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봉이 영도 메인
칠봉이 영도 메인
사랑은 평등하지 않다. 100을 준다고 해서 100이 그대로 돌아오지 않는 게 사랑이다. 그래서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는 말이 생겨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짝사랑에 빠진 사람 입장에서는 이마저도 사치다. 100 중에 1이라고 받았으면 하는 게, 짝사랑 하는 사람들의 소망이니까. 케이블채널 tvN ‘응답하라 1994’의 칠봉이(유연석)와 SBS ‘상속자들’ 영도(김우빈)의 마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칠봉이와 영도를 통해 남자의 순정을 한 번 살펴봤다. 짝사랑의 유형도 참 가지가지다.

1. ‘응답하라 1994’ 칠봉이(유연석)
칠봉이
칠봉이
이 끈기 있는 남자 좀 보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니! 여자가 아파할 때 조용히 어깨를 빌려주는 남자, 여자의 사소한 말 하나를 기억했다가 조용히 행동으로 옮기는 남자, 여자에게 떼를 쓰거나 무언가를 절대 요구하지 않는 남자, 무겁지 않지만 너무 가볍지 않고 한없이 자상하지만 우유부단하지 않으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줄 아는… 그런… 한마디로 ‘이런 남자가 내 남자라면’을 되뇌게 만드는 국보급 로맨티스트다. 이런 로맨티스트의 아킬레스건은 한번 마음을 준 상대를 쉽게 잊지 못한다는 점이다. 성나정(고아라)을 향한 칠봉의 혼자만의 사랑은 그래서 눈물겹고 안쓰럽다. 만약 그가 ‘마녀사냥’에 사연을 보낸다면 그린라이트를 켜 줄 MC가 몇 명이나 될까. 무성욕자 사마천 허지웅은 사연남 칠봉에게 “왜 그리 성나정의 (미래의)남편이 되려고 하느냐. 결혼이 인생의 절정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고 충고를 할 게 분명하고, 섹드립 신동엽은 “더 이상 남의 떡에 관심 두지 말고 자신의 떡을 찾으라”며 ‘떡드립’을 칠 게 자명하다. 슬퍼하고 있을 칠봉을 위해 누군가 따뜻한 위로 한마디 해 줬으면 좋겠다. “당신은 좋은 남자고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이다.
대표어록: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취미생활: 매직아이

2. ‘상속자들’ 최영도 (김우빈)
최영도
최영도
협박하기, 다리 걸어 넘어뜨리기, 전교생 앞에서 모욕주기. 이것은, 좋아하는 여자 애를 괴롭히는 전형적인 초딩 심리? 영도(김우빈)의 짝사랑이 그러하다. 사랑받는 법도 사랑하는 법도 모르는 이 망나니 부잣집 아들은 자기 앞에서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한 차은상(박신혜)의 박력(?)에 반해 사나이의 순정을 바친다.(순정만화 제1원칙: 평범한 여주인공만이 킹카인 남자를 무시하고 외면한다.) 하지만 그의 사랑은 본래의 진지하지 못한 성격 탓에 상대가 자기를 싫어하는 줄 오해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아 더욱 안타깝고 헛헛하게 다가온다. “너 오늘부터 내 거야”, “네가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눈 그렇게 뜨지 마. 떨려”와 같은 돌직구 고백들은 차은상에게 진심으로 전달되지 못하고 공중 분해되기 일쑤다. 그렇지만 곤경에 처한 은상을 남몰래 지켜주고, 헬멧요정으로의 변신도 마다하지 않고, 그녀의 미세한 표정변화 하나에 심리를 간파해내는 이 ‘센스’있는 남자도 알고 보면 외로운 남자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그의 시간을, 사랑을 향해 거침없이 뛰어들 줄 아는 그의 열정을 응원한다.
대표어록: “싫어도 참아 안 싫으면 더 좋고!” “뭘 받지 마? 내 마음?”
증권가 찌라시에 떠도는 그에 대한 루머: 류크설

3. ‘위대한 개츠비’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 개츠비
이 정도면 중증이다.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여자를, 빈털터리였던 자신을 버리고 고무신 거꾸로 신었던 여자를, 그런 여자가 뭐가 좋다며 버젓이 여자의 집 근처로 이사까지 오는지. 이름 하여 위대하다, 개츠비! 보통의 여자라며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는 남자를 스토커로 고소해야 마땅하나, 데이지는 그러지 않았다. 왜? 개츠비가 자수성가해서 돌아왔거든. 게다가 잘 생겼거든!(스토킹을 가르는 기준? 뭇매를 맞을 각오로 말하자면, 외모가 8할이다. 못생긴 남자가 좋아해 주는 건 스토킹, 잘 생긴 남자가 좋아해 주는 건… 상상에 맡기겠다…) 데이지의 사랑을 얻기 위해 일생을 바친 그의 순정은 잠시 결실을 맺기도 한다. 하지만 개츠비는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데이지가 돌아온 것이 돈 때문인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서인지, 자신이 정녕 원했던 것이 데이지 그 자체인지 데이지를 통해 자기 자신을 확인받고 싶어서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개츠비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은 환상이 아니었을까.
개츠비는 정녕 위대한가?: 글쎄. 자수성가형 사업가지만, 그 끝은…
개츠비가 주는 교훈: 믿는 여자에 발등 찍힌다 .

