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vs 알제리’ 방송 화면 캡쳐
SBS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vs 알제리’ 방송 화면 캡쳐
SBS ’2014 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 vs 알제리’ 방송 화면 캡쳐

‘세계인의 축제’라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막을 올렸건만 정작 대한민국 분위기는 냉랭하기 짝이 없다. 러시아전의 무승부로 한껏 고조된 기대감은 알제리전 대패, 벨기에전 석패와 함께 가라앉았다. 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미 한국 축구 대표팀은 귀국한 지 꽤 시간이 흘렀건만 방송가는 여전히 ‘월드컵 모드’이다.

굳이 이유를 찾아보자면 이렇다. 앞서 개막 전부터 지상파 3사는 월드컵을 겨냥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중계진 띄우기에 앞장섰다. KBS2 ‘우리동네 예체능(이하 예체능)’, MBC ‘무한도전’,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 등 각 방송사 대표 프로그램은 브라질로 날아갔다. 이른 새벽부터 서울 광화문, 영동대교 일대에서 열린 응원전에 참여하기도 했다. 사실상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사용한 셈. 자연스럽게 본전 생각이 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MBC ‘무한도전’(위쪽), KBS2 ‘우리동네 예체능’ 스틸
MBC ‘무한도전’(위쪽), KBS2 ‘우리동네 예체능’ 스틸
MBC ‘무한도전’(위쪽), KBS2 ‘우리동네 예체능’ 스틸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한국 대표 팀이 연일 승전보를 울리고 있다면 모르겠지만,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패배한 경기를 계속해서 떠올리게 하는 방송이 유쾌할 리 없다. 막상 브라질로 건너간 주요 예능 프로그램이 만들어낼 수 있는 그림도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보도 프로그램이 아닌 예능이 브라질로 갔을 때 시청자들이 기대할 만한 부분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였음이 분명한데, ‘예체능’, ‘무한도전’, ‘아빠 어디가’ 등에는 온통 중계진 이야기뿐이었다. 월드컵과 한국 대표 팀이 아닌 중계진에 초점이 맞춰진 예능에 더 기대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모두가 경쟁 과열이 낳은 참사이다.

이토록 결과가 뻔한 데도 방송 3사가 서로 앞다퉈 ‘월드컵 특수’에 뛰어든 진짜 이유는 바로 광고 판매 수익이다. SBS가 단독 중계했던 2010 남아공 월드컵의 경우 총 광고판매 수익은 733억 원 수준. 최근 전반적인 시청률 하락으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방송사 입장에서는 군침이 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이 분명하다.

이런 방송가의 지나친 욕심은 무리한 투자를 불렀다. 최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정확한 금액은 밝힐 수 없지만, 방송 3사의 총 광고판매액은 700억 원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라며 “SBS가 국제축구연맹(FIFA)로부터 약 7,500만 달러(약 763억 원)를 주고 중계권을 사들인 건 ‘월드컵 특수’에 대한 기대심리가 너무 컸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불나방이 불 속으로 날아든 격이다.

물론 중계권료도 충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광고판매 수익이 떨어진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장기적인 내수 경기 침체로 속칭 ‘돈줄’이 말랐고, 여기에는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 참사도 작용했다. 그럼에도 방송 3사가 거의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자면 결국 방송 3사의 과도한 경쟁 체제는 되레 ‘월드컵 특수’를 쫓는 방송가의 욕망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결과를 불렀다.

TV에서는 온통 월드컵 이야기뿐이지만, 시청자들은 더 웃을 일이 없어졌다. 무모해 보이는 도전과 생활체육에 대한 남다른 애정, 아빠들의 육아에 대한 진정성이 사라진 ‘월드컵 예능’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지. 애써 구축한 프로그램의 이미지가 경쟁의 홍수 속에 모두 휩쓸려 내려갔다는 느낌이 진하게 남는 이유이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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