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진의 프리즘》

신동엽, 이효리가 하면 '섹드립'
박나래, 양준일이 하면 '성희롱'
종이 한 장 차이로 엇갈리는 반응
이효리(왼쪽부터), 신동엽, 박나래, 양준일./사진=텐아시아 DB
이효리(왼쪽부터), 신동엽, 박나래, 양준일./사진=텐아시아 DB
《서예진의 프리즘》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현황을 살핍니다. 프리즘을 통해 다양하게 펴져 나가는 빛처럼 이슈 뒤에 숨겨진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섹드립'과 '성희롱'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섹드립 신'으로 통하는 신동엽과 화끈한 농담에 능통한 이효리는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는 반면, 여성 희극인 계의 신동엽이 되겠다던 박나래는 성희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고, 유쾌한 농담인 줄 알고 뱉었던 양준일의 발언은 성 상품화 논란에 휩싸였다.

'섹드립'은 '섹슈얼'(sexual)과 '애드리브'(ad lib)의 합성어로, '성적인 농담'을 이르는 말이다. 센스 있게 구사하면 주위를 유쾌하게 만들 수 있지만, 한 끗 차이로 '갑분싸'(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숙련된 스킬이 필요하다.
이효리, 신동엽./사진=텐아시아 DB
이효리, 신동엽./사진=텐아시아 DB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섹드립'의 황제라 불리는 신동엽은 적재적소에 날리는 유쾌한 19금 드립으로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고 있다. 수위 높은 그의 발언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직접적인 단어 선택 대신 상상력을 자극하는 절제된 수위를 지키는 데 있다.

이효리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7일 유튜브 채널 'Umaizing 엄정화TV'에선 여성 솔로 가수 동료들과 손병호 게임을 즐기는 이효리의 모습이 담겼다. 이효리의 손가락이 하나만 접히면 게임이 끝나는 상황. 그는 "(가슴) B컵 이하 접어"라며 화끈한 드립을 날렸다.

듣는 사람이 불쾌하지 않는 유머를 선보인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다.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태도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가볍게 날리는 듯 보이는 농담 속에도 엄청난 기술의 말솜씨가 녹아있다. 상황과 장소, 분위기와 더불어 말하는 이의 센스가 더해져야 비로소 '유쾌한 섹드립'이 탄생하는 것.
양준일, 박나래./사진=텐아시아 DB
양준일, 박나래./사진=텐아시아 DB
코미디언 박나래는 부족한 스킬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5월, 성적인 개그를 선보였다가 대중의 뭇매를 맞은 것. 그는 웹 예능 '헤이나래'에 출연해 속옷만 입은 남자 인형을 소개하고, 옷을 갈아입히면서 "그것까지 있는 줄 알았다"며 남성의 신체를 묘사했다.

그의 언행은 성희롱 논란으로 번졌다. 박나래가 출연 중인 시청자 게시판과 각종 영상의 댓글 창 등에는 그의 하차를 요구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의 사과에도 대중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성희롱 논란과 관련해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가수 양준일 역시 지나친 성적 농담으로 물의를 빚었다. 재작년, 여성을 중고차에 빗대는 등의 망언으로 대중의 비난이 쏟아졌다. 그는 유튜브 생방송 중 한 여성 스태프에게 지속해서 이상형을 물었고, 난처해하는 스태프를 두고 "새 차를 중고차 가격에 사실 기회", "중고차 가격에 드립니다" 등의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라이브 방송을 본 일부 시청자는 양준일의 발언이 '성희롱성 발언'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제작진은 커뮤니티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다. 제작진은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임을 인지하였으며, 곧바로 당사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전했다.

무조건 야한 말만 내뱉는다고 '섹드립'이 아니다. 본인은 개그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사람이 불쾌감을 느꼈다면 본질이 달라진다. 재미를 주기 위한 의도는 좋으나, 혼자만 재미있는 개그는 머릿속에 넣어두기를 바란다.

서예진 텐아시아 기자 ye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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