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유나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신봉선도 가수인데…홀로 밥 차리는 신세, 이미주·박진주만 걸그룹이어야 했나
'놀면뭐하니' /사진제공=MBC
'놀면뭐하니' /사진제공=MBC
≪태유나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또' 음악 프로젝트를 가동하는 것부터 식상한데, 고정 멤버들조차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감 없는 제작진에 또다시 한숨만 나온다. 코미디언은 예능적 장치로만 쓰고, 배우·가수 라인만 프로젝트의 주된 그룹으로 만드는 건 엄연한 '차별'. 기회조차 주지 않고 웃음만을 강요하는 행태에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는 최근 보이그룹 원탑, 여성 듀오 주주 시크릿 데뷔를 목표로 한 '땡처리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유재석은 땡처리 엔터테인먼트 대표 JS로 분했다.

원탑의 시발점은 3년 전으로, 당시 코로나 여파로 방송 제작이 1~2주씩 중단되는 일이 늘어나면서 시간이 생기자 그냥 "우리끼리 뭐 하나 해보자"라는 큰 목적 없이 유재석이 사비를 털어 틴탑 'To You(투유)'를 연습했지만, 미완성으로 끝났다.

이에 다시 이들을 불러 모아 댄스를 마무리하는 보이그룹을 만든 게 원탑. 기존 멤버 조세호, 양세형, 남창희, 유병재, 황광희, 하하, 유재석에 '놀면 뭐하니' 멤버 이이경을 합류에 8인조로 재편성했다. 주주 시크릿은 유재석이 휴대폰에 보관 중이던 미공개 곡을 현실화 시키는 프로젝트로, 여성 멤버 3명 중 이미주와 박진주가 듀오로 나섰다.
'놀면뭐하니' /사진제공=MBC
'놀면뭐하니' /사진제공=MBC
이에 따라 '놀면 뭐하니' 멤버 중 땡처리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 되지 못한 사람은 정준하와 신봉선. 공교롭게도 둘 다 희극인이라는 건 우연의 일치일까. 제작진은 정준하와 신봉선은 각각 매니저와 실장 역할을 맡을 거라고 예고했지만, 현실은 거리가 멀었다. 정준하는 멤버들이 안무 연습을 하는 것을 지켜만 보며 분량과 존재감이 실종됐고, 신봉선은 돌연 동민 엄마 부캐로 변신, 구내식당에서 멤버들의 밥을 차리는 신세가 됐다.

특히 신봉선의 부캐는 '놀면 뭐하니'에서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닌, 신봉선이 유튜브를 통해 꾸준히 선보이던 부캐로, 동민 엄마가 아들 동민의 자취방에 찾아가 반찬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담은 요리 콘텐츠 속 인물로 온라인상에서 이미 많은 사랑을 받는 캐릭터다.

결국 새로운 고민 없이 신봉선의 개인적인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 쓰는 것을 택한 '놀면 뭐하니' 제작진. 그러면서 방송에서는 직접 10명이 넘는 멤버들의 밥을 2시간 가까이 차리는 신봉선의 모습을 빠르게 편집해 보여주는 식으로 끝냈다. 주주 시크릿 멤버인 이미주, 박진주는 가녹음부터 안무 연습, 숏폼 영상 제작까지 비중 있게 다뤘는데 말이다.
사진=MBC '놀면뭐하니' 방송 화면.
사진=MBC '놀면뭐하니' 방송 화면.
꼭 주주 시크릿의 '밤이 무서워요' 노래가 듀오로 제작되어야 했을까. 여성 트리오가 됐으면 안 됐던 걸까. 신봉선은 개그우먼임과 동시에 가수이기도 하다. 송은이, 안영미, 김신영과 함께 그룹 셀럽파이브 멤버이기도 하고 부캐 캡사이신으로 솔로 음원까지 발매했다. 박진주가 합류하기 전에는 이미주, 유재석과 함께 '낙하'를 커버하는 등 가수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 노래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또 신봉선이 뻔하고 재미없는 '놀면 뭐하니'에 그나마 예능적 감각을 발휘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줄어든 비중이 아쉬움을 자아낸다. '진도준하를 찾아라' 편에서 미친개 형사로 분해 긴 레게머리에 검은 피부 등 파격적인 비주얼로 보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내는 데 성공했던 신봉선. 그래선지 신봉선에게만 유독 과한 분장과 캐릭터를 맡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걸그룹이 아닌 구내식당 아줌마로 몰아내면서까지 말이다.

'놀면 뭐하니'는 식상한 음악 프로젝트를 다시금 시작했다. 여전히 감이 없는 PD는 멤버들을 어떻게 써야 할지 조차 모르는 듯하다. 땡처리 엔터테인먼트가 싹쓰리, MSG워너비 등의 영광을 안기 힘들어 보이는 이유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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