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단체./사진제공=JTBC
'설강화' 단체./사진제공=JTBC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에 대한 역사왜곡 논란이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방송 중단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30만 명을 넘어섰고, 광고사와 협찬사들의 광고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단체에서도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을 예고했다.

'설강화 : snowdrop'(이하 ‘설강화’)는 첫 방송 후 간첩 미화와 민주화 운동 폄훼 논란이 불거지며 큰 비판을 받았다.

이에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는 '드라마 설강화 방영중지 청원'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게시자는 "해당 드라마는 방영 전 이미 시놉시스 공개로 한차례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내용으로 큰 논란이 된 바 있다"며 "당시 제작진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으며 '남녀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화가 방영된 현재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은 간첩인 남주인공을 운동권으로 오인해 구해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화운동 당시 근거없이 간첩으로 몰려서 고문을 당하고 사망한 운동권 피해자들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러한 역사적 사실에도 불구하고 저런 내용의 드라마를 만든 것은 분명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또한 간첩인 남자주인공이 도망가며, 안기부인 서브 남주인공이 쫓아갈 때 배경음악으로 '솔아 푸르른 솔아'가 나왔는데 이 노래는 민주화운동 당시 학생운동 때 사용되었던 노래이며 민주화운동을 수행하는 사람들의 고통과 승리를 역설하는 노래다, 그런 노래를 1980년대 안기부를 연기한 사람과 간첩을 연기하는 사람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 자체가 용인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또한 "해당 드라마는 OTT 서비스를 통해 세계 각 국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다수의 외국인에게 민주화운동에 대한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기에 더욱 방영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엄연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이러한 민주주의는 노력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 결백한 다수의 고통과 희생을 통해 쟁취한 것이다, 이로부터 고작 약 30년이 지난 지금,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드라마의 방영은 당연히 중지되어야 하며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방송계 역시 역사왜곡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30일 오전 7시 기준 동의자 수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방송통신심의위에도 500건이 넘는 항의성 민원이 접수됐다.
[종합] '설강화' 폐지 수순 밟을까, 폐지 청원 30만 돌파→가처분 신청 위기
항의가 거세지자 광고사와 협찬사들의 광고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설강화’ 주연배우 정해인이 모델로 활동 중인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푸라닭'도 지난 20일 광고 중단을 선언하며 “당사 제작지원 광고 진행이 푸라닭을 사랑하는 많은 고객들께 큰 실망감을 안겨 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외에도 P&J그룹 넛츠쉐이크, 헤어케어 브랜드 다이슨, 차 브랜드 티젠, 도자기 브랜드 도평요, 패션 브랜드 가니송, 한스전자도 광고 송출 중단 및 협찬 중단을 선언했다. 떡 브랜드 싸리재마을은 "단순한 기대로 협찬을 결정했으나, 민주화 역사를 왜곡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협찬 철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설강화’는 상영금지 가처분 위기까지 놓였다. 청년단체 세계시민선언은 지난 20일 공식입장을 내고 “국가폭력 미화 드라마 '설강화'에 대해 상영금지 가처분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세계시민선언은 “민주항쟁을 힘겹게 이어나가고 있는 세계 각지에서 우리나라는 과거 시민의 힘으로 군부독재를 타도한 역사를 가진 국가로 여겨지고 있다”며 “그런 국가에서 오늘날 국가폭력을 미화하는 듯한 드라마 ‘설강화’가 버젓이 방영되고, 이가 OTT 서비스를 통해 해외로 수출되기까지 한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민주화 인사들을 이유없이 고문하고 살해한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 소속의 서브 남주인공을 우직한 열혈 공무원으로 묘사하며 안기부를 적극적으로 미화하고 있으며, 간첩이 우리나라 내부에서 활약하며 민주화인사로 오해받는 장면을 삽입하여 과거 안기부가 민주항쟁을 탄압할 당시 ‘간첩 척결’을 내걸었던 것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JTBC '설강화' 방송 화면.
사진=JTBC '설강화' 방송 화면.
이는 군부독재에 온몸으로 맞서던 이들에 대한 명백한 모독임은 물론, 현재진행 중인 군부독재 국가들이 자신들의 국가폭력을 미화할 수 있는 시그널을 줄 수 있는 매우 위험천만한 행위라는 것이다.

드라마를 송출하는 JTBC에 대해서도 비판한 세계시민선언은 “법원이 ‘설강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함으로써 방송이 더는 희생당한 시민들에 대한 모독행위를 할 수 없게끔 중단시키고 사회에 국가폭력을 더는 용인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기를 강력히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BBC코리아는 역시 20일 ‘설강화: K-드라마, 창작의 자유와 역사 왜곡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민감한 역사적 배경을 다루면서 철저히 고증하지 않고 낭만적으로 그려냈다는 점, 피해자가 존재하는 사건임에도 간첩의 존재를 긍정하는 시나리오를 썼다는 점, 제작진이 ‘의도가 없었으니 괜찮다’는 식으로 넘기는 점 등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현재 ‘설강화’와 JTBC 측은 해당 논란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논란은 점점 거세지고 있는 상황. ‘설강화’가 방송 2회 만에 역사 왜곡으로 폐지된 SBS ‘조선구마사’의 길을 걷게될지 주목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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