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도 노래나…이기심이 낳은 행패에 이찬원도 피해 [TEN피플]


가수 이찬원이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를 위해 공연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기로 했다가 무대에 난입한 남성 관객에게 봉변을 당했다.

관객의 입장에선 축제는 시작됐는데 인사만 하는 이찬원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는 154명의 젊은 생명이 꺼진 어이없을 정도의 비극. 정부가 국가적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한만큼 관객도 가수를 이해하고 배려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찬원은 지난 30일 전남 화순군에 열린 제1회 테마파크 소풍 가을 대축제를 축하하기 위해 초대됐다. 그는 전날 서울 이태원에서 수 백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했기에 노래는 부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내달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선포했다. 이에 방송, 가요계는 물론 공연계는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에게 위로를 전하는 의미로 모든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같은 날 지역 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었던 장윤정과 영탁도 급하게 공연을 취소했다. 이태원 참사로 국가적 슬픔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노래하며 즐길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장윤정, 영탁
장윤정, 영탁
장윤정은 진주 콘서트 취소 소식을 전하며 "어제부터 진주에 와서 공연에 대한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이번 참사로 국가 애도 기간이 공표되고 온국민이 슬픔에 빠진 상황에서 공연을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사과했다.

영탁도 안동 콘서트를 취소하면서 " 이태원 참사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오늘 예정이었던 안동 콘서트를 현시점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팬들에게 이해를 부탁했다.

영탁과 장윤정 모두 당일 콘서트 몇 시간 앞두고 긴급 취소했으나 팬들은 이해했다. 대형 참사였기에 불만이 없었고, 티켓 환불 등 관련 안내사항도 관객들에게 별도로 공지될 예정이었기 때문.

하지만 이찬원은 상황이 약간 달랐다. 이찬원은 콘서트가 아니라 지역 축제에 초대됐다. 양측의 합의가 되지 않으면 취소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주최 측은 국가애도기간이지만 준비가 다 된 만큼 조용히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찬원은 고심했으나 먼 지방에 내려간 팬들과 티켓을 구매한 관람객을 위해 무대 인사만 결정했다. 주최 측과 노래를 하지 않겠다고 조율을 끝냈고, 팬카페에도 "국가애도기간이라 이찬원의 무대는 진행되지 않는다. 행사장에서 함성 및 박수는 자제해 주시길 바란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태원 참사에도 노래나…이기심이 낳은 행패에 이찬원도 피해 [TEN피플]
주최 측은 환불을 원하는 관객에게 환불을 해주겠다는 안내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장에서도 이찬원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으나 방송만으로는 부족했다. 이찬원이 무대에 올라 양해를 구했으나 일부 관람객이 공연이 없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항의했다. 화가 난 한 남성은 이찬원에게 다가가 폭언을 했고, 이 과정에서 이찬원 매니저의 멱살을 잡는 등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가 슬프지 않다면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는 것도, 참사로 인해 노래하지 않는 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돈을 낸 관객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 '이찬원 왜 노래 안 해'라며 반쪽짜리 행사에 분노하는 것도 할 법한 행동이다. 슬픔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154명이 압박 당해 질식한 사고가 그날 새벽에 발생했다. 1시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수 백 명이 쓰러졌다. 희생자들이 1020대로 젊은 나이였기에 부모의 통곡소리가 뉴스에서 실시간으로 흘러나오는 비극이었다. 손도 못 써보고 서로에 의해 희생된 무력한 죽음은 온 국민이 더 안타까워하게 했다.

이찬원의 노래를 듣지 못했다는 이유의 분노는 이기심이다. 부족한 공감 능력과 이기심이 폭언과 폭행으로 이어진 이번 사태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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