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남2' 이천수-'미우새' 조영남·김수미./ 사진제공=KBS, SBS
'살림남2' 이천수-'미우새' 조영남·김수미./ 사진제공=KBS, SBS
부부 혹은 지인에게 내 던지는 '막말'은 과연 괜찮은 건가. 이미 '막말 논란'까지 휩싸인 바 있는 이천수는 방송에서 회마다 성질을 드러내고 있고, 조영남·김수미는 굳이 지나간 일까지 끄집어내서 성질을 부리며 싸운다. 이를 그대로 안방에 내보내는 제작진은 그저 '재미있으면 그만'이란 태도를 보인다.

지난 23일 방송된 KBS2 '살림남'에서 심하은은 할 일이 있다며 이천수에게 육아를 부탁했다. 이에 이천수는 "주말인데 무슨 소리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심하은은 쌍둥이 출산 전, 공연 기획사 대표로 일했다. 이에 심하은이 살고 있는 인천 서구에서 행사를 제안한 것. 이천수는 "회의는 평일에 하면 되지 않느냐"며 "주말이라고 아줌마들 만나서 수다 떨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심하은은 "아줌마들한테 진짜 묵사발 맞고 싶냐"고 맞받아쳤다.

이후 이천수와 심하은은 딸 주은이의 영어 영재 테스트 문제로 다퉜다. 심하은이 1년에 한 번 있는 영어 영재 테스트를 깜빡하고 접수하지 않은 것이다. 이천수는 "너는 1년에 한 번 있는 시험인데 신경 안 쓴 거냐. 너는 그래서 안 된다"라고 버럭했다. 심하은이 "주은이 증명사진이 없어서 그랬다"고 이유를 대자, 이천수는 "주은이가 중요하지, 일이 중요하냐. 그거 하나 못해서 무슨 일을 하겠냐"고 쏘아 붙었다.
KBS2 '살림남2' 방송화면
KBS2 '살림남2' 방송화면
설움을 폭발시킨 심하은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를 VCR로 지켜보던 하희라는 "뭔가를 깜빡했을 때 잘못한 것 하나로 뭐라고 해야지 '다른 일 신경 쓰면서 안 했냐'고 말하면 하은 씨 입장에선 서운해서 울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부간 다툼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희라 말대로 자신의 입장만 생각하고,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싸우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나 이들 부부의 싸움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막말'이다. 축구선수 시절부터 거침없던 이천수가 아이들이 함께 사는 집에서 아내에게 내던지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앞서 이천수는 '살림남2' 출연 초기부터 아내 심하은에게 여러 차례 폭언을 쏟아부어 도마 위에 올랐다. 설령 일반 부부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 해도, 대중의 관심을 받는 공인이 성질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그리고 오늘(24일)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는 조영남과 김수미의 만남을 예고해 관심을 모았다.

제작진에 따르면 이날 이상민과 김준호는 기타를 배우고 싶어 하는 김수미와 함께 조영남의 집을 찾았다.

식사 자리에서 조영남은 "우리가 프로그램하다가 싸우면서 밖으로 나갔어"라며 7년 전 벌어졌던 일을 언급했다. 그러자 김수미는 "내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얘기를 왜 하냐"고 말했고, 조영남은 "언제까지 성질대로 살 거냐"고 타박했다. 김수미는 "시끄러워 오빠 인생이나 잘 살아"라고 맞받아쳤고, 급기야 "앞으로 '미운우리새끼' 나 부르지 말라"라며 퇴장했다.

조영남과 김수미는 오랜 세월 알고 지낸 '절친' 사이다. 하지만 2015년 초유의 사태로 '앙금'이 생기기도 했다. 당시 KBS2 예능 '나를 돌아봐' 제작발표회에서 김수미가 "파일럿 당시 조영남-이경규가 시청률이 가장 안 나왔다. KBS에서 곧 나가라고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조영남은 "살아생전에 이런 모욕적인 말을 처음 들어본다. 이 자리에서 사퇴하겠다. 제가 프로그램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라며 많은 기자가 자리한 현장을 박차고 나갔다.
SBS '미우새' 예고편 캡처./
SBS '미우새' 예고편 캡처./
이천수부터 조영남, 김수미 모두 오래전부터 거침없는 이미지로 각인 돼 있다. 필터 없이 내던지는 입담이 때론 재미를 안기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에게 어느 정도의 이미지 포장은 필요한 법. 있는 그대로 '성질'을 드러내는 것은 결국 '독'이 되기 마련이다.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모습을 굳이 또 들춰내고, 반복해서 보이는 일이 '방송'하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얼마나 득이 될 수 있을까. 결국 문제는 제작진에게 있다. '막말'을 던지고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재료 삼아 '재미있으면 장땡'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다. 진정 이천수, 조영남, 김수미를 두고 '성질'을 내보이는 것 외에는 '재미'를 유발할 만한 아이디어가 없는 것일까.

이천수가 과거 2002년 월드컵 16강전에서 이탈리아 수비수 말디니 뒤통수를 거침없이 걷어찬 것은 온 국민에게 통쾌함을 안겼지만, 방송에서 아내에게 폭언을 퍼붓는 것은 전혀 통쾌하지 않다. 씁쓸함만 남길 뿐이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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