4. ‘가을동화’ 태석 (원빈)
원빈
원빈
아직도 방송가 10대 불가사의로 남아있는 (믿거나 말거나 한)전설 하나. 아니, 송혜교는 어떻게 원빈의 얼굴을 한 남자가 자기 좋다고 구애하는데도 싫다고 마다 해? 그는 그냥 남자가 아니라, 티오피(TOP)인 것을! 그러니까, 최영도 이전에 태석(호텔 재벌 진일 그룹의 망나니 아들. 배다른 형들에게 미움을 받는 존재. 그 역사 불안한 영혼!)이 있었다. 영도가 사랑을 미끼로 은상을 괴롭혔던 것처럼, 13년 전 태석도 “나를 바라 봐 달라!”며 (다른 남자를 사랑하는) 은서(송혜교)를 괴롭히고, 윽박지르고, 달래다 안 되니까 “얼마만 돼! 얼마면 니 사랑 살 수 있어?” 돈으로 매수까지 하려한다. 영도처럼 태석도 사랑하는 법을 몰랐고, 어설펐으며, 자신의 진심을 알았을 땐 이미 늦은 후였다. 은서가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태석에 대한 소식은 전해진 바가 없다. 다만, “얼마면 돼!”냐고 묻고 이내 사라지는 테리우스 닮은 남자가 가을마다 전국 곳곳에서 출몰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또 하나의 소문이 전해지고 있을 뿐.
대표어록: 사랑? 웃기지 마! 얼마면 돼?
초능력: 주변 사람을 일반인으로 만들어버리는 티오피 능력

5. ‘러브액츄얼리’ 마크(앤드류 링컨)

러브 액츄얼리 마크
러브 액츄얼리 마크
일찍이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했다. 하물며 친구의 아내는? 다행히 마크는 탐하지 않는다. 마음에만 담아둘 뿐. 사랑하는 줄리엣(키이라 나이틀리)의 결혼식 모습을 캠코더에 몰래 담아낼 뿐.(정말이지, 집요하게 그녀의 얼굴만 담았다) 하지만 이 남자, 자신의 사랑을 들키자 머뭇거리지 않는다. 크리스마스 날 스케치북을 들고 줄리엣을 찾아간 그는 말 대신, 글자가 적힌 스케치북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고백한다. ‘내게 당신은 완벽해요/ 가슴 아파도 당신을 사랑할거예요/당신이 이렇게 (해골이 된 유해사진)될 때까지/ 메리 크리스마스….’ 고백을 하고 쓸쓸히 돌아서는 마크가 안쓰러워 ‘에라, 이 바보야’ 하고 마음속으로 그를 쥐어박으려는데… 할렐루야~ 마크에게 달려와 입맞춤을 하는 줄리엣. 그녀의 키스를 얻은 마크는 조용히 읊조린다. “이제 충분해”라고. 사랑을 얻지는 못했지만 키스는 얻었으니, 그리고 속 시원하게 마음을 털어냈으니 그해 그의 크리스마스는 따뜻했더랬다. 하지만 마크로 인해 세상 뭇 남성들의 고민은 깊어졌으니, 더 이상 아이스크림에 반지를 숨겨 놓는 고백은 안 먹힌다는 사실! 이젠 고백도 아이디어가 관건인 시대다.
대표어록: To Me You Are Perfect
대표저서: ‘프로포즈는 1%의 노력과 99%의 창의성으로 결정 난다’

5. ‘아마데우스’ 안토니오 살리에르(F. 머레이 에이브러햄)
아마데우스 살리에르
아마데우스 살리에르
사랑의 부작용? 지나친 사랑은 가끔 엄한 방향으로 발휘되기도 한다. 이는 모차르트를 파국으로 몰아간 안토니오 살리에르를 보면 알 수 있다. 궁정 음악가 살리에르의 천재 모차르트에 대한 감정은 단순히 질투였을까? 아니다. 그것은 흠모이고 사랑이었다. 동경이었고 애정이었다. 자신의 것이 될 수 없는 남자와 그의 재능에 대한 외사랑이었다. 살리에르가 진정 불행했던 것은 그의 재능이 모차르트에게 뒤처져서가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모차르트를 사랑하는지 인정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결국 이 남자는 모차르트를 화끈하게 미워하지도 못하고, 괴로워하는 모차르트를 보며 그 스스로도 힘들어한다. 어쩌면 그것이 살리에르의 잘못된 짝사랑에 주어진 형벌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살리에르에게 주어진 더 큰 벌은 그가 ‘2인자 콤플렉스’를 뜻하는 살리에르 증후군의 주인공이 됐다는 사실이다. 아, 살리에르 지하에서 펄쩍 뛰며 운다.
불치병: 2인자 콤플렉스
절친: ‘캔디’의 이라이자, ‘카인과 아벨’의 카인, ‘공포의 외인구단’의 마동탁

7. ‘은행나무 침대’의 황장군(신현준)
은행나무침대
은행나무침대
오호 통재라, 남자의 순정이 이토록 슬퍼도 된단 말인가. 불쌍한 우리의 황장군.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망부석처럼 미단 공주(진희경)를 기다리지만 돌아오는 건 소리 없는 메아리뿐, 궁중악사 종문(한석규)을 사랑하는 그녀의 외면뿐이었다. 미단 공주가 종문을 따라 죽음을 선택하자, 황장군도 그런 그녀를 좇아 천년이란 긴 세월을 기다려 다시금 그녀 앞에 ‘짠’ 하고 나타난다. 하지만 ‘모든 건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그 흔한 법칙은 황장군을 무참히도 즈려밟고 지나간다. 전생에서도 현세에서도 황장군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제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다릴 것입니다. 이 자리에서…그대가 제 마음을 받아줄 때까지… 천년이든……만년이든…” 이라고 부르짖고 있으니, 이 꺾이지 않는 기개를 보라. 응당, 그가 고귀한 귀족의 핏줄을 타고 나지 않았더라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불치병: 천년의 시간을 건너 온 황장군, 코만 계속 자라요!



글, 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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