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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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벅껌벅 거리는 두 눈동자는 긴 속눈썹으로 덮여있었다. 똑같은 눈을 가진 가족들이 모이면 소 외양간 같다고 하는 그의 말이 딱인 그 선하디 선한 눈빛 때문인지, 그에 대한 첫 인상은 ‘부드러움’이었다.

마침 화제의 드라마 케이블채널 Mnet <몬스타>에서 한없이 가녀린 규동을 연기 중이다. 같은 반의 재록(윤종훈)이 “야! 라디오”라며 윽박을 지르면 곧장 울먹이며 노래를 불러야만 하는, ‘인간 라디오’라는 슬픈 이름을 가진 그런 아이 말이다. 태연한 척 겁먹은 눈빛으로 노래를 부르면 무심하면서 잔인한 ‘까르르’거리는 웃음소리가 교실에서 터진다. 그렇게 숨죽인 채 노래를 흐느끼다 남몰래 옥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완전무결한 천상의 존재같은 느낌, 그러나 어딘지 우울한 기색이 깃든 안쓰러운 존재.

규동을 연기 중인 강의식의 둥근 눈을 바라보며 “규동과 잘 어울리는 거 본인이 더 잘 알죠?”라고 말했더니, ‘하하하’ 생각보다 호쾌하고 강한 에너지의 웃음이 터진다.

“억울한 게 뭐냐면 말이죠. 감독님(김원석 PD)은 처음 촬영 들어가기 전 제가 상반된 두 얼굴을 가졌다고 말씀하셨어요. 따돌림을 당할 것 같은 유약한 느낌도 있지만, 아주 비열한 느낌도 있다고요. 그렇지만 <몬스타>를 촬영하는 동안에는 그 비열한 얼굴을 꽁꽁 감추라고 하셨죠. 흠…요즘에는 주변에서 다들 ‘규동처럼 생겼다’라고 하세요. 대체 그게 뭐죠?(웃음)”

쑥스러운 듯 ‘내 안의 규동’(?)에 물음표를 달았지만, <몬스타> 제작발표회로 돌아가보자. 현장에서 유독 말수가 적은 이가 바로 강의식이라는 폭로가 있지 않았나. 이번에도 그는 뺨을 붉히며 고백한다. “연기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규동에 젖어 있으려 노력하는 편이긴 해요. 그래서 (박)규선이 형이 많이 놀려요. 영락없는 규동이라고. 실은 아이스크림을 퍼먹다가도 숟가락을 거꾸로 들고 퍼는 등, 잔 실수를 많이 하는 허당 캐릭터가 내 안에 확실히 있긴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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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그 선한 눈동자와 마주하고 있었지만, 그가 말한 비열한 얼굴은 도무지 발견하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규동 강의식’의 반전이라 하면, 요정 같은 여주인공 민세이 역의 하연수가 용준형과 강하늘을 제치고 그를 이상형으로 꼽은 것 아니겠나. 이번에는 기분 좋은 웃음기를 머금고 이렇게 답했다. “연수와는 의외로 붙는 신들이 많아요. 극중 세이가 규동을 많이 도와주잖아요. 실제로도 둘 다 신인이라 의지하며 친하게 지내요. 아, 물론 연수 뿐만 아니라 모두와 그런 관계죠. 저, 결코 흘리고 다니지 않았어요(웃음). 정말로 너무 친한 거예요.”

현실의 하연수는 강의식을 추켜세웠지만, 민세이와 윤설찬(용준형), 정선우(강하늘)의 삼각 로맨스에 우리의 규동이 낄 틈은 당분간은 없어 보인다. 그래도 <몬스타>에서 뇌리에 콱 박히는 최고의 1분을 꼽자면, 바로 세이와 규동 둘이 <바람이 분다>를 부르는 그 장면이었다.

규동은 울먹임과 흐느낌이 뒤섞인 음성으로 <바람이 분다>를 구슬프고 서럽게 불렀고, 그의 가슴 한켠에 박혀버린 아픈 감정을 이해한 세이는 규동과 어우러지며 완벽한 하모니를 완성해낸다. 상대의 아픔을 읽어내고, 상대의 외로움을 쓰다듬어주던 절정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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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아쉬웠어요. 애착이 가는 신이긴 하죠. 깊은 감정을 토해내는 신이었던 걸요. 그러나 제 눈에는 역시 저의 부족함만이 보였어요.”

데뷔작부터 주연을 맡고, 두 번째 작품이자 첫 드라마 데뷔작에서도 단연코 눈에 띄는 강의식. 진심을 다해 그의 배역, 규동과 밀착해가는 순간순간이 하염없이 행복하다고 고백하는 이 배우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을 끝맺을 무렵, 그의 두 번째 얼굴이 비로소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대체 불가능한 신뢰감. <화랑>도, <몬스타>도 마지막이라 여긴 선택들을 뒤흔들고 결국은 그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 바로 이것 때문 아니었을까.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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