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안방극장은 수많은 아이돌이 단 번에 인지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의 장이다. 해마다 수십 개의 그룹이 우후죽순 데뷔하는 아이돌 시장에서 노래와 실력만으로 얼굴을 알리는데 한계가 있다. 유명 예능프로그램의 게스트나 패널로 등장하는 것도 쉽지 않은 관문이다. 그래서 명절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돌에겐 이름을 알릴 절호의 기회다. 이번 추석에도 어김없이 아이돌을 내세운 예능프로그램들이 방송된다. 과연 이번 추석에는 누가 추석의 아이돌 스타로 떠오를까. 그동안 명절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해 인지도를 쌓은 아이돌이 누가 있었는지 살펴보고, 올 추석 아이돌 예능을 소개한다.

# 명절 아이돌 스타 누가 있나…보라, 민호, 예원, 아이유

‘아육대’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보라(왼쪽)와 민호
‘아육대’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보라(왼쪽)와 민호
‘아육대’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보라(왼쪽)와 민호

씨스타 보라는 개인뿐만 아니라 팀 전체의 이미지까지 변신시킨 대표적인 명절 스타다. 보라는 2010년 추석 MBC ‘아이돌 스타 육상 선수권 대회’에서 여자 100M 허들, 100M 달리기, 400M 계주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며 3관왕에 올랐다. 계주에서는 모든 씨스타 멤버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로 인해 씨스타는 2010년 6월에 데뷔 이후 4개월 만에 체능돌로 부상하며 특유의 건강미를 발산하기 시작했으며, ‘건강미가 돋보이는 섹시함’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를 쌓는 계기가 됐다. 게다가 여자 아이돌로서는 보기 힘든 구릿빛 피부와 우렁찬 성량, 털털한 매력으로 씨스타는 정상급 아이돌로 자리 잡는다.

샤이니 민호는 ‘아육대’를 통해 대표적인 국민 체육돌로 자리 잡은 스타다. 민호는 2011년 MBC 설특집 ‘아이돌 스타 육상 수영 선수권 대회’에서 3관왕에 올라 화제가 됐다. 당시 민호는 수영 자유형 50M 금메달, 남자 50M 허들 금메달, 높이뛰기 금메달을 휩쓸었다. 사실 민호는 2009년부터 KBS2 ‘출발 드림팀 시즌2’에 출연하며 체육돌로서의 면모를 착실히 쌓아나가고 있었고, ‘아육대’를 통해 명절 안방극장을 화려하게 장식하면서 국민 체육돌로 등극했다. 민호가 높이뛰기에서 보여줬던 수준급 실력은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로 이어진다. 민호는 드라마에서 높이뛰기 선수 강태준 역을 맡아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천하장사 예원(왼쪽)과 세자빈 아이유
천하장사 예원(왼쪽)과 세자빈 아이유
천하장사 예원(왼쪽)과 세자빈 아이유

쥬얼리 예원은 ‘아육대’가 아닌 씨름판에서 이름을 날린 경우다. 예원은 지난해 추석, MBC ‘으랏차차! 천하장사 아이돌’에서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예원은 우승 후, “쥬얼리 앨범이 1년간 안 나왔을 때 저는 이렇게 열심히 해서 앨범을 내려고 합니다. 사장님! 잘 들으세요!”라며 독특한 소감을 남겨 컴백 홍보를 톡톡히 했다. 쥬얼리는 예원의 우승 후, ‘Look at me’로 1년 5개월 만에 컴백했다.

아이유는 특집 프로그램을 통해 기존 국민 여동생 이미지에 똑똑한 이미지까지 더했다. 지난해 설날, KBS2 설특집 ‘세자빈 프로젝트-왕실의 부활’에서 아이유는 세자빈으로 간택됐다. 아이유는 ‘역대 왕 외우기 미션’에서 조선시대 왕의 계보를 모두 외우는 암기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종 관문에서 ‘가장 높은 고개가 무엇이냐’는 퀴즈에 ‘보릿고개’라고 답하며 그 이유를 “가난만큼 힘든 건 없는 것 같다. 저도 유복하게 자랐다가 잠시 집안이 기울어져서 힘들 때도 있었다. 그때 가난이 가족들도 멀어지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대답해 성숙하며 지혜로운 모습까지 보였다. 이는 실제로 정순왕후가 했던 답과 똑같아 더욱 화제가 됐다.

# 올 추석 아이돌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프로그램은?

매번 명절이 다가올 때마다 방송가에는 아이돌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상당수 제작됐다. 댄스 배틀류의 프로그램은 거의 고정 특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으며 SBS ‘아이돌의 제왕’, KBS2 ‘아이돌 건강미녀 선발대회’, KBS2 ‘추석특집 왕실의 부활-왕세자 책봉사건’ 등 다양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제작됐다. 그러나 아이돌을 기용한 특집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했다. 신선함도 사라졌다. 그래서인지 지난 설을 기점으로 올해는 아이돌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 대폭 줄어들었다. 올 추석, 아이돌이 집중적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은 ‘아육대’와 ‘스타 페이스오프’, 두 가지 뿐이다. 줄어든 기회 속에서 아이돌은 어떤 재능을 펼쳐야 할까.

