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복싱장의 문을 열자, 분주한 스태프들 사이로 윗몸 일으키기를 하는 재범이 보인다. 닉쿤은 펀칭볼 앞에서 어설프게 섀도우 복싱을 흉내 내며 웃음을 터뜨리고, 택연은 링 앞에 걸터앉아 준수, 찬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한 켠에서는 우영과 준호가 “보고-싶다”며 노래 연습에 한창이다. 종암동 건물 5층에 위치한 복싱장 앞이 난데없이 여학생들로 붐비는 이유는 바로 이들, 2PM이 이곳에 떴기 때문이다. MBC 에브리원 <아이돌 군단의 떴다! 그녀> 새 MC가 된 2PM의 오늘 미션은 ‘커플 선정’. 새침한 얼짱 3명과 전진도 감당 못하는 <여고생4>의 다혜, 지혜, 은희가 오늘의 ‘그녀’들이다.

“윙크 나오나요?” 붐의 진행에 따라 닉쿤이 매력 발산을 하러 앞으로 나서자 복싱장이 조용해진다. 여자 스태프들조차 숨을 죽이고 닉쿤을 주시하고 있는 그 순간, 그에게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인물은 다름 아닌 재범이다. 제자를 콩쿠르에 내보낸 원장님처럼 멤버들의 몸짓 하나, 멘트 하나에도 신경을 쓰는 리더의 모습은 의젓하기 보다는 귀엽다. 그 와중에 웃느라 정신이 없는 찬성과 준수, 애드리브를 생각하느라 눈이 반짝거리는 택연과 우영, 지난주 벌칙자로 뽑히는 바람에 마이크도 없이 방송 진행에 몰두하는 준호는 하나의 앵글 안에서 왁자지껄 하면서도 조화로운 그림을 만들고 있다. 그녀들보다도 서로의 능력발휘와 실수만발에 관심이 더 많은 이들은 해가 저물도록 지친 기색 없이 웃고 떠들기에 여념이 없다. 커플 보다는 게임의 승패, 그 보다는 함께 하는 이 즐거운 순간에 몰두하는 오후반 청년들의 녹화 현장의 열기는 그야말로 10점 만점에 10점이다.

오늘 현장의 한마디 “드세요. 하나 드세요.”

점심시간, 2PM을 위한 피자가 배달되자 우영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을 생각은 않고 복싱장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바쁘다. “감독님, 같이 드세요. 이리 와서 드세요.” 찬 김밥을 먹고 있는 스태프들에게 피자를 권하는 모습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깜짝 놀랄 지경이다. 2PM 멤버들이 예능감이 좋다고 했더니 “그 뿐인 줄 아세요? 예의도 발라요. 같이 일하기 정말 좋아요.”라던 조연출의 자랑이 떠올랐다. 간식 시간에도 마찬가지. 붐에게 다가간 우영은 “형, 이거 드셨어요? 하나 드시고 하세요.” 라며 양팔 가득 안은 바나나를 내민다. 카메라가 꺼진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이런 아이돌이라면 미쳐 고생을 해도 팬들에게 후회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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