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까까오톡≫
KBS 드라마, 반복되는 코로나 악몽
대책은 없고 말 뿐인 사과 언제까지?
'신사와 아가씨'(왼쪽)와 '국가대표 와이프' 포스터/ 사진=KBS 제공
'신사와 아가씨'(왼쪽)와 '국가대표 와이프' 포스터/ 사진=KBS 제공
≪정태건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방송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신랄하게 비판합니다.

KBS 드라마, 1년째 대책은 없고 은근슬쩍 퉁치는 사과

KBS 드라마 촬영장에 또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등장했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촬영하고 있다지만 지난해부터 반복되는 확진자 발생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KBS가 방영 중인 5편의 드라마 중 단막극을 제외한 4편의 드라마 촬영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촬영을 중단했다.

KBS2 월화드라마 '연모'는 지난 7월 야외 촬영에 참여한 보조출연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녹화를 중단했다. KBS2 일일드라마 '빨강구두'도 지난 8월 확진자 발생으로 촬영을 멈춘 바 있다.

KBS2 주말드라마 '신사와 아가씨'는 최근 스태프 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아 촬영을 중단하고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시청률 30%가 넘는 인기작이라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검사 결과 전원이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17일 촬영을 재개해 한숨을 돌렸다.

KBS1 일일드라마 '국가대표 와이프'도 배우 윤다영과 스태프 1명이 코로나 19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아 촬영을 멈춘 상태다. 검사 결과에 따라 촬영 재개 시점이 결정될 예정이다.

17일 첫 방송될 예정이었던 새 수목드라마 '학교 2021'는 주연 배우 김요한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첫 방송을 일주일 연기하는 불상사를 빚기도 했다. 결국 스페셜 방송을 긴급 편성했고, 첫 방송은 오는 24일로 결정됐다. 이날 예정됐던 제작발표회 역시 같은 날로 미뤄졌다.

이외에도 '도도솔솔라라솔', '안녕? 나야!', '그놈은 그놈이다', '속아도 꿈결', '오케이 광자매' 등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방영한 드라마 대부분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7월에는 KBS 드라마 센터장도 양성 판정을 받는 등 방송사 전체에 빨간불이 켜졌다.
첫 방송을 한주 미룬 '학교 2021' 포스터/ 사진=KBS 제공
첫 방송을 한주 미룬 '학교 2021' 포스터/ 사진=KBS 제공
이처럼 반복되는 상황에도 KBS는 "정기적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방역, 발열체크를 하면서 촬영을 진행해 왔다"며 "향후에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꾸준히 상황을 살펴나가도록 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를 내놓고는 있지만 재발 방지에 대한 대응책은 전혀 없다. 오히려 최선을 다해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가 강하다.

물론 드라마 촬영장은 방역 관리망에 구멍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수많은 출연진과 제작진, 관계자들이 모인다. 특히 배우들은 촬영 도중 마스크를 착용할 수 없고, 실내 촬영을 할 때면 많은 인원이 밀폐된 공간에서 오랜 기간 함께 있게 된다. 코로나19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현장이다. 다른 방송사도 비슷한 실정이기에 촬영장에서 확진자가 자주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는 국가 재난 주관 방송사다. 코로나19 위기에도 확산 방지를 위한 공적 책무를 도맡아왔다. 국민들에게 철저한 방역에 힘써달라고 촉구하는 방송사가 정작 1년 넘게 자신들의 방역 구멍을 메우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KBS는 현재 다른 방송사보다 많은 드라마를 방영 중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선보이는 드라마마다 코로나19로 발목을 잡히고 있어 재발 방지가 시급한데도 감감무소식이다.

잦은 결방과 지연 편성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어기는 행위라는 걸 간과한 걸까. 피해는 고스란히 시청자들의 몫이다. 대책은 없고 말 뿐인 사과를 언제까지 용인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프로그램 앞에 붙이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면서 촬영했습니다'라는 자막에 대해 깊은 책임감과 무게감을 절실히 느껴야 할 때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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