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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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 어느 도로변. 걷기도 힘든 언덕길 중턱에 피프티 피프티의 연습실이 있다. 대형 기획사의 연습실과는 달리 외관은 다소 허름해보였다. 포장마차 간판과 2층의 닭발집이 눈에 띈다. 기적은 닭발집 밑 연습실서 시작됐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성공이다. 이날 기자가 찾은 연습실은 조용했다. 조용한 연습실과 달리 피프티 피프티는 빌보드 차트에 오르면서 축하 명목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 소식은 연습실 주변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을 만큼 갑작스러웠다. 연습실 건물 관리자 A 씨는 "그 친구들이 데뷔했다고요? 기특하네요"라며 짧게 이야기했다. 주변 상인 B 씨는 "데뷔한 줄도 몰랐어요. 연습생이 있다는 것은 알았네요""라고 말했다. C 씨 역시 "어트랙트 대표님은 자주 오셨어요. 연습생 친구들이 데뷔하는 건 몰랐어요"라고 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지난해 11월 데뷔했다. 당시 누구도 이들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들어본 적 없는 소형 기획사에, 다를 것 없는 데뷔 서사였다. 대형 기획사의 신인 아이돌처럼 뚜렷한 연예 활동도 없었다.
피프티 피프티 / 사진=어트랙트
피프티 피프티 / 사진=어트랙트
이들이 들려준 음악이 판을 뒤집었다. 기존과 다른 미들 템포의 음악, 뮤지컬 음악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적 서사. 그리고 첫 소절부터 귀를 파고드는 차별화된 음색. 무언가 다른 그룹이라는 느낌을 주는 음악을 선보였다.

피프티 피프티는 '큐피드(Cupid)’를 통해 데뷔 4개월 만에 빌보드 핫100에 올랐다. 현재는 85위를 수성 중이다. 또한 스포티파이 10개국 1위를 차지했다, K팝 그룹으로는 BTS 블랙핑크 뉴진스에 이어 4번째다. 이외에도 국내 음원 차트에서도 순위권에 드는 등 놀라운 성적을 올리고 있다.

멤버는 새나, 아란, 키나, 시오로 총 4명이다. 여기에 어트렉트 임직원은 고작 10명 남짓. 뜬금없이 터졌다기에 상승 분위기는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이들을 만나고 들을 수 있었다.
피프티 피프티 / 사진=어트랙트 제공
피프티 피프티 / 사진=어트랙트 제공
피프티 피프티는 이날 오후 2시 인기 고공행진과 관련해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 현장에서 멤버 새나가 줄곧 말한 것은 진정성과 음악성이었다. 새나는 "본질적인 것은 우리의 음악이다. 완성도 높은 음악과 좋은 에너지 덕분에 많은 분이 들어주시는 것"이라며 인기 원인을 노래로 꼽았다.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나온 것도 흥미롭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피프티 피프티의 성공은 기존 K팝 그룹의 인기 양상과 완전히 다르다"며 "이들의 음악은 고전적인 팝송 느낌이 강하다는 점에서 'K팝의 성취'라기보다 '좋은 팝송이 해외 차트에 안착한 사례'에 가깝다"고 평했다.

기존 K팝은 강렬, 카리스마가 주를 이루고 있다. 콘셉트 자체가 세계관에 얽매여 강한 음악을 추구하고 있는 것. 시작부터 들려준 피프티 피프티의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은 보기 좋게 먹혀들었다.

K팝다운 것을 벗어나 새로운 음악 색깔을 보여줬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과거 빅뱅이 힙합으로, 뉴진스가 청량함으로 승부를 본 것과 비슷하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편안한 음악의 힘을 보여줬다"며 "세계를 무대로 한 K팝 아이돌들에게 또 하나의 방법을 제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50% 50%를 뜻한다. 50%는 가수가 만들지만 나머지 50%는 팬들이 만들어 100%를 완성한다는 뜻이다. 시작은 좋다. 가수 몫 50%는 보여준 듯 하다. 나머지 팬 몫인 50%가 어떤 식으로 채워질지 연예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윤준호 텐아시아 기자 delo410@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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