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놀면 뭐하니?' 5인 체제 확정 뒤 무도 판박이 비판
박창훈PD 색갈 드러내야 반전
'놀면 뭐하니' 새 포스터 /사진제공=MBC
'놀면 뭐하니' 새 포스터 /사진제공=MBC
≪강민경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김태호 PD가 20년간 몸담았던 MBC를 떠났다. 그의 친정에서의 마지막 작품 '놀면 뭐하니?'엔 여전히 김태호 PD의 흔적이 가득하다.

김태호 PD는 지난달 17일 자로 MBC를 퇴사했다. 1월 15일 방송된 '도토리 페스티벌' 편을 끝으로 업무를 종료했다. 김태호 PD의 빈자리를 채운 건 '라디오스타' '전지적 참견 시점' 등을 연출한 박창훈 PD. 무한도전 출신이기도 한 박PD는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작품 등에서 자신만의 연출력을 보여주며 색깔을 드러냈기 때문.


그러나 아직까지 '놀면 뭐하니?'에는 김태호 PD의 색깔이 여전하다. 김태호 PD가 MBC를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무한도전'에서 물론 프로그램을 오랜 시간 이끌었던 김태호 PD 색을 금방 지운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다매체에 쏟아지는 프로그램에 길들여진 대중들이 국민MC 유재석 등 출연진만 믿고 박PD를 기다려 줄지는 더욱 미지수다. 이미 지난해 KBS가 유재석 원톱으로 꾸렸던 '컴백홈' 역시 부실한 기획력과 구태를 답습하다 대중의 외면을 받은바 있지 않은가.


참신함을 느끼기에는 박PD의 접근은 위험해 보인다. 놀면 뭐하니가 음악이나 떼몰이 예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 놀면 뭐하니의 성공비결은 유재석이 1인 체제의 참신함. 그를 뒤 받침 해주는 김태호 PD는 승부수였던 '부캐(부캐릭터)'였다.

유재석은 '놀면 뭐하니?'를 통해 '부캐' 부자에 등극했다. 그는 유고스타를 시작으로 유산슬, 유라섹, 닭터유, 유르페우스, 지미유, 카놀라유, 유야호 등 여러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유재석이라는 재능과 타고난 기획력의 조합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고, 예능계를 넘어 연예계 전반에 부캐 바람을 일으키게 됐다.
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놀면 뭐하니?' 방송화면 캡처
매주 새로운 방송을 내야 한다는 마감의 압박은 프로그램에는 독이 됐다. 유재석이라는 재능도 다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김태호 PD는 음악예능이라는 자신의 주특기로 돌아갔다. 이효리, 비가 등장했고 단골 소재인 90년대 가요들이 추억이란 포장지에 덮여 줄줄이 소환됐다. 대중들은 익숙한 포맷에 환호했지만, 달콤함은 지속되지 못했다.

'무한도전 가요제'와 비슷한 싹쓰리, 환불원정대, MSG워너비 등 음악 프로젝트가 줄줄이 나왔다. 하지만,익숙한 기획이 반복될수록 대중들의 관심은 줄어만 갔다. 김태호PD의 마지막 프로젝트인 도토페의 화제성은 싹쓰리 등과 비교해보면 쉬원치 않다.

박PD는 이런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MBC의 간판 예능'이라는 성배를 들었다. 하지만, 그의 성배 안에는 혁신과 참신보다는 안전과 과거의 답습이라는 물이 들어 있는 듯 하다.

박PD의 선택은 고정 멤버를 통한 캐릭터선의 복구다. 유재석 개인이 부캐를 통해 보여줬던 단선적인 갈등 구조의 한계를 봤기 때문일 터. 유재석 또한 "방송도 혼자 하는 게 너무 싫다. 나는 혼자서 절대 못 사는 스타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김태호PD도 지난해 8월부터 '놀면 뭐하니?+'라는 꼬리표를 달고 고정 출연자들이 합류하기 시작했다. 무한도전을 함께 했던 정준하와 하하. 타사 예능을 유재석과 함께하고 있는 미주 등 유재석 사단으로 익숙한 얼굴들이 줄줄이 등장했다. 캐릭터성이 살아나면서 이야기 구조가 다양해졌다. 하지만, 무한도전을 빼다 박은 듯한 형식에 팬들의 관심은 식어갔다. '무한도전' 포맷을 그대로 가져오는 느낌을 자아냈기 때문. '놀면 뭐하니?'만의 자체 콘텐츠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박PD는 최근 방송을 통해 이들을 고정출연자로 확정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인터뷰에서 2022년 새로운 멤버 충원할 뜻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현재 5인 체제에 에너지를 더해줄 캐릭터를 물색 중"이라며 "어떤 인물이 새롭게 합류할지 관심 갖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기대의 말을 전했다. 20년간 검증된 안전한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순간에도 '부캐' 부자 유재석의 모습에 신선함을 느꼈던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을 쉬이 떠나고 있다. 빠르게 달라진 '놀면 뭐하니?'의 노선에 불편함을 느끼기 때문.

박창훈 PD가 자신의 색을 어떻게 풀어낼지 지켜보는 것이 '놀면 뭐하니?'의 관전 포인트가 될 예정이다. 시청자들은 변화된 '놀면 뭐하니?'를 기다려 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듯 하다. '무한도전'은 소재 고갈, 멤버들의 논란 등으로 인해 종영을 맞았다. '놀면 뭐하니?'가 무한도전 시즌2가 된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 아닐까.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