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윤준필 기자]
송곳 팽현준
송곳 팽현준
맛은 쓰지만 몸에 좋은 한약 같은 드라마 ‘송곳’의 현장이 공개됐다.

지난 6일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드라마 세트장에서 종합편성채널 JTBC 특별기획 ‘송곳’의 현장 공개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송곳’의 스튜디오는 여느 드라마 세트장과 다를 바 없는 외관이었다. 하지만 포토타임을 갖기 위해 들어간 세트장 안에는 여느 도시에서나 볼 수 있는 대형 마트가 자리하고 있었다. 대형마트답게 자동문이 있었고, 계산대 뒤편에는 ‘송곳’ 속 야채청과 파트가 있었다.

지난 10월 24일 첫 방송된 ‘송곳’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로 외국계 대형마트인 푸르미마트의 직원들이 부당해고를 당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아주 직설적이고 날카롭게 담아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송곳’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극중 배경이 되는 푸르미마트를 향한 시청자들의 관심도 크다. 왜 ‘송곳’은 대형마트에서 촬영을 하지 않고, 약 450평의 대형마트 세트를 만들었을까. 이와 관련해 ‘송곳’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은 폐점 이후나 휴무일을 이용해 촬영 협조를 구할 수 있지만 대형마트는 대부분 폐점 이후에도 재고를 채우거나 매장 청소를 하는 등 사실상 24시간 동안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물리적으로 장소협찬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형마트 세트를 짓게 된 것”이라 밝혔다.
지현우 예성 현우 팽현준
지현우 예성 현우 팽현준
‘송곳’ 관계자에 따르면, ‘송곳’의 세트 촬영은 짧게는 3~4일, 길게는 5일 가까이 진행된다. 제작진은 세트 촬영 스케줄에 맞춰 신선한 과일과 야채, 생선들을 공수해온다고. 또한, 이 소품들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역시 현장에서 배우들의 포토타임이 진행되는 동안 한편에선 소품팀이 부지런히 수산코너에 채울 생선을 옮기고 있었다. 생선의 신선도를 유지시키기 위해 얼음을 채우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이처럼 ‘송곳’ 제작진의 수고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안방에서 푸르미마트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마치 실제 마트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할 수 있었다.

현장 공개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송곳’의 연출을 맡은 김석윤 감독은 “현재 8~9회까지 촬영을 마친 상황이며 세트 촬영은 오늘 내일 중으로 끝날 예정이다. 이제는 야외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푸르미마트는 조만간 폐점하게 되는 것. 원작 웹툰은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혹시 드라마가 웹툰과 다른 방향으로 결말을 맺게 되는 것인지 김석윤 감독에게 물었다. 이에 김 감독은 “웹툰을 그린 최규석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원작의 줄거리를 만들어 놨다. 수차례 미팅을 통해 웹툰 이후의 줄거리와, 내레이션, 인물들의 특징적인 대사들을 미리 받았고 그것을 대본에 녹여 드라마로 구현하려고 했다. 원작 웹툰과 크게 다른 결말은 아닐 것”이라 답했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장의 친밀한 분위기도 엿볼 수 있었다. 수산파트 황준철 주임 역으로 연기에 처음 도전한 슈퍼주니어의 예성은 “징계위원회에서 처음으로 김희원 형을 만났다”며 김희원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이어 예성은 “형이 ‘야, 황준철’이라고 대사를 하는데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 저 형이 나한테 왜 그러나 싶었다.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도 ‘준철아! 이리와 봐’ 하시는데 나한테 화나신 줄 알았다. 알고 보니 형님 매니저 이름이 준철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예성 안내상 팽현준
예성 안내상 팽현준
배우들의 ‘송곳’에 대한 자부심 또한 상당했다. 구고신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안내상은 “‘송곳’ 같은 드라마가 가끔씩은 나와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송곳’이 ‘우리, 누군가의 옆에 있어주자’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송곳’은 보람차고, 대단한 작품이다. 세월이 흘러도 필모그래피 가장 상단에 자리 잡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수인 역의 지현우는 “‘송곳’은 쓰지만 몸에 좋은 한약 같은 드라마”라며 “‘송곳’에는 어렵고 불편하지만 알아야 하는 내용들이 있다. 교육 드라마 같기도 하지만 보면서 우리들 삶을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드라마인 것 같다”고 자신이 생각하는 ‘송곳’의 의의를 밝혔다.

안내상은 “웹툰 ‘송곳’을 읽고 이게 방송이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내용을 당당하게 세상에 얘기하면 잡혀갔기 때문이다”라며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드라마가 등장한 것이 굉장히 유의미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송곳’의 메시지를 어설프게 전달하지 않으려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송곳’이 우리의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사이다 같은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송곳’은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4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윤준필 기자 yoon@
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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