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김동현, 김주호, 조세호, 유상무, 장동민(왼쪽부터 시계방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IFC몰 엠펍에서 열린 케이블 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렛츠고 시간탐험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조선시대 노비의 생활상을 재현하고 있다
이상준, 김동현, 김주호, 조세호, 유상무, 장동민(왼쪽부터 시계방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IFC몰 엠펍에서 열린 케이블 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렛츠고 시간탐험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조선시대 노비의 생활상을 재현하고 있다
이상준, 김동현, 김주호, 조세호, 유상무, 장동민(왼쪽부터 시계방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IFC몰 엠펍에서 열린 케이블 채널 tvN 예능프로그램 ‘렛츠고 시간탐험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조선시대 노비의 생활상을 재현하고 있다

“밥도 안주고 너무 춥고 억울하고 분해서 울었어요.”(출연자 유상무)
“그런데 PD님도 우셨어요. 저는 처음이에요. 감독님의 눈물을 본 것은.”(출연자 조세호)
“촬영 중 싸웠어요. 참, 촬영장에서 이렇게 PD가 욕을 많이 먹는 환경이 또 있을까 싶긴 했어요. 다들 저에게 뭐라고 하시기에 설움이 복받쳐 울었어요.”(김형오 PD)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케이블채널 tvN 타임슬립 버라이어티 ‘렛츠고 시간탐험대’의 출연자들과 PD의 대화는 각자의 울분으로 가득했다. 출연진들 모두 이 프로그램이 파일럿 방송 이후 정규편성이 결정나면서 당장은 일이 들어와 좋긴 했지만, 그 일이 ‘렛츠고 시간탐험대’라는 것에는 망설이게 됐다고 고백했다. 모두가 역대 최악의 업무환경임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담당PD 역시 나름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렛츠고 시간탐험대’는 남희석, 장동민, 유상무, 이상준, 조세호, 김주호 등 개그맨들과 김동현 UFC 파이터 등 총 7명의 출연진들이 조선시대 노비가 돼 제작진과 일명 ‘노비계약’을 맺고 실제 노비의 삶을 재현한다는 콘셉트의 버라이어티다. 앞서 방송된 파일럿에서는 ‘조선시대’로 시대를 제한했지만, 정규 프로그램에서는 특정 시대에 국한하지 않고 시대별, 직업별로 다채로운 시간탐험을 떠날 예정이다.

포스터 촬영장에서도 이들 출연진은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 직업별로 다양한 역할의 의상을 소화했다. 남희석은 고려시대 왕, 장동민은 신라시대 화랑, 유상무는 6.25 시대 군인, 김동현은 조선시대 추노꾼, 조세호는 개화기 모던 보이, 이상준은 조선시대 노비, 김주호는 선사시대 원시인으로 분했다.

또 이들은 17일 오전 여의도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각자가 경험한 최악의 경험들을 털어놓았는데, 그 중에는 조선시대 세안법을 재현한다며, 김주호의 노비 역을 맡은 유상무가 소변을 받아 세안했다는 경험담도 있어 취재진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장동민(왼쪽)과 유상무가 조선시대 몰락한 양반과 노비로 만났다
장동민(왼쪽)과 유상무가 조선시대 몰락한 양반과 노비로 만났다
장동민(왼쪽)과 유상무가 조선시대 몰락한 양반과 노비로 만났다

다음은 의(衣)와 식(食) 그리고 변(便)으로 알아본 이들의 곤혹스러운 고생담이다.

1. 의
“파일럿 촬영할 때는 스태프들도 조선시대 의상을 입었는데 이번에도 그러셨나요?”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김형오 PD는 “너무 추워서 그러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그 말에 출연진들이 일제히 분개한다. 결국 너무 춥고 힘들어서 울어버렸다는 유상무의 고백은 이 때부터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2. 식
“조선시대 음식물을 재현해야 한다면서 먹을 것을 안주시더라고요. 지금 있는 음식 중에 그 당시 없었던 음식이 많았고, 정말 풀 밖에 없었어요.”

출연자 조세호의 말이다. 말 속에 분노가 살아있다. 어딘가에서 음식물 냄새가 났지만, 스태프들의 몫이었지 자신들은 구경도 못했다고 말한다. 믿기 힘들면 취재진 중 2명을 추첨해 함께 촬영을 가볼 수도 있다고 한다. 밥도 안주는 촬영장은 처음이었다며 또 한 번 울분을 토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가장 난감한 고백은 다음에 나왔다.

….3. 변.
“음식을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조선시대 변소의 삶(?)을 보여야한다면서 싸라고하더라고요. 아니 먹어야 싸죠!’”(출연자 조세호)
“당시 서민의 화장실을 찾아보고 그 이미지대로 제작을 했는데, 이틀 동안 한 번도 안가더라고요. 짜증이 나서 요구했더니 ‘먹은게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김형오 PD)

이 촬영이 결국 어떻게 진행이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궁금하면 오는 21일 오후 10시 본방사수 하면 된다.

‘렛츠고 시간탐험대’ 김형오 PD는 이 프로그램의 가학성보다는 시대적 고증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렛츠고 시간탐험대’ 김형오 PD는 이 프로그램의 가학성보다는 시대적 고증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렛츠고 시간탐험대’ 김형오 PD는 이 프로그램의 가학성보다는 시대적 고증을 봐달라고 당부했다

이 모든 가학적(?) 환경에 대한 담당 PD의 변(辨)은 다음과 같다.

“가학적이라고만 봐주시진 마셨으면 한다. 생고생(生古生)이라는 말이 있는데, 풀이해보면 날 생 자는 ‘있는 그대로’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결국 ‘있는 그대로의 옛날을 살다’라는 뜻이다. 있는 그대로의 옛날을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행해지는 행위가 가학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점은 감안해주셨으면 한다.”

# 이들의 이색공약
조세호 : 5% 이상의 시청률이 나온다면, 유상무의 소변으로 아니면 제 소변으로 조선시대 서민의 세안법을 제안해보겠습니다.
장동민 : 10%가 넘는다면, 요즘 프리허그 많이 하시는데 저는 프리따귀를 하겠습니다.
김동현 : 5% 넘는다면, 왕을 정해서 왕의 변 내용물을 맨손으로 분해해서 건강상태를 정하겠습니다.
강주호 : 10%가 넘으면 저는 라식수술을 하고 정상인으로 살겠습니다. 그리고 하차하겠습니다. (강주호는 시력이 나쁜 노비 캐릭터로 등장해 그 상황에서의 불편함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그러나 결국 이들은 이 무리수 공약을 파기하고 말았다. 대신 시청률 5%를 돌파하고 나면 좋은 일을 하는데 ‘노비신분’으로 참여하겠다고 훈훈하게 마무리 했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