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같은 여행지라도 새 애인과 함께라면 다를 수 있다
(왼쪽부터)" />’1박2일’ 시즌3 여행길에서 만난 새 멤버 데프콘, 김준호, 정준영, 김주혁, 김종민, 차태현
(왼쪽부터)

시즌3를 맞은 KBS 간판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은 2007년 8월 첫 방송 이후 두 번의 시즌을 거쳐 전국 160여곳을 여행한 리얼버라이어티다. 6년 차의 이 예능 프로그램은 시청률 40%를 돌파하며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 회자되던 화려한 과거를 뒤로하고, 동시간대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상황.

지난 가을 개편 이후, 제작진이 교체된 것에 이어 지난 24일 쓸쓸히 시즌2의 문을 닫고 새로운 멤버들을 영입해 새 판을 짜고 있는 ’1박2일’을 향해 “왜 여행을 하나요?”라는 질문이 수없이 던져지고 있다. 국내 수많은 명승지를 비롯해 시골 곳곳을 누비며 멤버들이 1박2일이라는 시간 동안 함께 하는 모습을 담은 이 프로그램을 향한 질문은 편견으로 가득하다. 다시 말해 순수하게 “왜 여행을 하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왜 아직도 여행을 고집하느냐”라던가 “이제 여행이라는 콘셉트는 너무 식상하지 않느냐”라는 뜻이 내포돼있는 것이다.

27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들을 만난 유호진 PD는 이런 질문을 받고 ‘여행의 기술’ 저자인 알랭 드 보통을 언급했다. “제가 좋아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누구와 가느냐’가 여행에서 훨씬 중요하다고 말하죠. 멤버가 새롭게 꾸려진 만큼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서수민 CP도 “어째서, 여전히, 아직도”라는 질문들에 일상을 말하며 역시 비슷한 대답을 남겼다. “아침에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또 점심을 먹고 우리의 인생은 되풀이 되죠. 때로는 지루한 순간도 있고 또 때로는 그렇지 않은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 어떤 사람과 오늘을 함께 했느냐와 어떤 이야기로 오늘이 시작되느냐가 같은 일상의 진행도 전혀 다르게 만들곤 합니다.”

시즌3는 배우 차태현과 방송인 김종민 등, 시즌2에 이은 잔류 멤버도 있지만, 김준호, 정준영, 김주혁, 테프콘 등 새롭게 투입되는 이가 과반수 이상이다. 이들이 시청자들과 매주 일요일 떠나는 새로운 ’1박2일’ 여정의 파트너가 되는 것.

제작진은 여행이라는 기본 콘셉트 외에 이 프로그램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인 ’복불복’ 게임 역시 그대로 유지할 의지를 밝히며, “식상하고 기시감이 있다는 반응도 있지만, ’1박2일’이 지금까지 온 것에는 분명 대중이 그것을 좋아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여행을 떠나는 인물들이 달라졌기에 분명 새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질 거예요. 같은 곳을 여행하더라도, 새로운 애인과 함께라면 전혀 다른 여행이 되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그들의 말이 결코 틀린 것은 아니다. 특히 ’1박2일’ 새 멤버 중 배우 김주혁의 경우, 그간 예능 노출이 극히 적었던 만큼 우리가 지금껏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엉뚱한 캐릭터로 유명한 4차원 정준영의 1박2일도 강호동이나 이수근의 그것과 완전히 다른 그림을 그릴 것이다.

문제는 이 새로운 이야기들이 MBC ‘일밤-진짜 사나이’나 SBS ‘런닝맨’에 빠져있는 시청자들의 시선을 앗아올만큼 매력적인 것인가에 있다.

유호진 PD는 여기에는 시간이 다소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의 강점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고갈됐다는 점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다소 엉뚱한 답을 하며, “요즘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캐릭터가 일찌감치 명확하게 설명이 되고 거기에서 주는 재미가 크지만, ’1박2일’의 특성상 멤버들이 처음 만나 여행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서서히 캐릭터가 자리를 잡아가게 되죠.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 역시 나름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세팅된 인물에 의지하지 않을 것이고 그럴 상황도 아닙니다. 많은 것이 고갈돼 늘 새로운 것을 해야하는 위치에 익숙한 ’1박2일’은 어쩌면 그 점 탓에 다른 프로그램들과는 또 다른 강점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서수민 CP는 “여러 예능 버라이어티를 분석해 본 결과 ’1박2일’은 분명 그만의 힘이 있어요. 국민들이 지켜봤을 때, 출연자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유일한 프로그램이며, 그들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함이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말들이 실상 재미없음과 결부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또 다른 재미로 느껴질 수 있는 훌륭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인생이 그러하듯, 예능 프로그램에도 주기가 있어 상승세가 있으면 하락세도 있고 또 그 시기를 지나면 다시 봄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새로운 멤버들과 여행길에 오른 ’1박2일’, 그들에게 편견을 거두고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져보려고 한다. “왜 여행을 하는가.” ‘어째서 또’라던가, ‘아직도’가 아닌, 알랭 드 보통이 그의 책 ‘여행의 기술’을 통해 저자 스스로 또 독자들에게 던졌던 바로 그 질문 말이다. 해답은 그들의 여행길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을 것이며 그 과정 속에서 새로운 멤버들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이 여행의 진짜 목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혹시 벌써부터 궁금하다면, 내달 1일 오후 5시, 이들의 첫 여정부터 함께하면 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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