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사' 주연 이보영 "높은 시청률에 '깜짝'"
"고아인의 독설에 대리만족"
"손나은·조성하와 재밌게 촬영"
"무서웠던 촬영장, 이젠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
배우 이보영.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이보영.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시청률이 제 예상보다 너무 많이 나와서 놀랐어요. 7~8% 나오다가 마지막에 10% 나왔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생각보다 가파르게 올라가서 '왜 이러지?' 싶었죠. 시청률이 나오면 감독님한테 '왜 이렇게 올라가는 거죠?'라고 톡하곤 했어요."

지난 2월 26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의 주인공 이보영의 시청자들의 사랑과 성원에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대행사'는 광고대행사가 있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분)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이보영은 VC그룹 카피라이터로 입사해 최초로 여성 임원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고아인을 연기했다. 이보영은 "처음에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이 드라마가 젠더 이슈나 젠더 갈등 구도로 두드러지진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사람이 성장해가는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남성 대 여성의 구도는 아니길 바랐다"고 말했다.

"저는 고아인과 공통점이 없어요. 그렇게 강박적으로 살고 싶진 않아요. 약한데 센 척하고 겉으로 포장하는 사람이 못 돼요. 하하. 아인이 항상 불쌍하고 안쓰러웠어요. 특히 불 꺼진 적막한 집에 혼자 들어가는 장면은 찍으면서도 싫더라고요. 공통점을 찾자면 외모가 닮았죠. 하하."
'대행사' 이보영. /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대행사' 이보영. /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회사나 조직 생활을 해본 적 없는 이보영. '대행사'를 통해 치열한 회사 생활을 간접 경험해보게 됐다.

"찍으면서도 감독님한테 '상상으로 만들어진 대본이 아니라 진짜 이렇게 해야 승진하는 거예요?'라고 물어봤죠. 저는 이렇게 정치질하는 것도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실제로도 그러냐고 물어봤죠. 조직 생활을 할 때 사람들이 아인이처럼 이렇게 내지르면서는 못할 거 같아요. 그래서 누군가에겐 판타지 같은, 아인이가 질러주는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나는 머릿속으로만 했던 말을 아인이는 입 밖으로 내뱉어주니 시원한 거죠.. 저는 찍으면서 '회사 다니기 정말 힘들구나', '하루하루 전쟁터가 맞구나' 생각했죠. 제 사회생활도 힘든데 조직 생활도 힘들구나 했죠."
'대행사' 이보영. /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대행사' 이보영. / 사진제공=하우픽쳐스, 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
이보영은 긴장감으로 몸이 경직되고 여유가 없는 사회 초년생의 풋풋한 모습부터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이뤄 여유와 당당함을 장착한 커리어우먼의 모습까지 외적인 모습에도 변화를 줬다. 고아인이라는 인물의 시간적 변화와 흐름에 차이를 두기 위해 열심히 길러온 긴머리를 망설임없이 잘라 짧은 단발 머리로 과감한 스타일링 변신까지 선보였다. 고아인이 완벽주의자인 만큼 야근이 끊이지 않아도 단정하고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보영은 여성 직장인들의 '워너비 스타일'을 선보였다.

"저희 스타일리스트와 스태프들과 저는 10년 넘게 일했어요. 대본 본 다음에 저는 맡기는 편이에요. 저는 잘 모르는 분야고 그분들이 전문가잖아요. 드라마 '마인' 때 스타일링도 좋았다고들 하셨는데 그땐 값비싼 옷이 많아서 사기 어렵잖아요. 이번에는 좀 더 접근하기 쉬웠던 오피스룩이라 더 관심 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이보영은 조성하, 손나은과도 즐겁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화기애애했던 촬영 현장에 이보영은 "드라마의 결과가 어떻게 나와도 이렇게 재밌게 찍었으면 된 거 아니냐 그랬다. 좋아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성하 선배님은 악역인데 미워 보이지 않더라고요. 미우면 그 사람이 보기 싫어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아요. 또 저는 악역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각자 위치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다른 거죠. 나은씨와 찍을 때도 재밌게 찍었어요."
배우 이보영.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이보영.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2002년 데뷔한 이보영은 "어떨 때는 데뷔해서 배우 생활을 해온 게 주마등처럼 지나갈 때가 있다. '잘 버텼다', '잘 버티고 있자' 생각한다"며 "아인이나 저나 사회 생활하는 모든 이들이 잘 버티고 있는 거지 않나"라고 말했다. 배우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것에 대한 만족도를 묻자 이보영은 "저는 감사하다"고 답했다.

"어릴 때는 도망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고, 현장 가기 무서운 때도 있었고, 잘 못하니 겁나는 때도 있었어요. 이 일이 나와 맞나 고민하던 시기도 있었죠. 생각해보면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멘탈이 흔들린 정도가 아니라 정신이 탈탈 털려서 내가 뭘 하고 사는지도 몰랐어요. 넋이 나가 있었죠. 나의 길이 아닌가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요즘 생각해보면 제가 연기하는 걸 좋아하는 거 같아요. 연기를 못해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 현장에 있는데, 현장의 그 공기가 좋더라고요. 살아있는 것 같았죠. 추워서 차에서 나가기 싫고 감독님께 혼날까봐 나가기 싫고 그랬는데, 현장 나가서 내가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게 감사하더라고요. 어느 순간 나 자신에게 '잘 버티고 있다'고 칭찬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도 잘 버티자 느껴요."
배우 이보영.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배우 이보영. /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가족'이 자신을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이보영. 연기를 진심으로 좋아하게 된 계기 역시 가족이었다. 이보영은 남편 지성과 연애 시절 일화를 꺼내놨다.

"연애할 때였는데 오빠(지성)를 만나서 작품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어요. 저는 현장 가는 게 무섭고 어떻게 연기할지 모르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너무 신나하는 거죠. 신나서 대본을 읽고 대본에 뭔가를 빽빽하게 써놨더라고요. 저는 준비해가도 카메라 앞에서 몸이 안 풀려서 버벅거리는데 '이 사람은 어떻게 저러지?' 신기했어요. 옆에서 관찰하면서 저도 변하기 시작한 것 같아요. 나도 저렇게 일이 재밌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지성과 사이에서 2015년생 딸, 2019년생 아들이 있는 이보영. 그는 "지금은 아이들이 8살, 4살이다. 시끄러운 상황에서도 대본에 몰입해서 본다. 그런 기술이 느는 것 같다"면서도 "아이들이 너무 빨리 큰다.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며 배우이자 엄마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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