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수트를 차려입은 우진(이태성)과 곱게 화장을 한 미나(이다인)가 나란히 앉아 있다. 게다가 장소는 상계동에 위치한 호텔의 스카이라운지 커피숍. 누가 봐도 맞선을 보는 선남선녀 같지만, 사실 이들은 오늘의 주선자다. 마주 앉은 호태(강인)와 장여사(김희원)까지 4명은 결혼 정보회사 ‘웨딩 팩토리’의 특별회원 전담팀 ‘ZERO’의 직원들로서 매주 하자 있는 회원들의 매칭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더구나 오늘의 맞선남은 샤프한 외모와 달리 건장한 동생들을 잔뜩 거느린 ‘형님’이라니, 이들의 험난한 앞날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러나 드라마 속의 고생담과 달리, 촬영이 진행되는 현장은 더할 나위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등장하면서 현장의 모두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이다인은 옆에 서 있는 취재진에게 초콜릿을 나눠 줄 정도로 상냥하고 친절하다. KBS <그들이 사는 세상>의 김군을 떠올리면 “드십쇼.”라고 툭 내뱉을 것 같은데, 예쁜 아가씨 미나가 된 그녀는 얼굴이 좋아졌다는 칭찬에 “<그사세>때는 남자 옷을 입어서 더 왜소해 보였나 봐요. 호호호”라고 웃으며 숙녀처럼 입을 가린다. 반면 쉬는 시간에도 잡담이 많지 않은 이태성은 테이크마다 고민한 애드리브로 상황에 활력을 더하고, 뮤지컬 배우 출신의 김희원은 소프라노로 하품을 하는 등 끊임없이 촬영장에 작은 재미를 준다. 그런가 하면 강인은 NG를 내자 “아이, 이미 제가 알고 있는 상황이라 놀란 표정 짓는 걸 깜빡했어요.”하는 특유의 애교로 웃음을 자아내고, 그런 강인을 “영운아”하고 부르는 노종찬 감독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현장의 스태프들을 독려하며 찍고 또 찍는 강행군으로 연출에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 급기야 사다리가 올라가고 샹들리에 사이로 부감 샷을 위한 카메라가 설치되는 순간, 제작진이 다가와 슬쩍 푸념을 가장한 자랑을 한다. “일정이 바빠서 아직 전체 회식도 한번 못했어요. 그런데 이정도의 호흡입니다.” 하자 없는 제작진들이 만드는 드라마 <하자 전담반 제로>는 매주 토요일 자정, MBC 드라마넷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늘 현장의 한마디 : “나… 얼굴 좀 두드려 주세요”

스모키 화장을 한 듯 깊은 눈매의 형님이 나지막하게 “묻어버려” 명령을 내리자 마주앉은 맞선녀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한다. 곁에 도열하고 서 있던 ‘동생들’이 꾸벅 인사 하는 것을 지켜보던 강인이 “우와, 진짜 무섭게 보인다!”며 감탄을 할 정도로 촬영장에는 순간 공포 분위기가 감돈다. 그러나 촬영 중간, 간이 분장실에 들른 형님은 너무나 정중하고 젠틀한 태도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부른다. “저기요, 나… 얼굴 좀 두드려 주세요.” 톡톡. 손으로 분첩을 두드리는 동작까지 더하니 형님의 위신은 무너지지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새삼 놀라게 된다. 잠깐, 그러고 보니 낯이 익은 얼굴이다. 앗! MBC <에덴의 동쪽>에 나온 독사(고윤후)! 그가 이렇게 조직의 형님이 된 사실을 동철이는 알고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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