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해각' 기자간담회
"해각=새 뿔 돋아난다는 뜻"
"보편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이야기"
'기억의 해각' 강상준(왼쪽부터) 문근영, 이웅희 PD, 조한선/ 사진=KBS2 제공
'기억의 해각' 강상준(왼쪽부터) 문근영, 이웅희 PD, 조한선/ 사진=KBS2 제공
KBS2 드라마 스페셜 2021 '기억의 해각'이 올한해 단막극 시리즈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24일 오후 '기억의 해각'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됐으며 이웅희 PD, 배우 문근영, 조한선, 강상준이 참석했다.

'기억의 해각'은 알콜릭('알콜중독'의 다른 말)이던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간호하던 아내가 도리어 알콜릭이 돼 치유되지 못한 상처 속을 헤매다 미지의 소년을 만나 남편에 대한 사랑, 그 지독한 감정과 이별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이날 이웅희 PD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당연히 대본이 좋았다. 접한지는 꽤 됐는데 망설였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있었다. 감정적으로 많은 변화와 깊이를 보여줘야해서 나같은 초보 감독이 감당하기에 힘들다고 생각했다"면서도 "대본이 계속 눈에 밟혀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침 좋은 배우들을 만나서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PD는 "1년에 두 편이나 하게 돼서 기회를 준 회사에 감사하다"며 "배우들이 굉장히 많은 노력과 수고를 아끼지 않아주셨다. 이 분들이 잘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려고 했다. 촬영지가 강원도고 날씨도 변화무쌍했는데 감정신이 많아서 주변 상황에 영향을 받을 것 같았다. 집중할 수 있게 변수를 만들지 않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제목의 의미를 묻자 이 PD는 "나도 '해각'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봤다. 새 뿔이 돋아난다는 의미인데 등장 인물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세 명의 인물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며 "기억과 많은 연관이 있다. 제목을 봤을 땐 모르시겠지만 나중에 '이래서 기억과 해각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구나'라고 생각하실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영문 제목도 'Abyss(심연)'이다. 작가님이 쉽게 빠져나오기 힘든 감정의 수렁을 의미로 담으셨다고 했다"며 "우리 드라마와 맞는 것 같다.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기억과 감정에 얽메인 상황들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라 그런 제목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본을 잘 써주셔서 좋은 배우들에게 간택을 받았다"면서도 "문근영 선배를 보통 발랄한 이미지로 기억하더라. 그런데 나는 '가을동화' '명성황후' 같은 곳에서 봤던 서글픈 인상이 남아있었다. 은수 캐릭터를 잘 소화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조한선 선배는 눈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석영 캐릭터에 많은 게 담긴 눈빛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조한선 선배가 꼭 해주셨으면 했다"며 "강상준은 너무 점잖아서 까불까불한 해각과는 안 어울리는 것 같았다. 한 번 더 만났을 때 순간순간 내가 생각한 이미지와 맞아서 하게 됐다. 더할 나위 없었다"고 덧붙였다.
'기억의 해각' 문근영/ 사진=KBS2 제공
'기억의 해각' 문근영/ 사진=KBS2 제공
문근영은 오은수 역을 맡았다. 2년 만에 노개런티로 안방극장에 복귀한 문근영은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됐다. 다 읽고 났을 땐 내가 이미 엉엉 울고 있었다. 이 작품은 꼭 내가 해야겠다, 하고 싶다, 잘 표현해서 내가 느낀 감정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생각을 들게 했다"고 말했다.

연기 변신을 예고한 문근영은 "연기를 하는 순간부터 변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어떨 때는 미미하게 보여지고 어떨 때는 과감하게 보여지는 것일 뿐, 연기를 하면서는 늘 성장하고 싶고 변화하고 싶었다"며 "이번에는 확실히 과감한 선택을 했다. 그럴 수 있었던 힘은 은수라는 캐릭터와 대본이었다. 흡인력이 있었고 문학적이었고 그 안에서 은수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었다. 이 감정을 시청자에게 똑같이 전달할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았다"고 밝혔다.

