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직도 프로야구 기사가 인터넷에 뜨는 거야? 저번에 SK가 우승하면서 올해 프로야구는 끝난 거 아니야? 포스트시즌 우승이 정해지면 시즌도 끝나는 거라며.
아, 물론 정규리그는 끝났지. 하지만 어떤 면에서 내년 시즌을 위한 더 치열한 리그가 치러지는 중이라고 할 수 있어. 흔히 스토브리그라고 하는 건데 말 그대로 시즌이 끝나고 난로(Stove) 앞에 둘러앉아 선수들의 연봉 협상과 트레이드, 그러니까 구단 간 선수교체 등을 논의하고 실행하는 기간을 말해. 어차피 야구라는 걸 직접 하는 건 선수니까 어떤 선수가 팀에 오느냐에 따라 다음 시즌 성적이 큰 영향을 받겠지? 그래서 모든 구단들이 다음해 전력 상승을 위해 선수 보강과 유지에 뛰어드는 게 스토브리그야.

그럼 그걸 다 돈으로 해결하는 건가?
돈으로 해결할 수도 있고, 보유한 선수로 해결할 수도 있지. 흔히 트레이드라고 말하는 건 자신들이 보유한 선수를 다른 팀 선수와 교환하는 방식이야. 1대 1로 트레이드 할 수도 있고, 한 쪽 선수의 이름값과 실력이 비대칭적으로 높으면 1대 2나 1대 3으로 할 수도 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경우는 소위 말하는 현금 트레이드인데 일반 트레이드보단 자주 일어나지 않아. 삼성처럼 일부 돈이 많은 구단이라면 모를까 현금 출혈은 비교적 꺼리는 편이거든.

그런데 구단은 그렇게 자기네가 원하는 선수를 데려온다 치고, 선수들은 자기가 원하는 팀을 어떻게 골라?
음, 그게 말이야… 프로야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한 팀에 입단한 선수에게 이후 팀 선택의 권한은 없다고 보면 돼.

무슨 소리야? 그럼 이적의 자유가 없단 말이야?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으려나? 물론 스스로 은퇴를 결정할 수는 있어. 연봉 협상에서 더 많은 연봉을 요구할 수도 있고. 하지만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팀을 자기 마음대로 옮길 수는 없어. 얼핏 되게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만약 선수가 마음대로 팀을 옮길 수 있다면 돈이 많은 구단에서 괜찮은 선수 모두를 데려오는 것도 가능하거든. 만약 정말 돈이 많은 구단이 국가대표급 베스트 멤버를 꾸린다면, 아니면 더 악랄하게 다른 팀이 아예 자립하기 어렵게 필요 이상으로 선수를 빼온다면 프로야구가 존속할 수 있을까? 그래서 선수들은 트레이드 되거나 아예 팀에서 방출되지 않는 이상 다른 팀으로 옮길 권리가 없는 거지.

그래도 그건 너무 비합리적이야. 그렇게 갑을관계가 확실하면 선수들이 실력에 비해 돈을 못 받을 수도 있잖아.
맞는 말이야. 그래도 우선 얘기하자면 선수의 실력이 좋으면 팀에서도 쉽게 방출하진 못해. 연봉 협상에서 선수가 철저히 끌려 다니진 않는다는 거지. 하지만 네 말대로 너무 확실한 갑을관계는 한 쪽의 희생을 담보로 하게 되고, 그래서 생긴 게 FA, 프리에이전트 제도야. 타자의 경우 한 시즌에 84경기 이상 출전해서 9시즌을, 투수의 경우 한 시즌에 84이닝 이상 던져서 9시즌을 채우면 FA 자격, 즉 스스로 팀을 고를 권리가 생겨. 그 때 그 권리를 행사할 수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럼 FA 신분이 되면 자기가 원하는 팀을 골라잡을 수 있는 거야?
그런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아. 기본적으로 9시즌 동안 꾸준히 자리를 지켰다면 상당히 뛰어난 선수이거나 실력에서 약간 하향세를 그리더라도 팀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인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FA 신청자는 대부분 억대 연봉이고. 그런데 문제는 다른 팀의 FA 선수를 데려오려면 그 선수의 연봉 300%와 자기 팀 선수 하나를 보상 차원에서 그 팀에 보내야 돼. 그것도 절대 보낼 수 없는 보호선수 18명을 제외하고 그 팀에서 원하는 선수로. 만약 선수를 보내지 않는다면 데려오려는 FA 선수의 연봉 450%를 보상해야 하고. 그 정도 출혈을 감수하고 FA 선수를 데려오긴 쉽지 않아. 게다가 FA를 신청해도 우선적인 협상권은 자기가 속한 구단이 가지고 있거든. 거기서 타협이 이뤄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FA가 된다고 해도 팀을 자유자재로 옮기긴 어려워. 그러다보니 역시 FA가 되도 갑을관계는 쉽게 변하지 않고. 그래서 현재의 보상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지.

그럼 그런 제도는 누가 고치는 건데?
KBO, 한국야구위원회야. 물론 자기네 독단으로 할 수는 없는 거고, 8개 구단과 협의를 해서 고칠 수 있는 거지. 그런데 솔직히 현재의 KBO가 그 정도 추진력이나 개선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어. 특히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문제가 됐던 장원삼 파동 같은 걸 보면.

그게 대체 무슨 일인데?
올해 창단됐던 프로야구 히어로즈 팀은 재정이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를 팔아 팀을 운영할 여지가 다분했거든. 그래서 앞으로 5년 동안 현금 트레이드를 못하도록 했어. 아니, 그렇게 했다고 알고 있었어. 그런데 삼성이 30억 원에 지명도 낮은 선수 하나를 얹어서 히어로즈의 특급 좌완 투수 장원삼을 데려오려 했거든. 그게 문제가 되서 다른 6개 구단이 반발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5년 동안 현금 트레이드 금지 규정이 제대로 공문서화 된 게 아니었던 거야. 당장 새 구단을 영입하는데 급급한 KBO에서 제대로 사인을 받아내지 못한 거지. 결국 다른 구단들의 반발로 장원삼의 삼성 트레이드는 무산됐지만 그 책임 때문에 KBO 신상우 총재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올해 안에 그만두기로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어.

그럼 새로 총재가 될 사람은 누구야?
글쎄? 되어봐야 아는 거지만 요즘 들리는 얘기로는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이던 박종웅 전 보건복지부위원장이랑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가 거론되던데?

기왕 바뀌는 거 잘 해서 좀 더 합리적으로 프로야구가 운영되면 좋겠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야구에 대해선 좀 아는 사람들이야?
…… 그냥 내가 출마할까?

글. 위근우 (eight@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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