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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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도쿄올림픽에 이어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현장 중계에서도 KBS와 함께한다. 도쿄올림픽 당시 ‘TMT(Too much talker)’가 아닌 ‘GMT(Good much talker)’가 되겠다고 했던 박찬호 해설위원은 “시대는 GMT를 원하고 있다. TMT는 그냥 박찬호였고, GMT는 ‘해설 박찬호’로 거듭나겠다”고 다시 한 번 공언했다.

3월 9일(목) 낮 12시 호주와의 예선 첫 경기로 중계 스타트를 끊을 박찬호 위원은 이번 WBC에 임하는 마음가짐이 어느 때보다 각별하다. 이미 대표팀의 미국 전지훈련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6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한국 대표팀 대 오릭스 버팔로스의 첫 평가전 현장도 직접 찾았다. 그는 대표팀을 향해 “WBC 예선 탈락, 올림픽 메달권 진입 실패의 아픔을 재현해선 안된다”며 “야구 팬들에게서 ‘옛날 선수들이 더 잘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달라졌다는 걸 보여주자”고 선배로서 묵직한 조언을 전했다. 다음은 박찬호와의 일문일답.


(사진=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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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국까지 직접 찾아가서 WBC 대표팀 상황을 체크하신 이유는.
들은 이야기와 직접 보고 느낀 건 또 다르다. 현지 날씨가 많이 안 좋더라. 현장에 가지 않으면 선수들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 수가 없다. 김하성 선수의 준비상황도 봤고, 선수들의 다짐과 각오를 체크하고 당부와 조언도 했다. 저는 이 팀이 이 시대에 맞는, 아주 짜임새 있는 대한민국 대표팀이라고 믿고 있다.

Q. 국가대표 시절의 박찬호를 회상한다면?
고향 집에 가는 것 같았다. 대표팀은 나에게, 평소 떨어져 살다가 명절 때 고향 가서 만나는 어린 시절 초중고 동창들과의 재회 같은 느낌이었다. 그들과 같이 태극마크를 다는 설렘이 있었고, 애정과 책임감도 커졌다. 또 우리가 선전한 경기들은 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기회였다. 지금도 그 시간들이 그립기도 하고 보람차게 느껴지기도 한다.

Q. 2006 WBC의 박찬호는 지금의 월드컵에서 손흥민 정도의 존재감 아니었나?
아니다. 그런 느낌은 전혀 없었다. 나는 그 때 한창 전성기가 아니었으니까. 하향세로 가는 길목에서 WBC 덕에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WBC가 내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기회였다. 그 때 다른 팀들도 ‘젊은 애들보다 힘없는 박찬호가 낫다’고 생각지 않았을까? 당시 이종범 대표팀 주장이 “국내파와 해외파의 갈등이 생기지 않게 팀워크를 잘 다져라”고 당부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메이저리거들을 불러서 잘 이야기를 했고, 그 결과 소통도 잘 됐고 분위기도 정말 좋았다.

Q. 2023년으로 돌아와서, 이번 대표팀의 실력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지금 우리 대표팀은 한국 야구의 실력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야 하는 중요한 ‘임무’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 일본 야구에 수준급 선수들이 엄청나게 많은 반면, 한국 야구는 다소 침체돼 있다. 지난 WBC 예선 탈락, 올림픽 메달권 진입 실패의 아픔을 재현해서는 안 된다. “옛날 선수들이 더 잘했다”는 말이 야구 팬들에게서 나오면 안 된다. 달라졌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Q. 그러기 위해서는 예선 1차전인 호주전을 반드시 이겨야 하는데.
야구는 투수 한 명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기도 한다. 그 투수의 뛰어남이 아니라, 컨디션과 집중력이 중요하다. 호주 리그가 한국보다 뒤처져 있지만, 투수 한 명 때문에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한국은 중국을 겨우 이긴 적도 있었다. 호주전 다음날인 한일전 승리도 중요하지만, 사실 호주전이 더 중요하다. 방심은 금물이다.

Q. 아까 말씀하셨듯 지금 일본에 스타 선수들이 많다. 1997~1999년의 박찬호가 지금의 일본 대표팀 오타니를 만난다면 어떻게 공략하실지 궁금하다.
늘 똑같다. 삼진아웃은 아닐지언정 아웃을 잡으려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 때의 제 볼을 칠 수 있을까?(웃음) 한일전은 선배들이 했듯이 하면 된다. 선수들도 선배들이 잘했던 경기들을 많이 봤을 것이다. 한일전에선 국민 전체가 같이 야구를 하게 된다. 그런 에너지가 받쳐주고 있다는 걸 믿고, 마음 놓고 하면 된다.

Q. ‘캡틴큐 매직’과 함께 ‘TMT’에서 ‘GMT’로 넘어가는 데 성공하셨다고 보나?
글쎄, 저는 늘 처음부터 GMT였는데 다들 TMT라고 하더라. 얘기하는 사람의 열정을 인내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귀가, 수용을 못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캡틴큐 매직’ 한 방으로 T를 G로 변화시키지 않았나. 시대는 GMT를 원하고 있다. TMT는 ‘그냥 박찬호’였고, GMT는 ‘해설 박찬호’로 거듭나겠다.

2023 WBC 한국 야구 대표팀은 3월 9일(목) 낮 12시 호주와의 예선 첫 경기로 대회를 시작한다. KBS에서는 박찬호X박용택 해설위원과 이광용 캐스터가 현장 중계를 맡으며, 경기 전인 오전 10시 40분 방송되는 ‘WBC 프리쇼’에는 방송인 김구라와 김태균X윤석민이 나선다.

한편, KBS는 3월 7일(화) 낮 12시 WBC 공식 평가전(2차) 대한민국vs한신 타이거스의 경기를 유튜브 KBS스포츠 채널과 KBS MyK로 생방송한다. 이날 중계는 이호근 캐스터, 장성호 해설위원, 일본야구 전문 한성윤 기자가 함께 한다.

유정민 텐아시아 기자 hera2021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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