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SBS <뿌리 깊은 나무>│내가 욕하는 왕이로소이다

    SBS <뿌리 깊은 나무>│내가 욕하는 왕이로소이다

    “전하, 이제 곧 하례가 시작되옵니다.” “하례는 어이구, 지랄.” 철 모르는 어린 왕도 아니요, 조선시대 최악의 폭군으로 유명한 연산군도 아니다. 긴 수염을 점잖게 늘어뜨린 한석규가 욕까지 써가며 연기하는 인물은 바로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다. 9일 오후 6시 경복궁, SBS 의 촬영장은 그렇게 우리가 알지 못했던 세종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세종의 모습이니 연기를 하는 사람이나 제작진이나 모두 긴장할 밖에. 몇 번의 ...

  • <계백>, 비로소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

    <계백>, 비로소 자신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

    5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의자(노영학)와 무진(차인표)이 재회했다. 본 모습을 숨기고 위장의 가면을 쓴 채 살아가던 두 인물이 그 독하고 모진 삶을 견뎌왔던 간절한 생의 이유를 토로하는 순간 은 마침내 의 그림자를 벗고 고유의 서사를 그려내기 시작한다. 삼국통일의 대업이라는 승자의 역사를 향해 직진으로 달려갈 수 있었던 의 전형적인 영웅서사와 달리, 은 비극적 운명을 버텨내는 처절한 생의 의지를 그리는 생존의 서사에 가깝다. 의자가...

  • <버디버디>, 명랑골프소녀의 경쾌한 티샷

    <버디버디>, 명랑골프소녀의 경쾌한 티샷

    1회 tvN 밤 11시 10분 지난해 3월 촬영을 시작한 가 편성을 받지 못하고 표류한 데는 골프라는 소재가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도 작용했다. 일반 시청자에게 골프는 쉽게 두 가지로 인식된다. 고소득, 고학력, 고위층이 운동과 사교, 비즈니스의 목적으로 즐기는 문화 혹은 박세리, 신지애 등 LPGA를 휩쓴 여제들의 승전보로 상징되는 고난 극복과 성공의 스토리. 가 1998년 박세리의 US오픈 우승 당시 영상으로 첫 문을 연 것은 영리한 선택이...

  • <무한도전>, 성장판이 닫히지 않는 무도월드

    <무한도전>, 성장판이 닫히지 않는 무도월드

    토 MBC 저녁 6시 30분 조정은 이 도전했던 수많은 종목 중 유일하게 다른 팀들과 동시에 경쟁하는 레이스 종목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방송 일주일 전 이미 수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8개 팀 중 8위. 공식기록 8분 2초.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정특집' 마지막 회의 시청률이 상승한 이유는 자명하다. 스포츠 미션에서 의 골수 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승패와 무관하게 최선을 다 하는 과정 그 자체, 거대한 벽을 향해 돌진하면서도 긍지와 ...

  • <여인의 향기>, 마음을 무너뜨리는 정공법

    <여인의 향기>, 마음을 무너뜨리는 정공법

    5-6회 SBS 밤 9시 50분 재벌 2세와 평범한 여성의 로맨스라는 설정 상, 에는 다소 빤하게 진행되는 지점이 있다. “너 한 번 꼬셔볼 생각이었다”는 연재(김선아)에게 지욱(이동욱)이 “당신이 그럴 주제나 돼?”라고 받아치는 장면은 두 사람의 계층 차이를 확연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연재를 향해 커지는 마음을 느끼면서도 오너의 아들과 전직 말단 직원이라는 간극 때문에 스스로를 억눌러왔던 지욱의 복잡한 감정은, 그가 연재에게 모욕적인 말을 ...

  •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존재만으로도 의미있다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존재만으로도 의미있다

    '클럽 빌리티스의 딸들' KBS2 일 밤 11시 15분 한국에서 동성애를 그린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은 단지 외부로부터의 압력 뿐 아니라 창작물로서도 상당한 핸디캡을 안고 출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 사람이 남자(여자)여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내가 사랑하게 된 사람이 남자(여자)였을 뿐이야” 같은 말장난으로부터 간신히 벗어나더라도, '이성애 드라마'들이 굳이 설명하거나 증명할 필요 없는 감정과 관계에 대해 '동성애 드라마'는 등장인물의 평생에...

  • <넌 내게 반했어>, 성장드라마로서 해결해야할 것

    <넌 내게 반했어>, 성장드라마로서 해결해야할 것

    11회 MBC 밤 9시 55분 는 판소리 무형문화재인 할아버지 이동진(신구) 때문에 국악 외에 다른 것을 해보지 못하고 자란 규원이, 학교에서 뮤지컬을 배우게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의 주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는 뮤지컬에 대해 묻는 음악교사 아버지 이선기(선우재덕)에게 “무대에 올라가기 전엔 너무 떨렸는데, 끝나고 나니까 '내가 주인공이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대답하는 규원의 모습에서 잘 나타난다. 이런 관점에서...

  • <와이드 연예뉴스>, '와강추'에 강추한다

    <와이드 연예뉴스>, '와강추'에 강추한다

    '와강추' 월-금 Mnet 오후 5시 의 목요일 코너인 '와강추'는 요컨대 캐주얼한 이다. 방송은 노래를 소재로 삼아 라이브와 뮤직비디오를 통해 다양한 곡을 소개하는 동시에 토크의 재미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이자 출연자인 유영석과 김지수는 그러한 방송의 목표에 제법 적합한 인물이다. 두 사람은 각자 기타와 키보드를 연주하며 즉석 라이브가 가능할 뿐 아니라 음악으로부터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끌어낼 수 있는 사람들이기...

