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
육룡이 나르샤
SBS ‘육룡이 나르샤’ 35회 2016년 2월 1일 월요일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이방원(유아인)은 산 속에서 발견한 민가로 들어가 몸을 숨기고, 조말생(최대훈)의 도움으로 이성계(천호진)를 개경으로 무사히 데려온다. 정몽주(김의성)는 유배 보낸 정도전(김명민) 일파를 처형하기 위해 개경으로 불러들이지만, 이성계의 용태를 파악할 수 없어 처형을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 무휼(윤균상)은 척사광(한예리)의 존재를 알게 되고, 방원은 결국 정몽주를 죽이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리뷰
이성계의 상태를 알 수 없어 불안한 공양왕(이도엽)과 정몽주는 정도전을 처형하겠다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가 없었으며, 정몽주를 향한 극도의 분노로 그를 죽이는 것이 옳다는 판단은 하였지만 명분과 마지막 결심이 부족한 방원은 쉽게 행동할 수가 없었다. 공양왕과 정몽주는 이성계와 정도전을 처리할 상황이 필요했으며, 방원은 정몽주를 도모할 마음의 힘이 필요했던 것. 그로 인해 정몽주와 이방원의 두려움과 분노, 서로를 파악하기 위해 벌이는 낮은 움직임 등으로 이번 회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했다. 특히 방원이 결심하기 위해, 스스로 명분을 갖추기 위해 가졌던 한 시간여의 전개는 다소 지루할 법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격살’이라는 말로 예고된 정몽주의 죽음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방원의 고민은 보는 이도 함께 고민하게 했고, 초조하게 만들었으며, 슬프지만 그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게도 했다. 그 과정은 마치 시청자의 이해라는 또 하나의 명분을 방원이 쌓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방원의 마음 속 홍인방(전노민)이 나타나 말한다. 정몽주의 끝은 고려의 끝이고 조선의 시작이니 스스로의 손으로 그것을 이룰 수 있기에 설레는지, 또한 입지가 좁아질까, 후계 계승에 차질이 벌어지면 어쩌나, 또 세상에 외면 받고 외로워질까 두려워 망설이는 것이냐고. 언제나 방원의 마음을 읽어내던 홍인방은 이번에도 정곡을 찔러 방원의 처절한 절규를 이끌어낸다. 하지만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 괴로운 것인지 괴로운 척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방원의 마음이지만, 정몽주를 향한 정도전과 이성계의 마음 또한 알기에 방원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방원의 편이라는 분이(신세경), 임박해버린 정도전의 처형은 방원의 결심을 행동으로 이끈다.

방원과 정몽주의 움직임들은 이 순간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을 만큼 마지막이 되어서야 눌러뒀던 힘이 폭발하는 듯 느껴진다. 배경음악, 느린 화면으로 보여준 방원과 정몽주 무리의 걸음, 그 밤을 보내고 있는 다른 인물들의 모습은 연향(전미선)의 독백과 제대로 어우러져 짜릿함을 선사한다. “이 밤, 고려 역사에 가장 긴 밤이 될 겁니다”라는 연향의 말처럼 긴 밤이자 가장 유명한 밤 중 하나가 될 선죽교의 밤으로 이방원과 정몽주가 향한다. 예상이 가능한 전개였다. 하지만 미리 알고 있다고, 예측이 가능하다고 그 감동이 떨어지는 것은 아님을 ‘육룡이 나르샤’는 또 한 번 증명한다. 이방원과 정몽주의 ‘하여가’와 ‘단심가’를 대사로 풀어낸 것을 예고편에서 아낌없이 보여준 것으로 뒤통수를 시원하게 맞은 기분을 안겨주었다. 배우들의 목소리만으로 느껴지는 그들의 짜릿한 연기는 코앞까지 다가온 정몽주의 죽음을 슬프지만 큰 기대를 안고 기다릴 수밖에 없게 이끌고 있다.

수다포인트
-“따를게” 이토록 새초롬한 조말생!
-드디어 무휼이 이름 아는 사람과 싸워 이기려나 봐요.
-설레는 키 차이의 무휼과 척사광
-벌레를 뱉어내라고 분이가 말해줘야 했던 걸까요?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