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원치 않는다더니…결국 돈 문제로 드러난 민희진-하이브 갈등 [TEN스타필드]
《윤준호의 불쏘시개》

연예계 전반의 이슈에 대해 파헤쳐 봅니다. 논란과 이슈의 원인은 무엇인지, 엔터 업계의 목소리는 무엇인지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제가 돈을 원했으면 이런 내부 고발을 안 하죠. 가만히 있어도 1000억원을 버는데"

"전 명예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에요"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기자회견 내내 자신은 돈에 대한 욕심이 아닌 뉴진스 멤버 그리고 자신의 명예를 위해 하이브와의 갈등을 피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돈이 아닌 뉴진스 멤버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업계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 등을 대중에게 끊임없이 어필했다. 자신은 경영 등을 잘 알지 못해 박지원 대표만 믿었다는 식의 발언은 자기 스스로 돈에 무감각함을 고백하는 꼴이었다. 하지만 이후 드러난 정황을 살펴보면 민 대표와 하이브간 갈등의 중심에는 '돈'이 핵심적 문제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29일 가요계에 따르면, 민 대표 측은 지난해 12월 보유한 어도어 주식 중 풋옵션 배수를 기존 13배에서 30배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풋옵션은 민 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어도어 지분을 하이브에게 다시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어도어가 지난해 낸 영업이익 335억원의 13배는 4355억원이다. 이 중 18%(민대표 지분율)인 783억원으로 주식을 되사주는 식이다. 월급사장에게 주는 지분으로선 13배 자체도 파격적인 수준이다. 하이브가 민 대표를 영입하며 충분한 대우를 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가만히 있어도 1000억원을 번다"고 했던 발언과 관련이 있다.
돈 원치 않는다더니…결국 돈 문제로 드러난 민희진-하이브 갈등 [TEN스타필드]
민 대표가 지난해 말 요구한 주주간 계약 재협상은 풋옵션 배수를 30배로 올려달란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올해 어도어가 증권업계에서 예상하는 수준인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30배의 풋옵션 배수를 적용했을 경우 민 대표가 주식을 매도해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2700억원 이상이다.

뉴진스 멤버 5명이 일년 내내 벌어들이는 돈의 5배 이상을 챙겨갈 수 있는 셈이다. 이에 하이브는 보상액이 과도하게 늘어난다고 판단해 재협상을 벌였지만,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민 대표는 본인 스스로를 개인으로, 하이브를 거대 집단으로 표현해 골리앗과 다윗의 구도를 만들었다. 대중이 약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기자 회견 이후 민 대표는 여론 반전에 성공했다.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론 플레이에서 승리했다.
돈 원치 않는다더니…결국 돈 문제로 드러난 민희진-하이브 갈등 [TEN스타필드]
민 대표가 기자회견장에서 밝혔듯 '뉴진스를 향한 마음'도 중요한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돈 문제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민 대표가 처음부터 하이브에 과도한 풋옵션 배수를 요구한 배경에는 '하이브 탈출'에 대한 계획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도 커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경업금지 약정은 업계 관행을 넘어서는 비상식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민 대표의 엔터 업계에서의 평판과 성과, 회사 입사 후 기여 정도를 고려했을 때 하이브 측에서 충분히 제시할 만한 요구라는 것이다. 하이브는 배임 혐의를 밝혀 주식매수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민 대표는 이에 맞서 법적 분쟁을 예고하고 있다. 어찌됐든 평균 나이 17세 뉴진스를 둘러싼 어른들의 '쩐의 전쟁'은 계속될 예정이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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