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가왕
복면가왕
MBC ‘복면가왕’ 17회 2015년 7월 26일 일요일 오후 4시 50분


다섯줄 요약
새로운 가왕 ‘노래왕 퉁키’에게 도전하는 복면가수들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1라운드에서는 ‘따끈따끈 떡 사세요’와 ‘인생직진 신호등’, ‘마실나온 솜사탕’과 ‘사랑의 배터리가 다 됐나봐요’, ‘달콤살벌 아이스크림’과 ‘매운 맛을 보여주마 고추아가씨’,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와 ‘웃는 얼굴에 수박씨’가 각각 대결을 펼쳤다. 대결에서 패하여 복면을 벗게 된 ‘따끈따끈 떡 사세요’는 연기자 김민희, ‘사랑의 배터리가 다 됐나봐요’는 가수 정재욱, ‘달콤살벌 아이스크림’은 MBC ‘위대한 탄생’ 출신의 배수정, ‘김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는 배우 김영호로 밝혀졌다.

리뷰
‘복면가왕’ 17회는 네 번이나 복면가왕의 자리에 올랐던 난공불락의 ‘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이하 ‘클레오파트라’)의 장기집권이 끝난 뒤의 첫방송이었다. 그리하여 이번 회는 지난 10주간 ‘복면가왕’과 함께하였던 ‘클레오파트라’ 김연우를 기념하고, 그를 전송하는 특별무대로 시작되었다. 김연우는 자신의 무대에 감동을 받아 눈물 흘렸던 산들과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함께 불렀다. 이번 무대가 특별했던 것은 10주 동안 가면을 쓰고 ‘클레오파트라’로서 노래했던 김연우가 이제 드디어 복면을 벗고 온전한 ‘김연우’로서 노래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의 곡이 아닌 김연우 자신의 노래 ‘여전히 아름다운지’를 선택한 것은 ‘복면가수’로서가 아닌 ‘김연우’로서의 무대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퍼즐이었다. 이렇게 ‘클레오파트라’의 시대는 완벽하게 막을 내렸다.

이번 방송은 ‘복면가왕’의 새로운 막이 오른 첫 회라고 할 수 있지만 큰 변화 없이 여전히 프로그램의 기본 공식을 충실히 따른다. 그동안 꽤 오랜 시간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실력파 가수 정재욱이 식지 않은 무대에 대한 열정을 보여주었고, 배우 김영호가 노래 잘하는 비(非)가수 대표로 등장하였다. 또 다른 비가수인 김민희는 ‘똑순이’라는 이미지에 갇혀 펼칠 수 없었던 ‘성인가요 가수’의 꿈에 도전하여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었다. 또한 이번 회에서는 자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인 배수정에게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앞서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하였다. 전체적으로 가수와 비가수, 베테랑과 신인가수를 적절히 조화시켜 반전을 선사한다는 기본 공식에 충실한 회였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의 패턴이 점점 뻔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패널 몇 사람과 복면가수가 바뀌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패턴과 사연은 거의 유사하며, 반전에 익숙해 지다보니 웬만한 출연진의 등장에는 크게 놀라게 되지도 않는다. 게다가 본격적인 가왕결정전이 벌어지기 전인 1라운드에서는 가수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숨기는데 집중하다 보니 경연의 긴장감과 무대에 대한 감동도 확연히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제작진은 ‘더 노래잘하는 사람’과 ‘더 놀라운 반전’을 찾아야만 하는데 회가 거듭될수록 이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클레오파트라’가 절대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을 때는 ‘클레오파트라’를 넘어설 이가 나올 것인가, 혹은 ‘클레오파트라’가 어떠한 놀라운 무대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관심 덕분에 프로그램의 익숙한 공식들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클레오파트라’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노래왕 퉁키’라는 새로운 가왕이 등극한 지금은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유지시킬 새로운 힘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복면가왕’에 대한 걱정은 너무 이른 것일 수도 있다. 10주간 프로그램을 지배하다시피 해온 ‘클레오파트라’가 떠났다고 해서 갑자기 프로그램의 기본 틀을 흔들 만큼 변화를 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특히 ‘복면을 통해 편견을 깨뜨리고 누구에게나 노래 실력을 선보일 기회를 준다’는 기본 취지는 절대로 흔들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의 새로운 막이 열렸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때 프로그램의 미래에 대한 제작진의 고민이 필요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클레오파트라’가 떠난 것은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에게 위기도, 기회도 될 수 있다. 가왕의 자리에서 절대 내려오지 않을 것 같은 이도 끝내는 복면을 벗게 되었으니 이것은 언제든 가왕이 바뀔 수 있고 누구든 가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아마도 더 이상은 ‘클레오파트라’만큼 장기간 가왕의 자리에서 군림할 이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의 방송에서 제작진은 가왕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가수들의 경쟁을 조금 더 치열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수다포인트
– 김민희 씨가 성대모사를 이렇게 잘할 줄이야!
– ‘복면가왕’을 현장에서 처음 봤다는 김현철 씨, 하지만 추리 능력만은 전문가답습니다.
– 가면 퀄리티가 점점 더 좋아지네요. 이제는 떡을 이고, 머리에 수박을 쓰기까지!

김하늬 객원기자
사진제공. MBC ‘복면가왕’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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