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왼쪽)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MBC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왼쪽)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MBC ‘내조의 여왕’의 김남주(왼쪽) SBS ‘별에서 온 그대’의 전지현

‘페르소나’(persona) 그리스어로 ‘가면’을 뜻하는 이 단어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종종 감독, 작가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김희애, 윤여정 등의 배우는 오랜시간 함께 작업한 김수현 작가의 페르소나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렇다면 드라마 캐릭터는 어떨까? 캐릭터로 자신의 세계관을 표현하는 드라마 작가들에게 페르소나가 되는 캐릭터는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모으고 있는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전지현)를 가만히 뜯어보면 문득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바로 박지은 작가의 전작인 MBC ‘내조의 여왕’(2009)의 천지애(김남주)다.

극중 천송이는 30대 초반의 외계인과 사랑에 빠진 톱 여배우, 천지애는 백수인 남편을 취업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30대 중반의 주부로 나이와 직업은 다르지만 두 사람의 공통점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우선 지성미는 찾아보기 힘든 무식함을 지녔다는 점에서 그렇다.

‘내조의 여왕’의 천지애는 종종 사자성어를 남발하지만 이는 무식함을 드러내는 장치로 쓰인다. 토사구팽(兎死狗烹)을 ‘토사구땡’으로 ‘군계일학’(群鷄一鶴)을 ‘군대일학’으로 자신만만하게 언급하는가 하면 카드의 마그네틱은 ‘마그네슘’으로, ‘콩으로 메주를 쑨대도 안 믿는다’는 속담은 ‘팥으로 메주를 쑨대도 안 믿는다’는 말로 둔갑시킨다.

무식함에서는 천송이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카페모카의 ‘모카’와 ‘목화’를 구분하지 못해 자신의 SNS에 ‘모카를 들여온 문익점 선생님께 감사하다’고 멘션을 날리는가 하면 갈릭(Garlic)피자에서 왜 마늘 냄새가 나는지 궁금해하고 ‘프로폴리스’를 ‘프로포폴’로 잘못 말해 주위 사람들을 경악시킨다.

그럼에도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이 넘쳐난다는 점도 두 캐릭터의 공통점. 졸지에 백수가 된 남편을 취업시켜야 하는 사명감을 띤 주부 천지애는 기가 죽거나 현실을 탓하는 대신 용감무쌍하게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서 남편을 조련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천송이 또한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으며 톱스타에서 갑작스레 집 밖에도 제대로 나가지 못하는 처지로 추락하지만 타고난 자부심만은 여전하다. 은둔 생활 중에도 우울해하기는커녕 자신의 미모와 재능에 대한 믿음은 꺾이지 않는다.

하지만 두 캐릭터 모두 사랑 앞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진지하고 순애보적인 모습을 보인다. ‘내조의 여왕’ 속 까칠한 성격의 허태준(윤상현)은 천지애로 인해 내면에 숨겨진 순수하고 귀여운 면모를 발산하고, 지애 또한 사심없는 마음으로 그에게 호감을 보인다. 그럼에도 남편을 향한 오랜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단단함은 잃지 않는다.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도 그렇다. 20대 시절 ‘청순미인’의 대명사로 불렸던 전지현의 모습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지점은 도민준(김수현)과의 로맨스 장면이다. 자신에게서 도망가려는 민준에게 사랑 고백을 하거나 다친 민준을 걱정하는 모습에서는 이전의 코믹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 오로지 한 남자 앞에 순정을 보이는 여자의 진심을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처럼 다른 듯 닮은 두 캐릭터는 변화무쌍함으로 시청자들을 브라운관 앞으로 끌어당겼다. 이들 캐릭터의 가장 집중할 만한 점은 바로 하늘을 찌르는 자존감. 어떤 순간에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그 속에서 유머와 위트를 잃지 않는 천진난만함이 이들 캐릭터에 빠져드는 요인일 것이다.

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사진. MBC ‘내조의 여왕’, SBS ‘별에서 온 그대’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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