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김태호 PD 홀로서기
유재석과 뜨거운 안녕
개그맨 유재석(왼쪽)과 김태호 PD/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개그맨 유재석(왼쪽)과 김태호 PD/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김태호 PD가 MBC를 떠나면서 15년 만에 방송인 유재석과의 작별을 고했다. MBC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를 통해 토요일 저녁 안방극장을 책임졌던 최고의 듀오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시청자들의 아쉬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2001년 MBC 입사한 김태호 PD는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회사를 떠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9월 공식 입장문을 내고 MBC 퇴사 소식을 밝힌 김 PD는 현재 방영중인 '놀면 뭐하니?'를 후배 박창훈 PD에게 맡기고 떠났다.

김 PD는 '놀면 뭐하니?'를 떠나는 순간까지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2021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놀면 뭐하니?'가 10관왕을 달성하는데 가장 큰 공헌을 쏟은 인물로 평가된다.

이에 김태호 PD는 올해의 예능프로그램으로 선정된 '놀면 뭐하니?'를 대표해 직접 무대에 올라 트로피를 받았다. 수상 직후 마이크 앞에 선 그는 "올해도 많은 일들을 한 것 같다"며 지난 1년을 되돌아봤다. 이어 "2001년 입사해서"라고 입을 뗐지만 감정이 북받쳐올라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잠시 뒤 그는 "지난 20년 중에 15년을 토요일 저녁 때 일했다"며 "그 시간에 항상 유재석님께서 같이 해주셔서 버틸 수 있었고 힘이 됐다. 존경한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같은날 대상을 수상한 유재석도 MBC를 떠나는 김태호 PD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김태호 PD가 저와 '무한도전', '놀면 뭐하니?'까지 함께했다. 김태호 PD가 없는 '놀면 뭐하니?'가 어떨지 걱정이 되는 동시에, 김태호 PD와 '무한도전'부터 지금까지 호흡을 맞춰왔던 추억들이 많이 생각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김태호 PD가 새로운 결정을 한 만큼 본인이 하고 싶은, 늘 응원하고 앞으로도 승승장구 하시길 바란다. 너무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유재석이 말한 것처럼 김태호 PD가 떠난 '놀면 뭐하니'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도 그럴것이 김 PD는 '국민 MC' 유재석을 가장 잘 활용하는 제작자 중 하나로 손꼽힌다.

김 PD는 매번 유재석을 매번 난처한 상황에 빠뜨려 웃음을 유발한다. 때로는 뻔뻔하게 몰아세우면서도, 때로는 타일러 그가 어떤 미션이든지 훌륭하게 소화하게 만들었다.

그는 또 데뷔 30년차 유재석에게 '유산슬'이라는 부캐를 안겨 트로트 신인 가수로 활동하게 하고, '연예대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게 했다. 자신은 '소속사 사장' 역할을 도맡으면서 유재석을 쥐락펴락했다. 그가 부캐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도록 나중에는 제작자 역할을 맡겨 그룹 싹쓰리, 환불원정대, MSG워너비 등을 탄생시켰다.

김 PD가 최고의 MC 유재석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던 이유는 그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 PD는 "최고의 연예인은 유재석", "앞으로의 프로그램은 유재석이 있는 프로그램과 유재석이 없는 프로그램으로 나뉜다" 등의 발언으로 '찐팬'을 자처했다. 유재석이 부캐로 활동할 때는 스스로 '소속사 사장' 역할을 도맡았다.

15년 동행으로 얻은 두 사람의 남다른 케미도 '놀면 뭐하니' 시청자들의 관전포인트였다. 최근 방송인 정준하, 하하, 신봉선, 가수 이미주 등과 함께 패밀리십을 내세우고 있지만 "유재석 혼자 나올 때만 못하다"는 평가도 받는다. 물론 김태호 PD와 유재석이 다른 콘텐츠를 통해 재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가 처한 가장 큰 숙제는 그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김태호 PD가 떠난 뒤 가장 처음 선보이는 '도토리 페스티벌' 역시 그의 색채가 많이 담겨있는 콘텐츠다. 출연진만 달라졌을 뿐 과거 '무한도전'에서 흥행시킨 '토토가'를 빼다박았다.

MBC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김태호 PD 역시 새롭게 증명해야 할 위치에 놓였다. 김 PD는 앞서 가수 비, 방송인 노홍철과 손잡고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를 선보였지만 '표절 논란' 등 잡음을 일으켰다. 넷플릭스 일일 시청자 1위 등 성적도 준수하지만 화려한 이름값에 비하면 아쉬운 상황이다. 그가 말한 것처럼 '유재석 없는 프로그램'으로도 당당히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오롯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