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불후의 명곡' 방송 화면.
사진=KBS '불후의 명곡' 방송 화면.
KBS ‘불후의 명곡’이 공영방송 50주년을 기념하며 축제를 벌였다.

지난 4일 방송된 ‘불후의 명곡’ 596회는 ‘공영방송 50주년’ 특집으로 꾸며진 가운데 ‘딩동댕’,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65.8’, ‘머나먼 고향’, ‘행복을 주는 사람’, ‘손에 손잡고’ 등 총 6개 키워드에 맞춰 꾸려졌다. 이날 시청률은 전국 6.6%, 수도권 5.9%를 기록했다.

첫 번째 키워드 ‘딩동댕’은 1980년 11월 9일 첫 방송된 ‘전국 노래자랑’을 조명했다. ‘전국 노래자랑’의 MC 고(故) 송해는 생전 96세 당시 전 세계 최고령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등재됐을 만큼 ‘전국 노래자랑’의 상징과 같은 인물. 특히 방송에는 디지털 기술로 복원된 고 송해가 깜짝 등장해 기쁨과 그리움을 동시에 자극했다.

송해는 신동엽, 김준현, 이찬원 등 3MC와 시청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특히 송해는 초-고-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전국 노래자랑’에 출연해 깊은 인연을 가진 이찬원에게 "그새 듬직한 청년이 됐다. 내가 처음 만났을 때 네 이름을 듣고 '원 없이 찬란하게 빛이 난다'는 뜻을 가졌다고 했지? 네 이름 뜻처럼 지금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구나. 앞으로도 지금처럼 우리 가요 많이 부르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가수가 되거라"라고 덕담했다. 이에 이찬원은 “선생님 말씀대로 원 없이 찬란하게 노래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해 뭉클함을 자아냈다.

전국을 순회하며 방방곡곡의 예비 스타들을 만난 ‘전국 노래자랑’은 이찬원 외에도 박상철, 임영웅, 송가인, 별, 오마이걸 승희 등 굵직한 스타들을 다수 배출한 프로그램. ‘전국 노래자랑’이 낳은 또 다른 스타 송소희가 첫 무대에 올랐다. 송소희는 ‘몽금포 타령’을 통해 정통 국악의 소리를 들려줬고, 자작곡 ‘구름곶 여행’을 통해선 몽환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아티스트의 면모를 뽐내 이목을 끌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로 1983년 6월 30일부터 11월 14일까지 138일간 생방송으로 이어진 KBS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이 주제였다. 당시 1만여 건의 이산가족 상봉을 이뤄낸 KBS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분단 아픔을 치유하고 희망을 찾는 시간을 선사하며 공영방송의 가치를 발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무명 가수였던 설운도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잃어버린 30년’을 불러 일약 스타로 발돋움했다. 이에 설운도는 후배 이찬원과 함께 ‘잃어버린 30년’ 듀엣 무대를 펼쳤다. 설운도와 이찬원은 가족을 향한 그리움을 외치는 이 노래를 절제된 감정으로 불러내 더욱 짙은 슬픔을 자극했다. 설운도는 이 노래에 대해 “최단 기간 히트한 곡으로 기네스에 등재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당초 어부 아버지에 대한 노래였던 이 곡이 이산가족의 마음을 담은 노래로 바뀌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해 눈길을 끌었다. 설운도는 또 당시 가족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 임진강 철망에 마음을 담아 편지를 적었던 이야기가 담긴 ‘보랏빛 엽서’를 불러 듣는 이를 눈물짓게 했다.
사진=KBS '불후의 명곡' 방송 화면.
사진=KBS '불후의 명곡' 방송 화면.
’65.8’과 관련된 주제는 K-드라마였다. 1996년 첫 방송돼 대한민국 역대 최고 시청률인 65.8%를 기록한 KBS 2TV 주말 드라마 ‘첫사랑’을 통해 K-드라마의 시초를 짚었다. 이 밖에도 KBS가 탄생시킨 수많은 히트 드라마가 열거돼 추억을 소환했다. 이어 조항조는 ‘첫사랑’ OST인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와 자신의 곡 KBS 2TV 주말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 OST ‘사랑찾아 인생찾아’의 무대를 선보였다. 잔잔히 울려 퍼진 이 무대에 시청자들은 그 때 그 시절의 감성에 다시 한번 빠졌다.

