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클' (사진=방송 화면 캡처)
'엉클' (사진=방송 화면 캡처)



제복을 벗은 전혜진의 말간 얼굴이 돋보인다.


TV조선의 토일미니시리즈 '엉클'에서 전혜진은 최근 몇 년 동안 도맡아온 전문직 여성이 아닌, 평범하고 일상적인 싱글맘 '왕준희'를 연기하고 있다.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며 반찬가게에서 일하는 준희는 아들과 함께 치킨에 사이다 한 잔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 하는 보통 사람이다.

알고 보면 준희도 평범하지는 않다. 부자 남편(윤희석 분)과 시모(송옥숙 분)에게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그는 자료를 모으고 모아 양육권을 빼앗고 아들 지후(이경훈 분)와 둘이서 야반도주했다. 시모인 화자는 지후가 음악학원을 다녔다는 사실에 분노해 지후와 준희 모자를 죽도록 때리고 병원에도 보내지 않았다.

그 집을 탈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시련은 끊이지 않는다. 지후는 신발이 한 켤레 밖에 없고, 의지할 데라곤 10년 동안 연락 끊긴 채 살아온 동생 준혁(오정세 분)뿐이다. 임대아파트 차별을 당하고, 지후 역시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며, 맘블리들에게 찍혀 반찬가게에서도 해고 되었다. 알콜중독에 시달리던 엄마의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 어린 동생을 키워야 했던 어린 시절도 있다.

하지만 준희는 그 모든 것들이 별 거 아니라고 말한다. 1도 무섭지 않다고. 준희에게 무서운 것은 딱 하나다. 바로 아들 지후의 불행이다. 지후의 음악노트에서 죽고 싶다는 가사를 본 그는 충격을 받고 12년 만에야 이혼을 결심했다. 돈이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준희는 그 외 다른 것들은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되뇌이고 또 되뇌인다.


준희는 이전에 전혜진이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결을 달리한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전성시대', '백두산',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 '비밀의 숲2' 등 최근 몇 년 간 그는 강단 있고 단호한 성격의 전문직 여성을 주로 연기해왔다. 전혜진의 이름 앞에는 '카리스마', '걸크러시'라는 수식어가 자주 붙었고 이를 동경하는 2-30대 젊은 여성들의 워너비로도 손꼽히며 팬들도 많이 생겼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 전혜진이 연기하는 준희는 부드러운 말투, 따듯한 눈빛을 지닌 인물이다. 가진 것도 없고 약점도 많으며 여리고 약하다. 하지만 준희에게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어떤 것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돈 많고 힘센 시모와 남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고 빽 있고 권력 있는 맘블리에게도 맞설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왕준희는 전혜진이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강하고 단단한, 진짜 '쎈캐'인 것이다.

외유내강 그 자체인 '왕준희'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전혜진. 그의 도전과 새로운 시작에 많은 시청자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신지원 텐아시아 기자 abocat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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