잦은 감정신의 어려움을 묻자 그는 "감정의 기복과 낙차가 큰 역할이라 촬영 전에 걱정도 하고 긴장도 했다. 짧은 촬영임에도 스태프 분들, 배우분들이 좋은 에너지를 내주고 많이 친해져서 연기하기가 편해졌다. 힘들고 고통스럽게 느껴지기보다는 즐겁고 잘해내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한선과 찍을 때는 피튀기는 현장이었고, 강상준과 찍을때는 꽁냥꽁냥한 현장이었다. 전반적인 분위기가 참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에 조한선은 "우리가 알콜릭에 대한 드라마인데 술을 한 잔도 못 마셨다. 한잔씩 하면서 이야기도 하고 그랬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기억의 해각' 조한선/ 사진=KBS2 제공
'기억의 해각' 조한선/ 사진=KBS2 제공
조한선은 오은수의 알콜중독 남편 정석영으로 분한다. 그는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시적인 대사가 너무 좋았다. 고통 속에서도 아픔, 욕망이 보였다. 희노애락이 다 들어가있어서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내면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선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짧은 작품인데도 굉장히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느낄 정도로 (역할에) 빠져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근영과 첫 작품인데 너무나 좋았다. 덕분에 나도 캐릭터에 빠질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며 "감정 변화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덧붙였다.

강상준은 미지의 소년 해각을 연기한다. 방송 데뷔작을 만난 그는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은 아직 아니다. 날 선택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아직 열심히 오디션을 보는 신인이다. 이번 작품의 의미를 주변에서 만들어줬다. 따뜻하고 행복한 기억이 많다. 앞으로 활동하면서 첫 작품에 대한 의미가 풍성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첫 작품을 마친 소감에 대해 "즐거웠다. 기가 죽지 않고 준비한 걸 할 수 있게 문근영 선배님이 되게 많이 믿어주셨다. 감독님도 발연기를 해도 편집으로 만들어주겠다고 따뜻하게 말해주셨다"며 "조한선 선배와 꼭 같이 하고 싶었는데 만나는 장면이 많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요구한 소년미, 엉뚱함, 발랄함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알콜 중독 소재에 대해 이웅희 PD는 "보편적으로 겪을 수 있는 슬럼프일 때 이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잘못을 반복하게 되는 경험이 누구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며 "술 자체가 쉽게 접할 수 있다. 평범한 사람이 알콜 중독으로 빠지게 만드는 상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피폐한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에 배우들이 고생을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정도는 너무 심하다고 할 정도로 분장을 부탁했는데 본인들이 괜찮다고 하셨다. 나중에는 내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할 정도로 비주얼적 요소를 잘 살리려고 했다"며 "알콜중독자가 불안하고 초조하고 공격적일 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호흡보다는 조금 더 갑작스러워도 될 것 같고, 배우들이 조금 더 표현해줘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문근영은 조한선과의 호흡을 묻자 "눈을 보면 이미 석영이고 나도 자연스럽게 은수가 됐다"며 "죄송하지만 평소에 부를 때도 '여보'라고 부르는 게 익숙했다. 내 노력보다 눈만 봐도 자연스럽게 감정이 되 연기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배우로서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조한선은 "문근영과 첫 작품안데 왜 문근영이라는 배우 앞에 '연기'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알게 됐다. 석영이가 될 수 있게 도와줘서 고맙다. 문근영이 이 드라마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가 관전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강상준은 "조한선과 정말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장면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같은 남자고 신인이라 친근하게 다가가기가 어려웠지만 친절하게 잘 대해주셨다"며 "문근영은 리드를 잘해주셨다. 첫 촬영부터 귀엽게 봐주셔서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셨다"고 회상했다.
'기억의 해각' 강상준/ 사진=KBS2 제공
'기억의 해각' 강상준/ 사진=KBS2 제공
단막극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 문근영은 "좋은 대본, 좋은 인재, 신선한 시도가 있었다. 함께하면서 다시금 열정을 배웠다"고 했다. 조한선은 "아주 디테일했다. 짧은 시간동안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공부도 했고, 배우끼리 주고받는 호흡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강상준은 "데뷔작을 KBS 단만극으로 하더니 평생 잊지 못할 몬캄 기분이 좋다"며 "한번은 단만극에 출연해보고 싶은 생각을 어렴풋이 했는데 이렇게 데뷔하게 돼서 행복하고 몸둘 바를 모르곘다"고 말했다.

'기억의 해각'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냐는 물음에 이웅희 PD는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한계가 있고 능력이 출중한 게 아니다"며 "힘든 시기를 지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다. 그런 시기를 잘 지날 수 있도록 주인공을 보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PD는 "우리 현장에는 적토마가 있는데 여러 마리가 있다. 연출 입장에서 편안하다는 이야기를 자주했다.며 "각자 역할을 잘해주셔서 배우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한선은 "우리 드라마로 문근영이 복귀한다. 그동안 숨겨왔던 발톱을 확인하시길 바란다"며 "또 한 명의 신예를 얻었다. 보는 재미, 듣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디테일한 연출도 있고, 나도 나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문근영은 "은수가 알콜 중독이지만 석영에 대한 사랑이 중독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랑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랑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억의 해각'은 24일 오후 11시 25분 방송된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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