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게 될까? 얼어붙은 경기로 크게 감소한 광고와 드라마 수익에 비해 날로 상승하는 드라마 제작비, 그 가운데서도 스타들의 출연료는 수천만 원에서 억대에 달한다. 모두가 위기임을 알고 있지만 누구도 선뜻 책임지려 하지 않는 상황, 이 기형적인 시장 구조 개선책의 일환으로 한국 TV 드라마 PD협회에서 주최한 세미나가 12월 1일 오후 3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렸다. KBS 드라마 기획팀 이강현 CP가 사회를 맡은 이 날 행사에는 선문대 신문방송학과 김진웅 교수와 한국 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하윤금 책임연구원이 발제자로 구본근 SBS 드라마 국장, 김성환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이사장, 김승수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 양문석 언론개혁 시민연대 사무총장,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원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드라마는 폐지되고, 광고는 줄고…

‘TV 드라마 위기, 원인과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김진웅 교수는 최근 몇 달 간 지상파 3사가 드라마를 자진해서 폐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으며, 광고 수주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는 데다 각 방송사의 드라마 예산이 매년 10~15% 증가해왔던 데 비해 2009년에는 10% 삭감 움직임이 보이는 현 상황에 대해 진단했다. 이어 ‘한국 TV 연기자 출연료 제도의 합리적 대안 모색’에 대해 발표한 하윤금 책임연구원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 ‘등급제’로 관리되던 연기자 출연료가 한류를 비롯한 시장의 변화로 인해 ‘자유계약제’로 바뀌면서 출연료 급등이 발생, 드라마 제작비의 60% 가량이 출연료로 지출되는 사태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조연급 중견연기자, 신인연기자등의 출연료가 함께 상승하고 겹치기 출연과 같은 기획사 소속 연기자의 ‘끼워팔기’ 등이 성행하게 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작비 대비 출연료 비율을 책정하고 연기자에 대한 잠재시청률을 조사하는 등 적정한 출연료를 산정하기 위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청률 30%를 넘나드는 MBC <에덴의 동쪽>에서 국대화(유동근) 회장은 부자인데도 고용인이 거의 없다. 사극 전투신에는 병사가 50명뿐이다. 비 오는 장면에서는 카메라 앞에만 물이 떨어진다. 이런 어설픈 설정과 장면 역시 출연료 배분의 문제에서 비롯 된다”라고 지적한 양문석 사무총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사태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지상파 방송사와 문화부의 잘못된 외주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양 사무총장은 “드라마 제작진들은 유명 연예인이 연예인으로서 잘 나가는지 드라마에서 잘 나가는지부터 구분해야 한다”는 말로 맹목적인 스타 캐스팅에 일침을 가했다. SBS 구본근 국장은 “MBC 주말특집기획이 폐지되며 무주공산이 된 동일시간대 SBS 주말 드라마 시청률이 20%를 넘었지만 광고는 여섯 개 뿐이다. IMF 때보다 광고 수주율이 더 떨어져 지금은 30% 초반이다. 내년도 드라마 예산이 40억 원 삭감됐고, 지상파 3사에서 드라마가 한두 개씩 더 없어질 전망이다. 정부지원기금을 받지 않는 한 단막극 부활도 몹시 힘들 것 같다. 이번 위기는 오래 갈 것”이라며 현 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나 구 국장은 “그러나 불황이 깊어질수록 국민들은 무료로 즐길 수 있는 TV 드라마를 보게 되어 있다. 드라마를 만드는 이들은 이 어려운 시대에 국민들의 정서를 배반하지 않고 지금보다 더 재미있고 감동적인 드라마를 만들 의무가 있다. 예산은 삭감되더라도 지금까지 드라마를 만들었던 모든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고액출연료 대체 어떻게 결정됐는지 연기자도 묻고 싶다”

이 날 세미나는 드라마 제작비의 전반적인 축소, 제작비의 균형 있는 배분, 일부 스타들의 고액 출연료에 대한 적정선 제시, 단막극 부활, 이러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위한 상설 기구 발족 등이 필요하다는 데 대한 각 참석자의 공감대가 형성된 첫 움직임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토론에 참석한 김성환 한국방송연기자협회 이사장이 “방송연기자 협회 1670명의 회원 가운데 출연료로 생활이 가능한 연기자는 2백 명 남짓이다. 일부 고액 출연자로 인해 제작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문제겠지만 ‘출연료 정상화’라는 토론의 주제는 이해할 수 없다. 고액출연료는 누가 주는 것이며 어떻게 결정된 것인지 묻고 싶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 것과 토론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 노동조합 문제갑 사무처장이 “지금으로서는 할 얘기가 없다”는 이유로 불참한 것은 현실적으로 이러한 논의를 전개해 나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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