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송곳
송곳
현실을 외친 ‘송곳’의 마지막은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지난 29일 종합편성채널 JTBC ‘송곳’이 막을 내렸다. 대형마트 속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송곳’은 이수인(지현우)을 통해 노동자들의 현실과 부당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고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마지막 회 역시 남달랐다. ‘송곳’은 마지막 회에서 해고자 전원 복직이라는 투쟁의 작은 승리를 보여줬지만, 동시에 권리를 향한 끝없는 싸움을 암시하기도 했다. 끝나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 ‘송곳’의 끝나지 않은 투쟁.

# ‘을’의 시선으로 바라본 푸르미 마트
오픈 전 마트 안은 항상 분주했다. 매일 아침 제품 디스플레이를 검사받았고, 직원들은 복장을 검사받았다. 일반 소비자들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 이처럼 ‘송곳’은 이수인(지현우) 과장, 마트 직원들의 시선으로 마트를 그려냈다. 소위 말하는 갑(甲)의 위치에선 결코 알 수 없었던 사실이 드러났다.

갑과 을(乙)이라는 개념은 상당히 모호했다. 소비자였던 이도 직장을 가면 을이 됐고, 직원이었던 이가 음식점을 가면 갑이 됐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갑과 을은 뒤바뀐다. 허나 ‘송곳’은 조금의 ‘갑질’도 허용하지 않았다. ‘송곳’은 철저히 을의 위치에서 을을 대변하고 있었다. 을의 시선으로 마트의 이곳, 저곳을 비춰주며 갑들의 횡포를 고발했다.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을의 입장을 더 이해했고, 을의 입장을 더 공감할 수 있었다.

# ‘송곳’처럼 뚫고나온 정의감으로 부당함을 외치다
“불법입니다.” 이수인의 송곳은 첫 회부터 뚫고 나오기 시작했다. 마트 직원들을 무단으로 해고하라는 말에 이수인은 단호히 거절했다. 송곳은 숨어있던 정의감을 뜻했다. 군 장교 출신인 이수인에게는 과거 군 시절 상관의 비리 고발이 실패로 돌아간 아픈 기억이 존재했다. 이수인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또 다시 과오를 짓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일찍이 튀어나온 정의감은 노조를 만들고, 직원들과 친밀해지면서 점점 더 크게 뚫고 나왔다. 이수인의 송곳이 튀어나옴과 함께 부당함을 외치는 목소리 역시 더욱 커져갔다. 정의감이 발현될수록 마트 직원들은 동요했고, 뜻을 함께했다. 한 명의 목소리보다 여러 명의 목소리가 더 큰 법. 이수인의 송곳처럼 마트 직원도 튀어나온 송곳으로 부당함을 고발하는 목소리를 드높였다. 시청자들 역시 마트 직원들이 이수인에게 설득 당한 것처럼 마트 직원들의 목소리에 마음을 더했다. 부당함에 맞서는 정의감은 TV 속에서도, TV 밖에서도 피어나게 됐다.

# 현실에서도 가능한 해피엔딩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송곳’은 이런 포괄적인 행복이 아닌, 좀 더 구체적인 행복을 그려냈다. 지난 29일 방송에서 이수인과 노조는 결국 해고자 전원 복직에 성공했다. 허나 이수인은 자리에 컴퓨터도 없는 인재개발원으로 좌천됐다. 이는 또 다른 부당함이었다. 이수인은 예전처럼 물러서지 않았다. PC방에서 메일함을 뒤지던 이수인은 노조원들의 응원 메시지에 힘을 내어 또 다른 싸움을 계획했다.

현실 속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 해피엔딩이었다. 노조원들이 악당을 모두 물리친 것도 아니었고, 이수인이 새로운 왕으로 등극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투쟁은 노조원들의 일터를 되찾아줬다. 이수인은 새로운 투쟁을 계획할 만큼 더 올곧고 단단해졌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 이것이 ‘송곳’이 말한 해피엔딩이었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JTBC ‘송곳’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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