이어 장민호가 자신의 신곡 ‘신발끈’ 무대에 올라 희망을 노래했다. 이후 3MC와 토크에 나선 장민호는 ‘KBS의 진짜 아들’이라 자신을 소개하며 KBS와 PD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장민호는 KBS ‘가요무대’ 피날레 무대에 섰던 때를 살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 꼽아 눈길을 끌었다. 또 장민호는 네 번째 키워드 ‘머나먼 고향’을 소개했고, 해외 동포와 근로자들을 위해 뜻깊은 무대를 만들었던 KBS의 발자취가 전파를 탔다. 장민호는 “해외 동포 및 근로자들을 위해 부르겠다”며 나훈아의 ‘머나먼 고향’을 선곡, 진한 향수를 자극하며 위로를 건넸다.

다섯 번째 키워드는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전국민을 배꼽 잡게 했던 KBS의 개그 프로그램이 주제였다. ‘영원한 영구’ 심형래가 출연해 3MC와 이야기를 나눴다. 심형래는 녹슬지 않은 개그감을 보여주며 웃음을 이끌었다. 심형래는 자신의 많은 캐릭터 중 “영구를 제일 좋아한다”며 “많은 분들이 만날 때마다 인상 안 쓰시고 항상 반갑게 맞아 주신다”며 미소 지었다. 심형래는 벤쳐스 악단의 ‘Guitar Man’, 행크 윌리엄스의 ‘Your Cheatin’ Heart’를 선곡, 편안하면서 미소 짓게 만드는 무대를 선보였다.

심형래에 이어 개그맨 군단 김원효-김태원-임재백-김원훈-조진세가 해바라기의 ‘행복을 주는 사람’으로 무대를 꾸몄다. 개그맨 5인방은 저마다 캐릭터를 뽐냈다. 김원효는 서태지, 김태원은 이영자, 임재백은 박찬호, 김원훈은 송승헌, 조진세는 봉준호로 분했다. 이들은 완성도 높은 하모니와 가창력으로 따뜻한 무대를 만들어 이목을 사로잡았다.

마지막 키워드는 ‘손에 손잡고’였다. 88올림픽과 함께한 KBS의 기록들이 시청자를 만났다. 코리아나 이애숙이 자리해 ‘손에 손잡고’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전하며 당시의 감동을 전했다. 특히, 이애숙은 코리아나에 대해 “한국이 어디인지 모를 때 태극기 달고 홍보대사로 활동했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더불어 “유럽에서는 코리아나를 ’아시안의 아바’라고 불렸다”며 외국 음악 차트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사실도 전했다.

뮤지컬 배우 군단 최정원-신영숙-손준호-민우혁은 김연자의 ‘아침의 나라에서’를 불렀고, 코리아나의 이애숙과 함께 ‘손에 손잡고’ 무대를 꾸몄다. 이들은 아름다운 하모니와 역동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뜨겁게 달구며 88올림픽의 영광과 KBS의 지난 50년을 축하했다.

이번 특집은 KBS가 공영방송으로서 50년의 역사를 일구기까지 시청자들과 나눈 희로애락을 추억하며 기념했다. 굵직한 스타들을 배출한 ‘전국 노래자랑’과 故 송해, 많은 국민들을 울린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세계 무대로 나아간 K-드라마의 시초, 해외 동포와 근로자들과 함께 했던 무대들, 개그 무대에서 국민들을 웃겼던 개그 프로그램들, 88올림픽과 함께한 영광의 KBS 역사를 다시 한번 소환시켰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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