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터스 컷>│하림과 하라와 강아지

“형, 오늘 스타일 빈티지야!” 나뭇결처럼 편안한 모직 바지차림에 모자를 깊게 눌러 쓴 하림이 들어서자, 카페 ‘디디다’의 풍경은 비로소 완성된다. 오래된 것들과 갓 지은 것들이 사이좋게 어울린 이곳은 출연진이 감독이 되어 직접 찍은 미니 다큐멘터리에 어울리는 배경 음악을 손수 제작하는 종합 예술 리얼 프로그램 M.net <디렉터스 컷>의 사랑방이자, 방송의 핵심인 ‘자작곡’이 탄생하는 예술의 인큐베이터다. 윤종신과 함께 이곳에서 손님을 맞고 노래를 만드는 하림의 모습은 마치 정물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물론, 그가 “응, 나 오늘 완전 빈티야”라고 엉뚱한 엄살을 부리기 직전까지만 말이다. 스태프들의 웃음이 터져 나오는 그 순간, 카페의 구석이 부산스럽다. 이곳의 터줏대감인 포메라니안 부부를 발견한 미료는 연신 “귀엽다!”를 연발하며 어쩔 줄을 모르고, 옆에 있는 구하라와 강아지가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제아는 강아지 뒤를 따라다니며 “하라야-”하고 불러댄다. 그 사이 진짜 하라는 ‘아이돌 최강의 친화력’을 발휘해 카페 주인아저씨와 강아지들의 신상정보에 대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 두 살 반이라구요? 저도 예전에 강아지 키웠던 적 있거든요.”

왁자지껄한 소란이 잦아들기 위해서는 특별한 신호가 필요하지 않다. 그 흔한 슬레이트 소리도 등장하지 않는다. 건반에 손을 올린 제아가 영화 의 삽입곡인 ‘할렘 블루스’를 부르기 시작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 하림은 하모니카를 꺼내고, 윤종신은 기타를 집어 든다. 그리고 스태프들은 이 자연스러운 시너지를 말없이 카메라에 담는다. 노래가 끝나자 “역시 연륜에서 나오는 음색!”이라는 농담 섞인 칭찬이 이어지고 어느새 다섯 명의 아티스트는 나이를 초월한 수다 삼매경으로 빠져든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번엔 구하라가 노래를 부르면 제아가 반주를 맞춰 주기도 하고, 갑자기 박정현의 노래 메들리가 이어지면 조용히 스태프가 가사를 적어서 건네주기도 한다. 소중한 겨울밤의 추억처럼 포근하고 알찬 시간임에 틀림이 없지만, 문득 걱정이다. 한 순간도 놓치기 아까운데, 대체 PD님은 이걸 어떻게 편집 하시려나. 역시 ‘디렉터스 컷’을 기다려 보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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