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치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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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릴러. 로맨스와 스릴러가 합쳐진 단어. tvN ‘치즈인더트랩’에 붙는 수식어다. 그렇다면 왜 로맨스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은 스릴러를 갖게 됐을까. 근본적 이유에는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 구성에 있다. 유정(박해진), 홍설(김고은), 백인호(서강준), 백인하(이성경). 저마다 각양각색의 사연을 가진 네 사람의 내면은 그 어떤 미스터리 영화보다 복잡해보인다. 드라마의 감정선 역시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이에 텐아시아는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네 사람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고 복잡한 심리 상태를 분석해보았다.

치인트 유정
치인트 유정
# 유정 – 잘못된 애착관계 형성으로 분리된 내·외면
어릴 적부터 유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많았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주위 친구들까지, 모두 유정을 주목했다. “유정은 뭘 해도 잘 할 거야.” 기대는 부담으로 변했고, 부담은 결국 내면의 ‘유정’을 가둬버렸다. 많은 시선에 따라오는 잣대와 기준들은 더욱 엄격해지고, 유정은 매뉴얼처럼 어른들의 규칙을 지켜왔다. 이때 유정이 받은 것은 사랑이 아니라 부담스런 ‘기대’였을 뿐이다. 수많은 ‘기대’로 둘러싸인 채 유년시절을 보낸 유정은 결국 부모와 불안정한 정서적 애착관계를 갖게 된다. 애착감이 부족할 시 인간의 공감능력은 심히 결여된다. 타인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쉽게 거짓말을 하게 되기 마련. 유정의 탓이 아니다. 유정은 그저 이해를 하지 못할 뿐. 유정은 이런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기 위해 내적 심리와 외적 심리를 분리하기에 이르게 된다. 내면의 공격적인 성향이 자랄수록 내면을 감추기 위한 유정의 외적 모습은 더욱 완벽해졌다.
치인트 홍설
치인트 홍설
# 홍설 – 남아선호사상의 최대 피해자
은퇴한 아빠, 엄마의 생활, 동생의 유학. 이에 따라 더욱 힘들어진 건 홍설이었다. 할머니를 비롯해 아빠, 엄마의 기대는 모두 동생에게로 돌아갔고, 홍설은 항상 동생을 잘 돌봐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렸다. 지독한 ‘남아선호사상’이었다. 언제나 동생의 뒤로 물러나야 했던 홍설. 홍설은 오기가 생겼다. 할 수 있다는 오기가. 그때부터 혼자 내 앞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빠도, 엄마도, 동생도 간섭하지 않는 미래를. 가장 첫 번째로 좋은 대학에 들어가자 혼자 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막중한 책임감을 가진 맏딸 홍설의 독립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동생의 유학자금에 시달리는 부모님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홍설은 그렇게 맏딸의 책임감과 함께 독립심을 키워나갔다. 이런 성향은 대학 생활에서도 극명히 드러났다. 홍설은 늘 조별 과제를 떠안고, 책임지게 된다. 책임감이 남다른 사람들은 언제나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함께 떠안기 마련이다. 홍설 역시 자신의 버릴 수 없는 기질로 인해 수많은 책임을 안게 됐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로 점점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홀로 모든 것을 이겨내려는 홍설, 책임감과 독립심이 남다른 맏딸이었다.
치인트 인호
치인트 인호
# 백인호 - 배신으로 무너진 사람에 대한 신뢰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고 사랑하는 피아노가 있었다. 비록 부모님을 잃었지만 자신을 사랑해주는 유정의 부모님이 있었고 친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가장 믿었던 친구, 유정만은 아니었더라. 사랑하는 친구로 인해 꿈을 잃고, 친구도 잃었다. 꿈과 함께 삶의 방향도 잃었다. 한 순간에 모든 것을 다 잃어버렸다. 사랑을 받는 줄만 알았는데 동정을 받고 있었던 것. 인호의 자존감은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고 사람에 대한 신뢰 역시 무너져버렸다. 가장 믿었던 사람으로부터의 배신. 이로 인해 인호는 사람에 대한 회의감에 끊임없이 괴로워하게 된다. 원래도 거친 성격이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데 날카로워지고 예민해져 버렸다. 인호는 더 이상 사람과의 관계를 쌓고 싶지 않아졌고 떠돌이 생활을 자처하기에 이른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금방 떠나는 떠돌이. 그럼에도 인호를 따르는 사람들은 많았다. 아마 툴툴거려도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인호의 천성은 숨길 수 없었을 터. 사람의 대한 신뢰도가 바닥인 인호는 두려울 뿐이었다. 또 다시 타인으로 인해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하고 있을 뿐이었다.
치인트 인하
치인트 인하
# 백인하 – 학대로 인해 비뚤어진 자아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고모의 학대 속에서 자라온 인하. 기댈 데라곤 하나 밖에 없는 남동생 인호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인호가 악마 같은 고모에게서 나를 놔두고 홀로 도망갔다. 그때부터 인하는 모든 것을 믿지 않았다. 호의나 호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 뒤에 숨어있는 속셈부터 파악했다. 속마음을 먼저 보기 시작한 인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욱 영악해졌다. 인하는 고모와 같은 악마로부터, 또 낯선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사람의 속마음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인하의 내면은 신뢰만이 무너진 게 아니었다. 보호자였던 고모로부터의 학대와 간접적인 모성애 박탈을 경험한 인하의 자아는 약해졌고, 충동을 통제하기 어려워졌다. 허해진 마음을 사치스런 쇼핑으로 채우는 만큼, 점점 현실에 나서는 것은 더욱 두려워졌다. 인하의 비뚤어진 자아의 모든 시작은 고모의 학대였다. “(고모는)악마 같은 여자에요!” 어린 인하의 울부짖음처럼 ‘악마 같은’ 고모의 잔상은 인하를 작은 악마로 키워내 버렸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조슬기 기자 kelly@, tvN ‘치즈인더트랩’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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