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건의 오예≫

오늘, 주목할 만한 예능
이진호, '아형' 구출할 수 있을까
'아는 형님' 이진호/ 사진=JTBC 캡처
'아는 형님' 이진호/ 사진=JTBC 캡처
≪정태건의 오예≫
'콘텐츠 범람의 시대'. 어떤 걸 볼지 고민인 독자들에게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가 '예능 가이드'가 돼 드립니다. 예능계 핫이슈는 물론, 관전 포인트, 주요 인물,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낱낱히 파헤쳐 프로그램 시청에 재미를 더합니다.

'아는 형님' 이진호는 '런닝맨' 양세찬·전소민처럼 될 수 있을까?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의 침체기가 길어지는 가운데 제작진이 새로 꺼내든 카드마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하며 분위기 반전을 꾀한 시도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앞서 비슷한 전략을 관철시켰던 SBS '런닝맨'과는 상반된 분위기다.

'아는 형님'은 최근 300회를 맞이하며 인력 충원을 감행했다. 2016년 3월 이상민을 영입하면서 강호동, 서장훈, 김영철, 이수근, 김희철, 민경훈 등과 7인 체제를 구축한 뒤 5년여 만에 개그맨 이진호를 새롭게 합류시켰다.

그의 투입은 때마침 변화가 필요했던 '아는 형님'의 히든 카드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진호는 그간 게스트로 총 4차례나 '아는 형님'에 출연했고, 그 중 올해에만 두 번 등장해 기존 멤버들과 자연스러운 케미를 선보였다. 지난 7월 미국에 다녀온 김영철의 빈 자리 역시 그가 메웠고, 당시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검증된 카드였다.

특히 이진호는 거침 없는 입담으로 '아는 형님' 전성기를 열었던 초창기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는 기대주로 지목됐다. 그는 날 것 그대로의 애드리브, 뜬금 없지만 확실한 웃음을 주는 개그 스타일을 지닌 예능인이다. 과거 '아는 형님'이 학교 콘셉트로 바꾼 뒤 게스트를 거침 없이 조롱하고 적재적소에 상황극을 가미해 큰 웃음을 만들어냈던 패턴과 비슷한 결을 지녔다. 수년째 호흡을 맞추는 기존 멤버들과의 호흡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적었던 이유다.

하지만 이진호 홀로 '아는 형님' 부진의 고리를 끊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가 처음 고정 멤버로 합류한 304회 시청률은 2.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전주 대비 상승한 수치지만 극적인 반전은 없었던 셈이다. 최신 회차 역시 2.3%로 비슷한 수준이다.

새 멤버 합류에 대한 즉각적인 효과를 보진 못했지만 아직 성공 가능성은 남아 있다. 앞선 '런닝맨'의 성공 사례를 교훈 삼으면 '아는 형님'도 다시 우뚝 일어설 수 있다.
개그맨 이진호, 양세찬, 배우 전소민/ 사진=텐아시아 DB
개그맨 이진호, 양세찬, 배우 전소민/ 사진=텐아시아 DB
'런닝맨'은 2017년 개그맨 양세찬과 배우 전소민을 투입하며 8인 체제를 완성했다. 당시 국내에서 인기가 가라앉았던 '런닝맨'은 멤버 교체라는 '초강수'를 논의할 정도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이를 잠재우기 위해 메인 PD를 교체하고 양세찬, 전소민을 합류시켰다.

'런닝맨'은 유재석, 지석진, 김종국, 하하, 송지효, 이광수 등 기존 멤버들간 팀워크가 워낙 끈끈했던 터라 새로운 출연진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쏠렸다. 두 사람은 앞서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지만 일부 출연진의 하차설이 제기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라 크게 환대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제작진은 양세찬과 전소민을 과감히 투입했다. 초반에는 기존 멤버들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두 사람 모두 살신성인 활약하며 활력소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후 시청률도 오름세를 보이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메인 MC 유재석이 두 사람의 합류 1주년에 "'런닝맨이 가장 힘들 때 들어온 복덩이들"이라고 극찬할 정도로 눈부신 활약이었다.

2010년 첫 방송된 '런닝맨'은 '아는 형님'과 마찬가지로 7년차에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프로그램에 완전히 녹아든 두 사람은 현재도 주축 멤버로 활약 중이다. 특히 배우 이광수가 하차하면서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기존 멤버들과 합심해 빈 자리를 말끔히 메우고 있다.

'런닝맨' 역시 '아는 형님'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와 비슷한 고민을 가졌다. 부진의 원인은 반복되는 웃음 패턴이 뻔하고 지겹다는 점이다. 시청자들도 예측 가능한 장면이 이어지니 새로운 인물이 온다고 해도 전혀 신선하지 않다. 이에 '런닝맨'은 새로운 상황과 멤버들간 관계성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했다. 멤버들간 케미가 물 올랐을 땐 과감히 게스트들을 빼버리기도 했다.

이에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했던 '아는 형님'도 13일 방송에서 '형님 학교 가을 축제'라는 명목 아래 출연진의 지인들을 모두 불러모으는 시도를 했다. 형식의 변화 없이는 아무리 뉴 페이스라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모양새다.

'아는 형님'은 앞서 '런닝맨'이 부진의 늪을 빠져나갔던 길을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멤버들간 케미는 유지하면서도 매번 다른 상황에 그들을 몰아넣어야 식상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제야 비로소 이진호도 양세찬, 전소민이 그랬듯 프로그램을 구할 소방수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제작진은 그가 마음껏 뛰어놓을 새 무대를 마련할 의무가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정태건 텐아시아 기자 bigg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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