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
상류사회
[텐아시아=장서윤 기자] 상투적이기 짝이 없는 설정이었다. 재벌가 딸과 신분상승을 위해 달려가는 청년, 반대로 재벌가 아들과 그를 사랑하는 가난한 여자. 편성도 급히 이뤄졌다.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20대 배우 넷이 모여 긴 호흡의 미니시리즈를 끌고 갈 수 있을까, 우려감도 존재했다. 뚜껑을 연 SBS 수목드라마 ‘상류사회’는 초반부터 입지를 다지며 화제몰이에 성공했다. 시청률도 9~10%대에 안착하며 안정적인 수치를 보였다. 무엇이 예상을 깨고 ‘상류사회’의 성공을 가능케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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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속물성과 로맨스의 순수한 조화


직설적이면서 정곡을 찌르는 하명희 작가의 화법은 이번에도 통했다. 전작 SBS ‘따뜻한 말 한 마디’를 통해 30~40대 남녀의 사랑과 삶을 현실적으로 보여줬던 하 작가는 이번에는 20대의 사랑과 돈으로 시선을 옮겼다. 누구도 솔직하게 털어놓기를 꺼려하는 사랑과 돈의 상관관계에 대해 하 작가는 가감없는 화법을 구사하며 인간의 숨은 속물성과 그럼에도 순수함의 열망을 가지고 있는 지점을 명확히 포착해냈다.

중심은 유이 성준 박형식 임지연 등 돈과 사랑을 둘러싼 20대 남녀의 갈등이지만 전개를 탄탄하게 만들고 있는 요소에는 주변 인물들의 뒷받침이 숨어 있다. 가족의 사랑이 없는 환경이 얼마나 사람의 삶을 생동감 없게 만드는지를 보여준 윤하 모 민혜수(고두심)를 비롯해 자신이 원하는 기업을 만들고자 하는 장경준(이상우) 등 각각의 인물들은 개연성있게 움직이며 극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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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자란 20대 배우들의 힘


유이 성준 임지연 박형식. 지상파 미니시리즈 라인업으로는 다소 약하다는 평가도 들을 법한 네 배우들은 자신의 몫을 넘치게 해 내며 차세대 주연 자리를 예약했다. 사랑을 둘러싼 정 반대의 갈등 구도를 보여줬던 네 배우들은 결국 하나로 모아지는 주제의식 속에 각자의 사랑을 찾으며 극을 마무리했다.

특히 박형식과 임지연의 성장은 놀랍다. 케이블TV tvN ‘나인’ 속 이진욱의 아역으로, 유약한 미소년의 이미지로 시청자들에게 다가왔던 그는 주말극, 미니시리즈를 거치며 불쑥 웃자란 모습으로 새로움을 안겼다. 유창수 캐릭터를 통해 소년의 순수함 감성과 기업가다운 냉철함, 남자다운 승부근성 등을 모두 보여주며 다양한 모습이 가능함을 검증받았다.

영화 ‘인간중독’ ‘간신’ 등을 통해 주로 순수한 이미지로 어필해 온 임지연도 이번 작품으로 전기를 맞았다. 어려운 상황에도 당차고 해맑은 모습을 간직한 이지이 캐릭터는 임지연 본연의 매력과 함께 어우러지며 로맨스 드라마 속 솔직 발랄한 여주인공의 계보를 이었다.

장서윤 기자 ciel@
사진.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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