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W’ 포스터 / 사진=MBC 제공
‘W’ 포스터 / 사진=MBC 제공
“강철 싫어할 여자가 어디 있어요? 잘생겼지. 능력 있지. 매너 좋지. 눈빛은 또 한 섹시하잖아요!”

만화책을 읽다보면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곳에서 키가 크고 얼굴이 하얀 남주인공과 사랑에 빠지는 일은 만화책 좀 보던 여학생이라면 한번 즈음 상상해봤을 일이다.

MBC ‘W’(극본 송재정, 연출 정대윤)는 이런 판타지를 깨운다. 극 중 웹툰 ‘W’의 주인공 강철(이종석)의 팬인 오연주(한효주)는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 강철이 말하는 ‘인생의 키’가 된다. 그리고 단 3회 만에 오연주는 웹툰의 여주인공으로 승격(?)한다.

‘W’는 웹툰과 현실을 교차하고, 가상의 차원을 실사화한다. 서스펜스·스릴러·로맨스 등이 혼합된 복합장르지만 어느 것 하나 어색하지가 않다. 지난 20일 시청률 8.4%(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출발한 드라마는 2회 9.5%, 3회 12.9%를 기록하며 단숨에 수목극 1위로 올라섰다. 쟁쟁한 경쟁작들을 모두 제치며 안방극장을 접수했다.

◆ 웹툰↔현실, 경계를 넘다

‘W’에는 두 개의 세계가 존재한다. 드라마는 웹툰을 만든 현실과 웹툰 속 세계를 오가며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오연주는 강철의 목숨을 구함으로서 끊임없이 웹툰 속으로 소환된다. 오연주는 현실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엔딩이 될 만한 사건을 만들어낸다. 강철의 뺨을 때리고, 입을 맞추고, 누드쇼를 하고, 총을 겨누기도 한다. 그리고는 공중에 떠 있는 ‘계속’이라는 글자를 찾는다. 이는 이번 회의 웹툰이 끝났다는 신호이자 오연주가 현실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W’ 스틸컷 / 사진=MBC 제공
‘W’ 스틸컷 / 사진=MBC 제공
지금껏 한국드라마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파격적인 소재와 독특한 상상력이 결합됐다. 송재정 작가는 두 세계를 오가는 오연주의 모습을 허무맹랑하지 않게 그려내며 당위성을 부여한다. ‘인현왕후의 남자’·‘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등을 통해 타임슬립 드라마의 장을 열었던 장본인답다. 웹툰과 현실의 경계를 이질감없이 오가는 정대윤 PD의 섬세한 연출력 역시 돋보인다.

◆ 자유의지를 갖게 된 웹툰 주인공

웹툰 ‘W’의 작가 오성무(김의성)는 자신이 창조한 강철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자 그를 죽이려고 한다. “잡아먹히느니 잡아먹겠다”는 그의 결연한 의지에도 강철은 끊임없이 저항한다. 이상 징후를 파악한 그는 오성무를 향해 “당신. 누구야”라는 강렬한 메시지를 남긴다. 강철은 어떠한 연유인지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그리고 운명을 바꾸려고 한다. 강철은 더 이상 피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오성무는 오연주에게 “신이 자기 피조물을 없애는 게 어떻게 살인이냐. 심판이지. 내가 괴물을 만들었다”면서 끊임없이 그를 파괴하려고 한다. 두 사람의 대결은 향후 더욱 흥미진진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 웹툰 속 남주인공의 삶을 변화시키다

오연주는 강철의 열혈 팬이자 영원한 이상형이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은 물론 그의 성격과 트라우마, 권총이 베개 밑에 있다는 은밀한 비밀까지 모두 안다. 그리고 오연주는 여러 차례 강철의 목숨을 구한다. 첫 ‘도킹’이 이뤄졌을 때는 강철인지 몰랐지만 죽음 문턱에서 그를 살려냈다. 두 번째는 오성무가 강철에게 독극물을 주입하려는 걸 막아냈다. 강철은 자신의 생명을 구한 오연주를 통해 진실을 알아내려고 한다. 그러나 오연주는 강철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해도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안다”, “나는 대표님의 해피엔딩을 바라는 사람”이라고 따뜻하게 말한다. 앞으로 오연주는 아픔과 상처를 지닌 강철의 삶을 변화시킬 ‘인생의 키’로서의 역할을 해낼 예정이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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