  • <보스를 지켜라>, 민폐 없는 신데렐라가 나타났다

    <보스를 지켜라>, 민폐 없는 신데렐라가 나타났다

    1회 수 SBS 오후 9시 55분 노은설(최강희)의 자기소개는 진짜 자기소개였다. 고등학교 시절 놀던 이야기로부터, 대학교 학생회에서 등록금 투쟁하던 때, 그리고 어떻게든 제대로 살아보겠다고 버둥대느라 연애 한 번 못했던 시절, 막무가내로 취업의 문을 뚫어보려 애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씩씩하게 이어진 은설의 자기소개로 SBS 는 여주인공의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 시킬 수 있었다. 성희롱을 일삼는 사채회사 사장(안내상)을...

  • <백지연의 끝장 토론>, 시장 바닥에서의 공허한 말싸움

    <백지연의 끝장 토론>, 시장 바닥에서의 공허한 말싸움

    tvN 수 밤 10시 30분 토론과 토론 프로그램은 다르다. 입장이나 판단이 나뉘는 사안을 두고 의견을 나눈다는 점에서 본질은 동일하지만,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문제에 대한 고민과 해결만큼 '보여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하 )이 지향하는 바 역시 바로 이 '보여지는 토론'의 재미다. 시즌 1부터 시그니처로 삼은 핸드헬드 카메라 워킹과 화면 분할, 자막과 인서트 영상 삽입 등은 이를 위한 노력이다. 최근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이 '취했나봐...

  • <무사 백동수>가 지금 가장 집중해야할 지점

    <무사 백동수>가 지금 가장 집중해야할 지점

    10회 SBS 월-화 밤 9시 55분 의 가장 큰 재미는 팩션 사극을 표방하는 작품답게 역사와 픽션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때 픽션의 요소들은 대중적인 클리셰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엮어내는 전략에 가깝다. 이러한 전략은 이야기의 참신성은 떨어뜨리지만 대중에게 익숙한 역사적 인물에 덧입혀지면서 극을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가령 사도세자 이선(오만석)을 사극 장르의 인기 모티브 중 하나인 효종의 북벌론을 이어받는 캐릭터로 그려...

  • <생생 정보통>, 희망버스는 상식의 문제다

    <생생 정보통>, 희망버스는 상식의 문제다

    화 KBS2 저녁 7시 “내 남편이 다니는 직장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진 중공업 해고 사태에 대한 이 멘트는 MBC 이나, KBS , 혹은 한겨레나 경향신문의 칼럼에서 발췌한 것이 아니다. 어제 방영된 에서 도경완 아나운서가 영도로 향한 3차 희망버스 소식을 전하며 프로그램 말미에 한 말이다. “노사 양측이 지속적 대화로 접점을 찾아 가야겠다”는 무난한 정리로 이어진 그의 말은, 하지만 희망버스 참가자를 오지랖 넓은 제 3...

  • <계백>, 백제를 뒤덮은 <선덕여왕>의 그림자

    <계백>, 백제를 뒤덮은 <선덕여왕>의 그림자

    3회 월-화 MBC 밤 9시 55분 드라마가 다른 작품의 서사구조를 차용해 오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익숙한 서사구조는 보는 이들에게 극의 기본 얼개를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장점도 있을 뿐 아니라, 때로는 그 익숙한 이야기를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도 보는 이들의 허를 찌르며 극에 활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차용해 온 요소들을 자신만의 고유한 매력으로 재창조하지 못 하고 재탕하는 선에서 그친다면 그건 문제다. 의 두 중...

  • <러브 스위치>, 얄팍한 소개팅의 구원투수

    <러브 스위치>, 얄팍한 소개팅의 구원투수

    tvN 월 밤 12시 는 일종의 초단타식 소개팅이다. 출연자들은 1차 검증에서 외모를, 2차 검증에서 직업과 취미 등을, 3차 검증에서 연애에 있어서의 핸디캡을 기준으로 서로를 평가한다. 30명의 여성들이 한 남성을 만나는 평소의 포맷과 달리 30명의 남성들이 한 여성과 맺어지기 위해 노력한 '여름 특집' 편에서 신동엽은 한 출연자에게 “나올 땐 재미로 나왔는데 지금 이 순간은 진정한 사랑을 느낀 거죠”라고 말했지만, 사실 그도 알고 출연자도...

  • < MBC 스페셜 > 우리나라, 이렇게 가다간 공멸한다

    < MBC 스페셜 > 우리나라, 이렇게 가다간 공멸한다

    MBC 금 밤 11시 5분 지난 1월 신년특집으로 마련한 안철수, 박경철 편 1탄이 불공정한 사회구조에 대한 일침과 그 안에서 힘겨워하는 청춘들에 대한 위로의 메시지였다면, 여름방학특집으로 재회한 2탄은 그들의 여전히 날카로운 사회인식과 더 깊어진 목소리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안철수, 박경철 편은 한마디로 한국판 '정의란 무엇인가'라 할 수 있다. 안철수 교수는 이 시리즈에서 마이클 샌델의 에 대해 언급하면서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