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U2를 모를 수도 있다. ‘아마도 이자람 밴드’나 ‘Fleet foxes’는 대체 무슨 이름인지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신이 알건 모르건 KBS 라디오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이하 <라디오천국>)은 재밌을 것이다. ‘마성의 아이돌’로 군림한지 어언 15년째, 유희열의 농익은 성인용 수다는 매일 밤 그의 시민들을 ‘경악과 열광과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그 수다 사이에 끼어드는 음악 이야기들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접근하기 쉽고, 알찬 커리큘럼으로 짜여진 대중음악 교과서다. 매일 <라디오천국>을 두 시간씩 듣다보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모던 음악’부터 1990년대 아이돌이 한창 날리던 시절의 ‘옛날 차트’ 음악까지 모든 것들을 들을 수 있다.

<10 아시아>가 KBS 라디오 스튜디오를 찾아갔던 그 날은 <라디오천국>의 음악 강좌 중 가장 최신의 음악들을 소개하는 ‘모던 음악 만만세’가 진행되고 있었다. 홍대 인디씬의 인기 스타 이지형과 신재평(페퍼톤스)이 1년여째 진행 중인 이 코너는 전 세계에서 지금 가장 들을만한 음악들을 소개해준다는 명분아래, 유희열이 사주는 꽃등심에 충성을 바치는 ‘등심재평’과 아트펜의 꾹꾹 눌러지는 감촉이 좋다는 ‘소녀’ 이지형에 대한 온갖 상호 비방과 그들이 아는 뮤지션들에 대한 뒷담화와 약간의 음악 이야기가 이어진다. 하지만 이런 수다 사이에 U2로부터 아마도 이자람 밴드에 이르는 뮤지션들의 음악이 플레이되면, <라디오천국>은 지금 세상에 얼마나 좋은 음악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해준다. 그 때 들려준 수다와 음악은 함께 공유할 수 없지만, 유희열의 ‘고뇌하는 지식인의 너른 이마’는 사진으로 남겨왔다.

오늘 현장의 한 마디 : “아이돌의 아버지시잖아요.”

<라디오천국> 앞으로 피자 한 판이 배달됐다. 피자를 보낸 사람은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팬들. 이밖에도 아이돌 가수들의 팬들이 종종 유희열에게 이런 ‘조공’을 전달한다고. 이유를 물으니 <라디오천국>의 작가의 대답. “아이돌의 아버지시잖아요.” 실제로 아이돌 가수의 팬들 중에는 <라디오천국>에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이 나오는 것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고. 역시 유희열은 뼛속까지 아이돌인 것이다.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