1. 남자의 자존심, 축구! (MBC ‘아이돌 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대회’ 9월 19, 20일 오후 5시 45분)

MBC 추석특집 2013 ‘아이돌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대회’ 풋살 예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송종국(왼쪽 끝), 유상철(오른쪽 끝) 일일 감독
MBC 추석특집 2013 ‘아이돌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대회’ 풋살 예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송종국(왼쪽 끝), 유상철(오른쪽 끝) 일일 감독
MBC 추석특집 2013 ‘아이돌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대회’ 풋살 예선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송종국(왼쪽 끝), 유상철(오른쪽 끝) 일일 감독

아이돌 명절 특집 프로그램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아육대’는 올 추석 풋살 종목을 추가하여 ‘아이돌 스타 육상 양궁 풋살 선수권대회’로 돌아온다. 비스트, 인피니트, 에이핑크, 엑소 등 160여명의 아이돌이 총출동한다. 특히 새로 추가된 종목인 5인제 미니 축구 경기 풋살로 남자 아이돌들의 숨겨왔던 축구 실력이 드러날 예정이다. 학창 시절, 창밖으로 축구하는 남학생들의 모습을 훔쳐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월드컵 때마다 열정적인 응원에 나섰던 사람이라면, 아이돌들의 풋살 경기를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이 한 가득일터. 그동안 개인 종목이었던 육상, 양궁과 달리 풋살 경기에서는 아이돌끼리의 팀워크, 현란한 축구 개인기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다. 우승도 중요하지만, 더 멋있는 하이라이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체육돌로 이름을 알려온 제국의아이들 동준, 연예인 축구단에 활약하고 있는 2AM 슬옹과 진운 그리고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비스트 윤두준이 축구돌로 이름날 준비를 마쳤다. 이밖에도 청소년 국가대표 경력을 지닌 구자명과 노지훈도 포진해 있다. 그러나 지난 3일 공개된 풋살 경기 예선에서 빅스의 레오 등 만만치 않은 실력을 지닌 아이돌들도 눈에 띄었다.

육상과 양궁 종목은 좋은 기록을 세워야 한다. 지금까지 ‘아육대’를 통해 이름을 날린 아이돌은 모두 육상에서 빠른 달리기 실력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높이뛰기 금메달은 사실 달리기보다는 조명되지 않았다…) 다행히도 원조 체육돌 민호와 보라가 출전하지 않아 다른 아이돌이 새로운 체육돌로 거듭날 기회가 더욱 많아졌다. 또한 신흥 대세로 떠오른 아이돌 엑소(EXO)와 크레용팝이 처음으로 출전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2. 노래 실력 + 예능감,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SBS ‘스타 페이스오프’ 9월 20일 오후 5시 20분)

SBS ‘스타 페이스오프’에 출연하는 엑소(위쪽)와 빅스
SBS ‘스타 페이스오프’에 출연하는 엑소(위쪽)와 빅스
SBS ‘스타 페이스오프’에 출연하는 엑소(위쪽)와 빅스

SBS ‘스타 페이스오프’도 기대되는 아이돌 예능이다. 그동안 명절에는 트로트 대결, 댄스 대결 등 춤과 노래를 이용한 다양한 예능이 있었다. 이번에는 단순한 대결을 넘어 음악계 전설들을 그대로 재현하는 특집 프로그램이 방영된다. 엑소, 씨스타, 빅스, 제국의아이들 등 대세 아이돌 그룹이 출연하고, 혜이니 (HEYNE), 레이디스 코드, 베스티 등 올해 데뷔한 아이돌도 야심찬 출격을 마쳤다. 이밖에도 걸스데이, 레인보우, 스윗소로우, 레드 애플, 윤형빈, 배우 이유비, 홍진영, 이정이 출연해 다양한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동안 특집 프로그램은 노래 실력보다 춤 실력과 예능감이 부각되는 선에서 그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퀸, 조용필 등 전설을 재현하면서 노래와 춤 모두 돋보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할 수 있다. 빅스는 노래와 춤도 갖췄지만, 예능을 가장 최우선으로 선택했다. 걸그룹 원더걸스의 ‘So hot’을 부르며 정상급 남자 아이돌이 되기 위해서 한 번씩은 거쳐 가는 여장에 도전한다.

그러나 자칫 그대로 재현하는 것에 급급해 기존 특집 프로그램처럼 흉내 내기에 그치거나, 전설적인 명곡을 훼손할 수도 있다. 수많은 아이돌이 출연하지만, 각자 무대를 선보이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병풍이 될 확률은 적다.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 수준의 편곡은 할 수 없더라도 ‘재현’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신만의 차별화된 매력포인트를 살리는 것이 아이돌의 과제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KBS,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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