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나르샤
육룡이나르샤
SBS ‘육룡이 나르샤’ 32회 2016년 1월 19일 화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이방원(유아인)은 무명 조직을 직접 만나 더 알고자 하고, 무명 역시 방원과 뜻을 모을 수 있는지 살핀다. 연향(전미선)은 자신의 아이들이 살아있음을 알게 되고, 연향이 무명의 수장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토지개혁을 펼치기 힘든 상황이 이어지고, 정도전(김명민)에 대한 루머까지 돌며 민심이 돌아간다. 이에 정도전은 백성들 앞에서 토지대장을 모두 태우며 토지개혁을 새로이 펼칠 것을 선언한다.

리뷰
생생지락, 백성들의 삶이 즐거워지는 것을 위한 정치를 정도전, 이방원 모두 꿈꾼다. 하지만 방원은 어떤 정치를 펼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 앞서, 정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그러려면 힘을 가지고, 자신의 길을 가야하기에 분이(신세경)와의 이별 아닌 이별을 선택한다. 정도전에 의해서 개혁을 준비하는 일개 조직원이 아닌, 스스로가 개혁을 위해 껍질을 깨고 다시 태어나기 위한 것. 제자로 정도전의 곁에 머무르게만 해달라고 청했던 방원은 그렇게 어른이 된 것일까. 정도전은 토지개혁에 대한 물음에 모르겠다는 대답을 한 방원에게 이제야 제법 어른이 된 것 같다는 말을 한다. 앞뒤를 가리지 않고, 뒷일을 살피지 않는 짧은 판단들로 꾸지람만 들었던 폭두였던 방원이 정도전에게 드디어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것이 자신의 세계를 가지려는 방원의 욕망의 결과인 것은 아이러니다. 정도전의 흐뭇한 웃음 뒤에, 더 무서운 폭두가 되었음을 알 수 없을 만큼 차분하고 냉철한 어른이 된 방원의 흔들리는 눈빛은 무엇을 말하고 있던걸까.

계민수전을 시행하기에도, 양전을 다시 하기에도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 정도전은 고민에 빠진다. 토지개혁을 감행하기로 결정하지만 반대에 부딪히고, 정도전에 대한 소문은 커져간다. 정도전이 스승, 동료들을 유배 보내고,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힘을 쓰고 있다는 소문은 세상을 향한 정도전의 정면 돌파로 이어진다. ‘정치란 나눔이고 분배다. 누구에게 거둬 누구에게 주느냐. 나는 지금부터 정치를 하겠다’는 정도전의 연설은 토지대장을 모두 태우며 토지분배를 다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보여준 ‘1390년 9월, 고려의 토지대장이 개경에서 불탔고 그 불길이 여러 날 동안 꺼지지 않았다’는 자막은 짜릿함마저 안겨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에 집중하느라 지나쳐봤던 정도전은 그의 연설과 타오르는 불 앞에서 보여준 호탕한 웃음으로 마음을 사로잡았고, 여전히 저 사내가 좋다는 방원의 마음을 함께 이해하게 한다. 정도전의 정치를 방원 역시 바라고 꿈꾸지만, 정도전에 등 돌려야 하는 방원의 양면의 마음을 더 들여다 볼 수 있게 했다. 존경과 경의, 그리고 여전히 정도전이 좋은 자신이기에 혼란함마저 함께 담은 방원의 표정은 같은 꿈을 꾸지만 함께 할 수 없는 둘의 행보를 더 기대하게 한다.

수다포인트
–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나눔이고 분배다. 정치의 문제란 결국 누구에게 거둬서 누구에게 주는가, 누구에서 빼앗아 누구를 채워주는가. 당신들은 누구의 것을 빼앗았고 누구의 배를 채웠나.”
– 순애보 길선미(박혁권) vs 금(방)사(랑에)빠(지는) 무휼(윤균상)
– 방원이 취향은 불 지르는 사람
– 처음이라 애틋하고 마지막이라 애절했던 방원과 분이의 입맞춤(부끄)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SBS ‘육룡이 나르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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