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관찰 리얼리티 '결혼과 이혼 사이2'
"스스로 해결책 찾게 둘만의 시간 만드는 데 집중"
자녀들 등장에 우려의 목소리…"리스크 감수"
윤상, 예능 음악감독 첫 도전
'결혼과 이혼 사이2' 제작진 이진혁 PD, 윤상 음악감독, 박내룡 PD. / 사진제공=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2' 제작진 이진혁 PD, 윤상 음악감독, 박내룡 PD. / 사진제공=티빙
이혼 관찰 리얼리티 '결혼과 이혼 사이'가 시즌2로 돌아왔다. 부부 예능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존과 별다를 것 없는 '자극적 내용'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속에 제작진은 '자신들의 경험을 담았다'는 점으로 진정성을 강조했다.

24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티빙 예능 '결혼과 이혼 사이2' 제작진과 만났다. 연출한 박내룡 PD, 이진혁 PD와 윤상 음악감독은 프로그램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지난 19일 첫 공개된 '결혼과 이혼 사이2'는 결혼과 이혼의 갈림길에 부부들이 '잘 헤어지는 법'을 고민하는 현재진행형 이혼 관찰 리얼리티. '결혼과 이혼 사이2'에서 부부들은 출연 후 결혼 유지나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

이혼을 택할 경우, 이 프로그램이 '이혼 생중계'가 될 수도 있다. 박내룡 PD는 "'이혼이 나쁜 건가'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서로 마음이 안 맞으면 헤어질 수도 있지 않나. 방송에서 이혼이 나쁘다고 표현됐다면 우리는 현실에 있는 이혼을 그대로 다뤄보자는 의도였다. 그러면서 결혼과 이혼 사이에 있는 사람들을 촬영해보면 좋겠다는 기획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진혁 PD는 "제작하는 저희 주변에 그런 사람도 많았다. 그런 주제가 술자리에서도 나오면 '이혼이 왜?' 이런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왔다. 첫 질문이 '너 왜 이혼했냐'다. 서로 싸우고 안 좋게 헤어지는 것보다 잘 헤어지면 좋지 않나. 프로그램 기획이 잘 헤어지는 법에서 점점 결혼과 이혼 사이가 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윤상 음악감독은 "제작진 중에 사랑이 넘치는 결혼 생활을 하는 분도 계시고 그렇지 못한 분도 있다. 진정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두 PD 역시 "시즌1 할 때는 결혼과 이혼의 갈림길이었는데, 시즌2 할 때는 이혼의 상황이 된 제작진도 있다"며 프로그램 기획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윤상 음악감독은 "제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그때는 이혼에 대한 사회 분위기가 지금보다 차가웠다. 오히려 이렇게 열어놓고 보여주면 순기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제작진도 이혼 겪어"…해결책보다 '갈등 조정 시간' 제시한 '결혼과 이혼 사이2'[TEN인터뷰]
"제작진도 이혼 겪어"…해결책보다 '갈등 조정 시간' 제시한 '결혼과 이혼 사이2'[TEN인터뷰]
"제작진도 이혼 겪어"…해결책보다 '갈등 조정 시간' 제시한 '결혼과 이혼 사이2'[TEN인터뷰]
"제작진도 이혼 겪어"…해결책보다 '갈등 조정 시간' 제시한 '결혼과 이혼 사이2'[TEN인터뷰]
"제작진도 이혼 겪어"…해결책보다 '갈등 조정 시간' 제시한 '결혼과 이혼 사이2'[TEN인터뷰]
사진제공=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2'
사진제공=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2'
시즌2에는 이혼 위기를 겪고 있는 부부들의 자녀들도 종종 등장한다. 이진혁 PD는 "자녀들을 방송에 노출시키는 건 제작진도 우려스러웠다. 시즌2 때는 '어린이집'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부부들이 이야기할 때 아이들을 분리해놓고 촬영했다. 방송에 노출되는 문제와 부부들이 대화에 집중하는 문제를 고려해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장시간 떼놓고 촬영할 순 없었다. 어린이집에 하루 종일 맡겨둘 순 없지 않나. 그래서 아이들이 있을 때 불가피하게 싸움이 오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아이들을 노출하는 건 우리로서도 리스크지만 그런 부부의 모습을 감추면 진짜 그들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는 점도 있다. 어렵지만 어느 정도 감안했다"고 전했다.

