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캡쳐
사진=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캡쳐
배우 이혜리는 여리고도 강인했다.

KBS2 '꽃 피면 달 생각하고'가 종영까지 단 1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에서는 10년 전 아버지 죽음의 비밀과 이시흠(최원영 분)의 음모를 알아챈 강로서(이혜리 분)가 요동치는 감정선으로 안방극장에 먹먹한 울림을 전했다.

강로서는 아버지를 살해했던 범인인 잔나비가 이시흠이라는 사실에 분노로 눈시울을 붉혔다. 슬픔 속에서도 전모를 밝히고자 했던 강로서는 마침내 이시흠과 대면했고, 한낱 금주령 때문에 살육을 벌인 그의 당당함에 분노를 이기지 못한 채 온 몸을 떨며 오열했다.

강로서의 아픔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벗이라 믿었던 이표(변우석 분)마저 자신을 가두고 남영(유승호 분)을 추포해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배신감에 사무친 로서는 식음을 전폐한 채 "내가 굶어죽든 말든 발걸음하지 마십시오. 원하는 대로 죽은 듯이 지내드릴 것이니"라는 차가운 말로 그 심경을 드러냈다.

이표의 변심으로 궁에서 탈출한 강로서는 도주가 아닌 정면 승부를 택했다. 금란청과 금주령을 무너뜨림으로써 이시흠의 모든 것을 빼앗으리라 다짐한 강로서의 결연한 눈빛은 앞으로 남은 이야기와 복수의 완성을 향한 기대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처럼 이혜리는 생존을 위해 시작한 밀주꾼 생활부터 아버지의 원수와 만나기까지 모진 풍파를 겪는 강로서의 파란만장한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혜리는 진실을 아는 대가로 얻은 고통 속에서도 끊임없이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강로서의 격동적인 감정을 섬세하게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가슴 저릿한 감동을 선사했다.

최원영을 향해 복수의 칼날을 겨눈 이혜리의 마지막 이야기는 22일 밤 9시 30분에 방송되는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