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넷추리》
'멜로 특화' 송혜교, 다른 장르에서도 '재주꾼'
'더 글로리' 속 복수 연기에 쏟아지는 호평
배우 송혜교./사진=텐아시아DB
배우 송혜교./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넷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복수극으로 드러낸 송혜교의 낯선 얼굴이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를 통해 기존과 또 다른 연기를 선보인 것. 묵직한 파장을 일으키는 송혜교의 연기가 '더 글로리'의 전개에 설득력을 심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학교 폭력을 당한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복수극을 그리는 작품이다. '더 글로리'는 공개 3일 만에 2541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단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3위에 올라섰다.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에서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쿠웨이트, 싱가포르, 모로코, 홍콩 등 19개 나라의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더 글로리'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송혜교는 그간 멜로극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2000년대엔 드라마 '가을동화', '올인', '풀하우스', 2010년대엔 '태양의 후예', '남자친구',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 송혜교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우수에 찬 눈빛, 클래식한 분위기 등 송혜교의 멜로 연기는 발랄함과 서정성을 모두 갖고 있다.

이렇듯 송혜교는 멜로 장르에 특화되긴 했지만, 다른 장르에서도 숨은 재능이 있었다. 송혜교는 이전부터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왔지만 대중들이 실감한 건 '더 글로리'가 공개된, 뒤늦은 시점인 것. 송혜교의 연기 변곡점과 같았던 작품들을 살펴봤다. '그들이 사는 세상'(2008) | 웨이브, 쿠팡플레이
'그들이 사는 세상' 포스터. / 사진제공=KBS
'그들이 사는 세상' 포스터. / 사진제공=KBS
'그들이 사는 세상'은 방송사 드라마 제작국 사람들과 그 주변 인물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송혜교는 방송가에서 주목받는 새내기 드라마 PD 주준영을 연기했다. 대학 시절 사귀었던 정지오(현빈 분)와 같은 드라마국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데, 정지오가 연출하는 작품에 주준영이 지원하게 되면서 마찰을 빚는다.

정지오와 주준영, 일종의 사내연애를 그리는, 기본 틀은 멜로 작품이지만 그 안에는 인생에 대한 고찰이 담겨있다. 송혜교는 당시 여성 PD로서 가진 고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신껏 드라마를 만들며 당차고 거침없는 모습을 보였다. 극 중 남자친구에게는 불평도 애교도 솔직한 모습으로 사랑스러운 매력을 드러냈다. 일상의 한순간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짚어보는 내레이션도 덤덤하면서 유려하게 뱉어냈다. 송혜교는 보이시한 느낌을 위해 단발머리를 했는데, 당시 여성 시청자들이 따라 했다가 '낭패'를 보기도 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티빙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포스터. / 사진제공=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포스터. / 사진제공=SBS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유년시절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첫사랑에 실패한 후 의미 없는 삶을 사는 남자와 부모의 이혼과 오빠와의 결별, 갑자기 찾아온 시각 장애로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사는 여자가 만나 희망과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 송혜교가 연기한 오영은 이름뿐인 상속녀로 남지 않기 위해 운동, 경영 공부를 거르지 않는다. 갑자기 찾아온 시각 장애가 괴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24시간 철저히 자기관리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해 나가게 된다. 돈이 필요했던 오수(조인성 분)는 자신을 사라졌던 오빠라고 주장하며 오영을 찾아가고, 오영은 삶의 변화를 겪게 된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로맨스 안에 스릴러, 추리, 휴먼이 녹아있는 작품이다. 오수의 정체가 발각되기까지 아슬아슬한 순간들은 추리의 추리와 스릴러의 재미를 선사하고, 무색이었던 오영의 삶이 다채로워지는 모습은 뭉클함을 안긴다. 한 번도 자신을 찾아오지 않고 돌아가신 엄마,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비서, 돈을 노리고 비서와 작당해 자신과 결혼하려는 회사 본부장까지. 잔혹한 세상에서 위태롭게 서있는 송혜교의 모습이 저릿하다. 시각 장애를 겪고 있지만 모든 것이 두 눈에 다 보이는 것처럼 생활하는 오영. 남에게 허점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며 타인에게 더 차갑게 대하는 송혜교의 모습은 마음 속에 처연한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더 글로리'(2022) | 넷플릭스
'더글로리' 송혜교 캐릭터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더글로리' 송혜교 캐릭터 포스터./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는 학폭 피해자 문동은이 오랜 시간 준비해오며 가해자들에게 복수를 해나가는 이야기다. 학폭 피해를 당한 뒤 극단적 선택하려 했던 문동은은 학폭 주동자 박연진(임지연 분)과 다시 대면하겠다는 '꿈'을 꾸며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어 박연진 딸의 담임이 된다. 그러면서 학폭 가담자들부터 한 명 한 명 숨통을 옥죄어 간다.

'더 글로리'에도 멜로 라인은 있다. 문동은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던 주여정(이도현 분)이 공범이 되기를 자처한다. 하지만 부차적이다. 주는 송혜교의 복수극이다.

송혜교의 연기는 서늘하고도 단단하다. 자신을 갉아먹는 것처럼 보이는 복수를 실행해나가는 송혜교의 모습이 안쓰럽지만, 가해자를 향해 자비 없는 '칼날'을 들이미는 모습이 한편으론 통쾌하다. 차분하게 끝끝내 가해자들을 파멸로 내모는 송혜교의 복수가 '우아'하다. '가짜 웃음' 뒤에 감춘 그의 지독한 복수심이 시청자를 서글프게 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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