시즌1은 부부 갈등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갈등을 보여주는데만 그쳤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박내룡 PD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솔루션을 주려고도 안 했지만 그렇다고 방목하지도 않았다. 부부가 둘만의 시간을 통해 제대로 고민해봤으면 했다. 촬영하며 부부들을 이렇게 놔둬도 되나 싶을 정도로 둘의 시간을 줬다. 그러면서 알아서 솔루션을 찾고 이혼과 결혼을 선택했다고 본다. 우리는 솔루션을 해주는 프로그램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진혁 PD는 "우리가 짧은 시간에 부부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다. 부부가 이 프로그램에 나오면 서로를 새롭게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윤상 음악감독은 "미리 본 시청자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답답하고 자극적으로만 흘러갔다면 음악 작업을 못했을 거다. 특별한 솔루션을 안 했다고 하는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체가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 열흘간의 녹화가 아니었다면 출연자들이 중립적으로 상대방 얘기를 들어볼 수 없었을 거다. 제작진이 그런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준 거다"고 강조했다.
'결혼과 이혼 사이2'의 음악감독을 맡은 윤상. / 사진제공=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2'의 음악감독을 맡은 윤상. / 사진제공=티빙
윤상은 데뷔 33년 만에 '결혼과 이혼 사이2'를 통해 예능 음악감독에 첫 도전했다. 윤상은 한 회 한 회 시청한 뒤 부부들의 상황과 감정에 맞는 음악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윤상은 "OST가 굳이 드라마에만 있을 필요는 없지 않나"라며 참여 계기를 밝혔다. 이진혁 PD는 "드라마, 영화를 보면 음악이 주는 힘이 있다. 몰입도를 높인다. 예능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부부들이 대화할 때 어떤 음악을 까느냐에 따라 대화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며 별도의 OST 작업을 한 이유를 밝혔다.

기존 작업 방식과 달랐던 점에 대해 윤상은 "아름답게만 가도 될 일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미래를 놓고 큰 결정을 해야하는 절박함이 있다는 부부들의 모습은 음악 작업을 하는 나에게도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동기를 부여했다. 인물들이 대화를 들으며 정서에 맞는 음악을 만든다는 건 영화 음악 작업과 또 달랐다. '다큐멘터리 음악 작업을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응원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드라마 '오아시스' 작업도 했는데, 거기는 음악팀이 조금 더 분업화돼 있다면, '결혼과 이혼 사이2'는 제가 좀 더 전반적으로 참여하려고 욕심냈다"고 설명했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미리 본 '결혼과 이혼 사이2'에 놀란 점이 있냐고 하자 윤상은 "아내와 아이들이 시드니에 있는데, 제가 했던 어떤 작품보다 봐줬으면 하는 작품이다. 제가 달콤한 사람은 아니지만 이걸 보면 아내가 나에게 고마워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해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출연자들을 보며 '저들이 유난히 안 맞는 것일 뿐 다른 사람들은 잘 살고 있다'고 할지 '오빠가 몰라서 그렇지 할말이 많다'고 할지 궁금하다"며 웃음을 더했다.
'결혼과 이혼 사이2' 포스터. / 사진제공=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2' 포스터. / 사진제공=티빙
비연예인 출연 프로그램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문제점 중 하나는 출연자들 일부가 유명세를 타려고 하거나 인플루언서로서 홍보를 목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이진혁 PD는 "섭외 과정에서 최대한 배제하려 했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분들만 섭외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박내룡 PD는 "시즌1 때는 새로운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저희에게 의문을 출연자가 많았다"며 "시즌2 섭외 과정에서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분들은 배제했다. 진정성을 중점적으로 보면서 섭외했지만 우리가 안 된다고 막을 순 없다"고 털어놨다.

이혼을 고민하는 부부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제작진의 생각은 무엇일까. 이진혁 PD는 "문제를 개선하려면 상대를 잘 알아야 하고 갈등이 무엇인지도 파악하고 들여다봐야 한다. 우리 프로그램의 '사이집'(결혼과 이혼 사이를 고민하는 공간)에서도 둘만의 문제를 보게 하는 게 먼저다. 각자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이해하고 인정하면 관계가 나아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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