮기는 이유는 최근 엔터테인먼트사가 소속 아티스트의 관리뿐만 아니라 자체 콘테츠 제작으로 시선을 옮겼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는 지난 2012년 SM C&C(SM 컬처앤콘텐츠)를 설립해 ‘동네변호사 조들호’(KBS), ‘38사기동대’(OCN), ‘질투의 화신’(SBS), ‘미씽나인’(MBC) 등 드라마뿐만 아니라 ‘우리동네 예체능’(KBS), ‘댄싱9’(Mnet) 등 예능프로그램도 제작하고 있다.

FNC 애드컬쳐가 제작한 ‘씬스틸러 드라마 전쟁’과 JYP픽쳐스에서 제작하는 ‘더 패키지’
FNC 애드컬쳐가 제작한 ‘씬스틸러 드라마 전쟁’과 JYP픽쳐스에서 제작하는 ‘더 패키지’
FNC엔터테인먼트(이하 FNC)는 지난해 자회사인 FNC 애드컬처를 설립하고 안석준 전 CJ E&M 음악산업부문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정했다. ‘트릭 앤 트루’(KBS), ‘씬 스틸러-드라마 전쟁’(SBS) 등을 선보였다. ‘시크릿 가든’ 신우철 감독을 총괄PD로 영입했고, ‘왔다! 장보리’ 김순옥 작가, ‘백년의 신부’ 백영숙 작가, ‘실종느와르M’ 이유진 작가와 계약을 했다. 올해 지상파 드라마 세 편을 선보일 예정이다. 예능 제작 역시 활발하게 선보인다. 유재석·정형돈·김용만·노홍철·김원희 등 대한민국 대표 예능인들이 대거 소속돼있는 만큼 이들과의 시너지 역시 예고한 상황이다.

2013년 드라마 제작사인 JYP픽쳐스를 설립한 JYP엔터테인먼트는 오는 4월 JTBC에서 방송되는 이연희·정용화 주연의 ‘더 패키지’로 첫 사전제작 드라마를 선보인다. 예능 PD들을 대거 영입한 YG는 2년 전 유병재 작가를 소속 아티스트로 들였고, 지난해 ‘달의 연인-보보경심려’(SBS)와 ‘꽃놀이패’(SBS) 공동 제작사로 참여했다. 이번 영입은 YG가 본격적으로 콘텐츠 제작을 확장하려는 시도의 일환이다. PD들은 연예기획사의 든든한 자금력과 다채로운 플랫폼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지상파·케이블·종편 등 방송사와 연예기획사의 관계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방송사 PD들이 기획과 연출을 맡고, 기획사의 스타들이 출연하는 공식에서 벗어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사가 직접 제작하고, 소속 아티스트를 출연시키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지형도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앞으로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쪽이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방송사 PD들이나 제작진 등 프로그램을 만드는 입장에서 볼 때 방송사에 있는 것이 향후 비전을 찾기 어렵다고 여기는 것 같다”면서 “방송사들은 기존의 관성이 있기 때문에 방송사 성격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콘텐츠 제작회사에 들어가게 되면 그 폭이 넓어진다. 지상파는 물론, 케이블, 종편, 인터넷 등에 선보일 수 있는 특정 성향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YG가 공동제작에 나선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와 ‘꽃놀이패’
YG가 공동제작에 나선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와 ‘꽃놀이패’
소속사로써는 콘텐츠가 필요한 플랫폼과 채널이 늘어나면서 전문적인 역량의 필요성으로 PD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웹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신서유기’나 ‘마음의 소리’ 등 웹예능이 큰 사랑을 받아 다시 방송사로 송출되는 등 웹플랫폼이 범위가 커지고, 해외 시장으로의 콘텐츠 수출이 큰 수익을 창출함에 따라 콘텐츠 제작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연예기획사의 경우 대부분의 매출이 소속 아티스트의 활동에 달려 있기 때문에 항상 불확실성이 따를 수밖에 없다.

PD들의 영입은 주가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YG나 SM, FNC 등은 주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업을 계속 확장해야하는 과제가 있다. 최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엔터주가 하락했고, YG 같은 경우는 대표 아티스트인 빅뱅의 군입대가 예고됨에 따라 실적 감소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PD들이 이직을 하는 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그러나 기존에는 다른 방송사로 이동을 했다면 요새는 연예기획사로 터전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졌다. 분명 색다르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연예기획사들이 드라마, 예능, 영화 등 콘텐츠제작에 뛰어들게 되면서 의욕적으로 PD들을 영입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문적인 제작진들을 영입한다고 하면 주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앞으로도 연예기획사들의 다변화 전략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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