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넷추리》
김새론, 음주운전 혐의로 법정 출석→인정
검찰, 김새론에 벌금형
아역 시절 깊이 있는 연기+의젓한 태도 보였던 김새론
음주운전으로 몰락의 길
배우 김새론.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김새론. /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넷추리》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티빙 등 OTT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꼭 봐야 할 명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합니다.



어린 나이에 밀도 있는 연기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김새론이 어엿한 성인으로 성장한 줄 알았다. 성인이 된 뒤에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갔던 김새론이지만 최근 대중에게 큰 실망을 안겼다. 음주운전 사고를 냈기 때문.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사고를 낸 김새론이 결국 검찰로부터 벌금형을 구형받았다.

지난 8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이환기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등 혐의로 기소된 김새론과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함께 기소된 동승자 A씨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새론은 지난해 5월 18일 오전 8시께 서울 강남구 학동사거리에서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가로수, 변압기를 여러 차례 들이받는 사고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고로 일대는 약 4시간 30분 동안 정전됐다. 이에 카드 결제 등이 되지 않아 주변 상권 일대도 손해를 입었다. 이후 김새론은 상점들을 찾아 사과하고 보상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새론은 사고 직후 경찰의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거부했고, 경찰은 인근 병원에서 채혈을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채혈 분석 결과 김새론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0.08%) 그 이상인 0.2%였다.
배우 김새론. / 사진=텐아시아DB
배우 김새론. / 사진=텐아시아DB
다소 초췌한 모습으로 법정에 참석한 김새론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그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면서 "정말 죄송하다.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매우 높은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고 사고를 일으켰지만, 별다른 조치 없이 도주해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초범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벌금 2000만 원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김새론은 2009년 영화 '여행자'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1000대 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이창동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에 캐스팅됐다. 만 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아빠에게 버려지고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관객들을 뭉클하게 했다. '여행자'가 칸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김새론은 칸에 진출한 최연소 한국 배우가 되기도 했다. 영화 '도희야'(2014)로도 또 다시 칸영화제를 찾으면서 김새론은 만 15살이 되기 전 칸의 레드카펫을 두 번이나 밟았다.

하지만 음주운전 사고를 낸 김새론은 아역배우 때부터 쌓아온 신뢰와 명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됐다. 김새론의 몰락을 보며 순수하고 사랑스럽고 애틋했던 그의 어릴 적 연기가 더 그리워진다. '아저씨'(2010)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영화 '아저씨'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영화 '아저씨'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아저씨'는 아내를 잃고 전당포를 꾸려가며 외롭게 살아가던 전직 특수 요원 태식(원빈 분)이 사라진 옆집 소녀 소미(김새론 분)를 구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 마약밀수, 장기매매, 아동납치 등 무거운 주제를 다루며 이 범죄들의 심각성을 일깨워준 영화였다.

'아저씨'는 김새론이 대중적으로 널리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작품. 서글픔과 순수함을 오가는 버림 받은 소녀의 내면을 연기하며 관객들을 먹먹하게 했다. 김새론은 '아저씨'로 제8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여왕의 교실'(2013) | 웨이브
사진=MBC '여왕의 교실' 영상 캡처
사진=MBC '여왕의 교실' 영상 캡처
'여왕의 교실'은 까탈스럽고 차가운 성격의 여교사(고현정 분)가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으로 부임한 뒤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은 드라마. 일본 드라마가 원작이다. 김새론은 학원도 안 다니지만 언제나 반에서 1등하는 냉정소녀 김서현 역을 맡았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단 소설책을 읽는 새침데기 책벌레지만 옳지 않은 일에는 맞서 항의하는 것을 겁내지 않는다. 또한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친구들과의 관계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은 인물이다.

김새론은 고현정과 등장하는 장면에서 고현정의 카리스마에 밀리지 않고 차분하고 강단있는 연기를 펼쳤다. 당시 제작발표회에서도 김새론은 "어두운 역할을 많이 해왔다"면서 "하지만 배우라면 어떤 역할도 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새론은 '여왕의 교실'로 2013 MBC 연기대상에서 아역상을 수상했다. '눈길'(2017) | 쿠팡플레이
영화 '눈길' 포스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영화 '눈길' 포스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CGV아트하우스
'눈길'은 일제강점기 서로 다른 운명으로 태어났지만 같은 비극을 살아야 했던 종분(김향기 분)과 영애(김새론 분), 두 소녀의 가슴 시린 우정을 다룬 작품으로, 위안부 문제를 심도 있게 다뤘다. 김새론은 1944년 일제강점기 말, 일본으로 유학 가게 된 부잣집 딸 영애를 연기했다.

김새론은 만 14살 때 이 작품을 찍었다. 일본군에 짓밟힌 위안부 피해소녀들의 공포와 절망감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김새론은 "'눈길'을 찍기 전에는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질 나이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많이 공부했고, 새롭게 알게 된 게 많다"며 "예전보다 관심도도 높아졌고 이제는 그런 문제들을 쉽게 지나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김새론은 '눈길'로 중국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금계백화장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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