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쓰릴 미>│당신의 통장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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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조명 위로 두 남자의 실루엣이 그려진다. 망원경을 목에 걸고 노트와 펜을 쥔, 남색 수트의 바지단을 곱게 두 번 접어올린 그 남자, ‘나’다. 그런 남자를 다섯 걸음 뒤에서 지켜보는 또 다른 남자, ‘그’. 어깨가 한층 부각된 감색 수트를 입은 ‘그’가 말한다. “멍청한 새나 보고.” 아아,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려왔던 문제적 뮤지컬이 돌아온 것이다. 1924년 시카고에서 벌어진 실제 살인사건을 소재로, 모든 것을 가졌지만 한없이 외로웠던 두 소년의 이야기를 단 한 대의 피아노 선율에 의지한 채 위태롭게 풀어내는 작품, (thrill me)가.

누가 뭐래도 2010년 의 핵심은 돌아온 초연멤버 최재웅김무열이다. 3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5000석 가량의 좌석을 모두 매진시켜버린 이들에게선 몇 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이의 여유로움이 무대 곳곳을 채운다. 최재웅의 ‘나’가 김무열의 ‘그’ 옆에 조신하게 앉는 순간 무대엔 그들만의 속삭임으로 가득 차고, 자칫하면 밋밋하게 보일 얼굴에 조명을 드리우면 ‘나’가 몰래 감춰두었던 마음의 소리도 들린다. 최재웅-김무열이 어떤 지점을 초월한 서른셋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남성성의 극치 최수형-최지호에게선 모든 것에 심각한 스물아홉의 두 남자가, 김재범-조강현에게선 상처 입고 흔들리는 스물다섯 즈음의 남자가 서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나이가 캐릭터의 나이와 가장 비슷한 김하늘과 지창욱에게선 아직 우유냄새가 난다. 조금 큰 아빠의 양복을 꺼내 입고 어른 흉내에 심취한 열일곱의 철없는 남자 둘. 제작사에서는 “가 여성들만, 마니아만 보는 작품으로 인식되지 않길 바란다”고 신신당부 하지만 이토록 매력적인 남자 배우로 가득한 이 작품, 여성관객의 ‘쓰릴’해진 통장을 제물 삼은 작품이 분명하다. 동참하고 싶은가? 5월 14일부터 11월 14일까지 신촌 더 스테이지에 마음껏 당신의 통장을 바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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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경진 three@
사진. 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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